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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버추얼 매핑 온 더 바디

2011-04-18


<버추얼 매핑 온 더 바디> 는 미술계의 본격적인 봄을 알리기 전, 하나의 신호탄처럼 미리 쏘아 올려진 전시였다. 적어도 추위에 발을 동동 굴러가며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앞에 모여 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러했으리라 본다. 본 전시는 미디어 아트와 무용 그리고 비주얼 아트에 이르기까지 10명의 작가들의 협업을 표방한 기획의도가 매우 크고 야심 찬 전시로 보여졌다. 그리고 그러한 기획 의도가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의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여 그림을 펼쳐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사전에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글 | 백남준 아트센터 이수영


본 전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건물 자체에 영상을 투사하는 ex[Medium]의 <픽셀로이드 에피소드> 이고, 두 번째는 역시 ex[Medium]의 영상을 무용가의 몸에 투사하는 <버추얼 휴머니즘> 즉 가상의 인간주의, 휴머니즘에 대한 것이다. 마지막 부분은 썬 컨템포러리 전시장에서 나머지 아홉 작가들의 작품들이 ‘현실 속에서의 가상성’이라는 주제로 전시되었다. 따라서 오프닝 공연이자 야외에서 벌어지는 야심 찬 프로젝션인 ex[Medium]의 작업이 전시에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된다.


사실 <버추얼 매핑 온 더 바디> 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그것은 사이버공간 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에 대한 시도일 수도 있고, 사이버네틱스와 혹은 그와 결합한 포스트 휴먼에 대한 많은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기술의 엄청난 발달 그리고 그로 인해 다가올 사이버 문화 혹은 사이보그와 인간의 삶의 양태의 변화는 무한히 열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우리의 몸에 매핑된다고 하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본 전시의 오프닝 공연이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ex[Medium]의 두 가지 시도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건물에 여러 영상을 프로젝션하는 것은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그 건물이라는 존재 자체에-심하게는 건물도 하나의 몸body로 까지 볼 수 있는 것인데-가상공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혹은 그로 인한 상상력의 극한 혹은 충격 내지는 새로움의 장을 열어 주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이어서 진행된 <버추얼 휴머니즘> 이라는 거대한 제목의 공연은 선 컨템포러리의 윈도우 갤러리를 이용한 작품으로, 남녀 두 명의 무용수가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초록색 격자 모양의 영상이 공간 전체에 투사되는 가운데 춤을 췄다. 기존의 춤과 안무의 틀을 가지고 있는 무용수들이 영상과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퍼포먼스의 안무와 춤을 담당한 One Dance Project Group(김준희, 이동원)도 그러한 지점을 보였는데,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영상을 의식하여 그 영상이 몸 위에 프로젝션되도록 의도적으로 움직여야 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영상을 공간의 일부로 취급한 듯한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전체적으로는 윈도우 갤러리라는 특별한 공간과 영상 그리고 안무의 관계가 약간은 불편한 설정가운데 ‘휴머니즘’이라는 주제 역시 너무 버겁게 혹은 너무 내러티브하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버추얼 매핑 온 더 바디>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역시 이 주제를 현대인들이 느끼는 가상성으로 한정하여 전시로 풀어낸 부분이다. 이 부분에는 천성명, 고상우, 이종석 등의 작가들이 그리 크지 않은 작품들을 위주로 하여 그들의 감수성을 펼쳤다. 조각에서부터 디지털 프린트, 비디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매체들의 작업이 선보였다. 황선희의 디지털 프린트 은 도시의 풍경을 이끼가 뒤덮은 듯 한 이미지를 사실적인 디지털 프린트로 그려내고, 이종석의 은 HD 급 고화질 비디오를 통해 거울 이미지를 통한 도시 이미지의 변형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한 한승구의 <나르시소스의 두 얼굴> 이라는 작품은 비디오라는 매체가 꼬리표로 달고 다녔던 나르시즘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해석으로도 보인다.


가상성, 매핑, 신체의 문제는 어느 하나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흥미롭고도 깊은 주제들이다. 이러한 주제를 하나의 전시로 묶어내고 조망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시를 통해서 보여지듯이 이러한 각각의 주제들이 현대 작가들의 감성 속에 혹은 직관 속에 하나의 아이디어나 작품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으리라고 본다. <버추얼 매핑 온 더 바디> 전 역시 그러한 지점을 포착하여 읽어내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덤으로 얻은 소득으로 젊은 작가들이 뉴미디어나 가상성에 대해서 자신들의 감수성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매체에 대한 이해나 완성도가 어디까지 이르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꽃샘추위에 무릅쓰고 나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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