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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오싹한 그림으로 돌아온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 2011-07-29


흡혈귀의 원조 ‘드라큘라’를 그저 높은 산 속 성에 사는 흡혈 백작이라 생각하는 당신, 올 여름 ‘진짜’ 드라큘라를 만나보자. 루마니아의 한 공작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브램 스토커의 1897년 작품 『드라큘라』가 찰스 키핑의 오싹한 그림과 함께 500여 페이지의 완역본으로 출간됐다. 눈으로 즐기는 호러 문학 작품이 올 여름을 더욱 시원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열림원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악의 화신 드라큘라 백작과 그를 쫓는 반헬싱 무리의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블라드 공 이야기를 전해 듣고 쓴 이 작품은 일기나 편지, 신문기사 등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담담한 기술로 독자의 공포를 서서히 끌어 올리며 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욕망을 고발하는 수작이다. 열림원이 여름에 맞춰 새롭게 출간한 완역본 『드라큘라』는 원작의 읽는 맛을 그대로 살린 번역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더욱 오싹하게 만드는 그림 작가 찰스 키핑의 삽화로 더욱 더 차별화된 문학을 선보인다.


영국의 3대 그림 작가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그림 작가로 꼽히는 찰스 키핑의 그림은 여느 그림 작가와 확연히 구분된다. 다채로운 컬러, 발랄하고 따뜻한 감성의 기존 그림 동화와 달리 그는 『드라큘라』에 어둡고 음울한 감성의 흑백 펜화 50여 컷을 담아 원작의 그로테스크함을 극대화시켰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시작으로 많은 고전 작품들에 삽화를 그렸던 그는 『클래식 고스트 시리즈』, 『잔혹한 클래식 이야기 모음집』 등 음울하고 괴기스런 작업들을 즐겼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 복무 중에 입은 머리 부상으로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던 경험이 완치 후에도 그의 내면에 남아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그림 작가로서는 흔치 않은 이런 행보에 사람들은 아이들이 보는 고전작품에 그리는 그림으로는“너무 어른스러운 그림들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해 그는 “달콤한 설탕으로 지은 집들이 그려진 그림책에 나오는 세계는 현실에는 없습니다. 당장 TV 를 켜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베트남 전쟁이 우리가 그림책에 나오는 달콤한 집에서 산다고 해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조차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이라 일축했다.


키핑에게 있어서 삶이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계였다. 이를 『드라큘라』 등을 통해 흑백의 펜화와 석판화로 표현하던 그는 『찰리와 샬롯데와 황금 카나리아』(1967)와 『노상강도』(1981)로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을 두 차례 받고, 198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0여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빼어난 조형성과 깊은 주제의식으로 고전작품을 재해석했던 찰스 키핑. 그의 그림들은 유난히 덥다는 이번 여름, 책 속으로 피서를 떠나는 이들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오싹함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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