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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아이콘 오브 아시아(ICON OF ASIA)' 전

2008-07-15

지구화 시대, 아시아의 초상(Icon)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식 문화가 아시아인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일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실시간 전송되는 '지구촌'에서, 아시아는 지역 문화의 고유성을 상실한 채 획일화되고 있지는 않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아시아 작가 8명이 이엠아트갤러리에 모였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중국 외에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미술품을 전문으로 기획전시하는 이엠아트갤러리 서울의 개관전으로 열리는 아시아 컨템포러리아트 그룹전 '아이콘 오브 아시아(ICON OF ASIA)'가 27일까지 진행된다.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중국의 장웨이궈(Zhang Wei Guo), 쯔치(Zi Qi), 류웨이(Liu Wei), 류정(Liu Zheng)과 인도의 딜립 도레(Dilip Dhore), 바이바브 샤카르카(Vaibhav V. Sakharkar), 한국의 허진, 박소영 등 아시아 작가 8명이 참여해, 지구화의 위력 속에서도 싹을 틔우고 성장해 가고 있는 아시아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준다.

특히 베이징 출신의 중국 작가 쯔치는 2008년 작 <베이징 시간> 시리즈를 통해 맥도날드와 케이에프씨(KFC)로 포장된 미국의 정치 문화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다. 잿빛 바탕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붉은 색 용기에는 감자튀김 대신 여인의 다리와 총칼이 꽃혀있고, '악의 축' 오사마 빈 라덴과 남성성의 상징인 호랑이, 할리우드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그려져 있다.

장웨이궈는 <얼굴> 시리즈에서 높이 2미터의 대형 캔버스에 카메라의 스냅숏에 포착된 듯 측면 혹은 정면을 직시하는 여인의 두상을 묘사했다. 작가는 서양인 눈매에 중국 복장을 한 익명의 여인들의 표정에서 현대인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불안, 복잡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고자 했다.

올해 서른이 된 류웨이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한, 사진을 이용한 회화기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그의 <설(雪)> 시리즈에는 명함판 사진을 연상시키는 낯익은 중국여인과 패션잡지에 등장할 법한 서구 여인들이 공존하는데, 여기에는 서구화된 삶에 보다 익숙한, 문화대혁명 이후 출생한 신세대 작가들의 삶에 대한 낙관이 배어있다. 그러나 장웨이궈와 달리 류웨이의 인물화에는 작가의 감정이입이 상당 부분 배제되어 있고, 대형 화면을 모눈종이 같은 격자로 잘게 나눠 메워나가는 수공업적 제작 과정을 거침으로써,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미술계에 등장한 관념미술의 제작 공정을 연상케 한다.

또 다른 중국작가인 류정의 작품에는 유리가 등장한다. 유리 위에는 물속을 부유하는 나체의 여인들이 관람자를 직시하고 있으며 상반신을 드러낸 작가의 자화상은 유리 속 여인들을 지탱하고 있다. 작가에게 투명하며 반사되는 성질을 가진 유리는 현대인이 상실한 순수성과 옷으로 '위장'하고 있는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인도작가들은 영국 식민기 이후 독자적 근대화 과정과 종교적 혼합을 겪으면서, 표현의 다양성과 전통에 뿌리를 둔 뛰어난 색채감, 장식성으로 특징지어진 인도 현대미술의 새로운 아이콘들이다.

딜립 도레는 인도를 대표하는 대도시 뭄바이의 이미지를 자화상을 통해 구축한다. 작은 농촌 출신인 작가는 뭄바이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각종 포스터 등 광고의 위력을 체험하고, 스스로 카메라 렌즈 앞에 놓여진 듯한 포즈를 취함으로써 도시 문화의 향유자이자 관찰자로서 자신의 개인적 체험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바이바브 샤카르카는 급격한 근대화 과정 속에서 생겨난 인간의 탐욕과 소외된 인간성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전형적인 컴퓨터 세대인 작가는 컴퓨터게임의 형식을 빌려 전쟁의 폭력을 풍자하는데, 가상공간에 등장한 뿔을 맞댄 산양(山羊)은 대립과 갈등 속에 생명력을 잃고 박제화된 본연의 인간성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한국 화가의 작품은 세상에 대한 보다 은밀하고 개인적인 진술을 들려준다.

이번 전시의 유일한 수묵작가인 허진은 <유목동물+인간> 시리즈에서 공격적 유목동물과 그 사이를 부유하는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혼돈과 질서를 나타냈다. 수묵 본래의 속성을 잃지 않은 먹점과 색점은 꼼꼼하게 이어져 있으며, 이러한 장인적 작업 과정은 수묵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소영의 작품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로서 창이 등장한다. 창은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이자 닫힌 공간과 열린 공간을 소통시키는 통로인 동시에, 일상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창은 초현실적 공간으로 전환되며, 관객은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번 '아이콘 오브 아시아(ICON OF ASIA)' 전은 서울보다 일주일 먼저 개관한 '이엠아트갤러리 베이징'에서도 같은 테마로 열리고 있다. 베이징 전시에는 중국의 하오쥔(Hao Jun), 인도의 푸쉬킨(E.H.Pushkin), 베트남의 응오 바 호앙(Ngo Ba Hoang), 한국의 국대호 등 아시아 4개국 작가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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