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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조각을 여는 사람들 2

2007-12-18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패어진 장작더미, 산길에 쌓아져 있는 돌무더기 탑. 이것들은 예술적 목적이 아닌 일상적인 삶의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지만, 우린 이것을 대할 때 예술적 조형미에 감탄하곤 한다. 자연과 예술의 화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이재효 조각전에서 보여주는 20여 점의 작품들은 자연으로부터 취해온 돌이나 나무 그리고 못이나 쇠를 이용하여, 이를 원통이나 원구와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재구성해낸 것이다.
그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못이나 철근 등으로 나무를 결합하여 구나 반구, 원기둥과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나무를 집적하는 작업으로 이재효 작가의 ‘둥근 형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그는 둥근 산, 둥근 초가지붕, 빙 둘러쳐진 울타리 등, 모나지 않은 우리 민족의 심성의 근원을 이 둥근 형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눈에 익어 친근한 잡목으로 단순한 구의 형태를 만들어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작업이 소재의 질감을 그대로 간직하는 데 반해, 두 번째 작업은 연금술의 개입으로 크게 변화한다.
불에 탄 숯을 몸체로 한 특유의 조형물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목과 나뭇가지, 침목의 표면에 수많은 못을 박아 넣고, 휘고, 그라인더를 이용하여 그 휜 표면을 갈아낸다. 그리고는 불에 태워 못이 나무 표면 위로 돌출 되게 한다. 은색의 빛을 발하는 금속성의 시각적 질서와 숯 덩어리의 어둡게 그을린 질감이 묘한 대조를 통해 새로운 존재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재효의 예술세계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 즉 자연스러운 두 가지 주제와 소재를 자연스럽지 않게 조합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재효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였으며 예술의전당 개인전,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를 비롯하여 총 7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점으로부터 점으로(환기미술관), 북경아트페어, 리빙디자인페어, 디자이너스초이스, Tuning Bolon(중국), 2006 바젤 마이애미 아트 페어(미국), Simply Beautiful, Centre PasquArt, Biel(스위스), EHS 프로젝트-청계천이 흐르는 감성공간, 중국 국제갤러리 박람히 등의 단체전을 비롯하여 30여 차례가 넘는 전시를 선보여 왔다.

우주적 신목(神木)으로서의 조각
‘시간의 흔적’이라고 명명된 이번 출품작들은 모두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제1전시실에는 피라미드 형태의 거대한 구조물이, 그 옆에 있는 제2전시실에는 길이 7.5미터, 높이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 형태의 구조물이, 그리고 아래 층에 있는 제3전시실에는 길이 12미터에 달하는 벽면에 다양한 부조 형태의 나무들이 부착되거나 더러는 약간 앞으로 튀어나온 공간에 매달려 원근법적인 시각적 효과를 나타내도록 설치돼 있다.
최태훈의 관심은 이제 ‘우주적 신목(神木)’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대한 나무의 탐구에 두어진다. 대지적 영기(靈氣)가 감도는 신비의 숲, 그 태초의 싱싱한 비경을 암시하는 나무 형태의 구조물들은 전시장에 설치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은 신령스런 숲으로 대변되는 자연에 대한 하나의 유비로서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문명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의 환기를 위하여 그는 작품에 영성(靈性)을 부여한다. 그것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빛으로부터 온다. 빛이 새 나오는 나무, 그 인조의 신목으로부터 관객들은 어떤 영성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거대한 나무로부터 뿜어 나오는 광휘를 통하여 우주적 영성을 체험하는 것은 최태훈의 작품이 지닌 미덕임에 분명해 보인다. 이 경우에 조각가 최태훈은 단지 조각가로서의 신분을 넘어 인간과 대지, 그리고 우주를 연결하는 샤먼이 된다. 신의 대리자로서 이 샤먼의 존재는 현대사회 혹은 현대예술의 상황 속에서 점차 그 기능과 역할이 축소되어 존재 자체가 미미해 지고 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그만큼 더 요구되는 것이 바로 영성의 매개자로서의 샤먼인 것이다. 최태훈은 빛을 발산시키는 조각적 행위를 통하여 철에 어떤 신령한 느낌을 부여하고자 한다. 관객이 그의 작품에서 단순히 형태미를 취하든, 아니면 어떤 우주적 영기를 느끼든 그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조각의 지평이 점차 넓혀지고 있다는 점이며,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작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 _ 윤진섭/미술평론가

최태훈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Residency Program (Paris, France), Vermont Studio Residency Program(USA), 금호 창작 Studio 1 기 입주 작가이며 서울시립대학교, 경희대학교 강사를 역임하였다.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조각전공)하였다.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Chungdu Biennale, Chungdu, China, '96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91 청년미술대상전 우수상, 제4회 MBC구상조각대전 특선, 제3회 MBC구상조각대전 특선을 수상한 바 있다. 기획초대 개인전으로는 2006 제7회 Galaxy(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전), 2005 제6회 Gold Line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France)을 비롯하여 총 여덟차례 전시를 가졌으며 Lines in Space - 공간을 치다 (경기도 미술관)를 포함하여 약 60회에 가깝게 기획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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