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대림미술관 새 디자인 맡은 김신 부관장

2012-01-04


사진과 디자인의 공통점은? 일상에 더 가까운 예술장르라는 점이 아닐까. 사진과 디자인을 콘셉트로 하는 서울 통의동의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을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전시로 관람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사진전문미술관으로 출발해 디자인 영역까지 넓히면서 예술과 일상의 간극을 좁히는 전시를 선보이는 중이다.

글 | 월간사진 이종화 기자
기사제공 | 월간사진 2011년 9월호


최근 막을 내린 패션사진가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의 사진전 'Touch me'는 35mm 카메라로 찍은 스냅사진 느낌의 패션사진으로 패션사진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화려한 조명과 모델의 전신이 나오는 패션화보에 익숙하던 관람객은 자연광 같은 조명에 잘리고 비뚤어진 사진에 당혹해한다. 그러나 이내 익숙한 패션사진의 문법을 깨는 생활 속 사진에 신선함과 통쾌함까지 느끼며 전시장을 빠져나온다. 유르겐 텔러의 전시 이전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Dieter Rams)의 'Less and More'전이 있었다. 산업디자인계의 전설이 디자인한 4백여 제품은 미술관에 전시되는 순간 견고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으로 예술품 못지않은 울림과 감흥을 안겨주었다. 일상의 제품에 깃든 예술성을 보여준 디터 람스의 전시에는 4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들었고, 유르겐 텔러 전시에는 대림미술관 개관 이래 최다 관객인 4만2천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홍보비로 몇 억을 쓰는 블록버스터 전시에 버금가는 유료관객이 대림미술관을 찾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대림미술관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미술관의 부관장으로 월간 디자인의 편집장을 지낸 김신(44, 아래 사진)씨가 부임한 것. 김부관장은 17년 가까이 월간 디자인에서 일했고, 올해 초에는 회사를 나와 디자인저널리스트라는 직함으로 글쓰기와 강연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디자인이라면 명품에만 적용되는 화려하고 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제품이 제구실을 하도록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디자인 지론이다. 그래서 집의 외관보다는 집으로서의 역할, 품질과 기능성이 먼저라는 디자인의 가치를 설파하던 그가 미술관 부관장이란 조금은 뜻밖의 자리로 옮겨왔다. 그러나 그곳이 대중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사진과 디자인 전시가 주로 열리는 대림미술관이라는 점에선 전혀 동떨어진 느낌은 아니다. 김부관장은 디자인이든 예술이든 형식과 개념이 지나치면 대중과 괴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형식과 개념에 치중하다보면 퀄리티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최고의 제품과 예술은 제 역할에 충실할 때 나온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고 믿음이다.


디자인지 편집장에서 미술관 부관장으로

김부관장이 구상하는 전시 역시 난해하고 이론적이지 않다. ‘우리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전시, 일상에 더 가까운 전시’다. 부임한 지 두달이 안돼 분주히 미술관 업무를 파악 중인 김신 부관장을 대림미술관에서 만났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사진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던 경험이나 사진의 비중이 높은 디자인잡지에 오래 몸담아온 터라 사진과도 인연이 깊은 그다.


유르겐 텔러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평한다면?
패션사진가로선 유명하지만 일반에게 잘 알려진 사진가는 아니어서 작가를 알고 온 관객은 극소수였다. 그럼에도 미술관 개관 이래 가장 많은 관객이 다녀갔다. 말 그대로 몸뚱이를 찍은 누드사진에 불쾌해 하거나 낯선 패션사진에 당혹스러워 하신 분들도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이런 스타일의 사진도 있구나 굉장히 새롭게 받아들였다. 패션사진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사진계와 관객 모두에게 자극적인 영향을 준 듯하다. 한편으론 이러한 사진과 창작이 못 받아들여지는 우리 문화나 시스템의 한계도 느꼈다. 유르겐 텔러가 왔을 때 배우 원빈을 찍어 한국 보그에 사진이 실렸는데 보그쪽에서 썩 내켜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협찬 받은 옷이 잘 나와야 하는데 사진에서 잘린 거다. 한국에선 상당기간 유르겐 텔러 같은 사진가가 나오기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친숙한 사진과 디자인으로 일상의 예술화 추구

앞으로 대림미술관의 전시 방향에 관해 말해달라.
현대예술은 예술성을 추구할수록 대중과 멀어진다. 예술 자체는 아방가르드한 것으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중을 이해시키겠다는 예술가는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다르다. 사람들이 이해해야 그 제품을 산다. 사진 역시 기록의 역할로 출발해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이다. 유르겐 텔러 정도의 난해함은 도슨트의 설명으로 풀린다. 이러한 사진과 디자인을 장르로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예술,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전시를 해왔고, 부임하고서는 이같은 방향에서 미술관의 가치나 정체성을 만드는 중이다. 특히 사진은 대체할 미디어가 없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삶과 세상의 기록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고 감성과 경각심을 자극한다. 뭐든 제구실을 할 때 최고가 나오는 것 같다. 예술을 따라하는 개념적인 사진보다는 기록이라는 고유의 기능에 충실한 사진 중 최고의 사진을 보여주려고 한다.

전시가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대중을 좇는다는 비판을 살 수도 있겠다.
오히려 피카소나 샤갈, 고흐전 등 교과서에 나오는 블록버스터 전시가 더 대중적이지 않을까. 유르겐 텔러나 디터 람스는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이들이다. 단지 미술관의 전시 아이템이 사진과 디자인이라는 아방가르드하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에 그렇게 비치는 면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사진과 디자인은 대중적이라면 대중적이다. 사실 미술관의 지난 전시를 보면 상당히 다양한 전시가 열렸고 특정한 전시를 배제해오지 않았다. 다만 대중이 어느정도 이해 가능하고 도슨트가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대중과 접점을 형성할 수 있다. 난해하기만 하고 설명 못하는 작품은 걸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중요한 기준은 작품의 퀄리티다.

주명덕 전시와 샤넬 수석디자이너의 사진전도


어떤 전시를 구상하는가?

8월 주명덕, 10월 칼 라거펠트의 사진전이 열린다. 주명덕 전시는 사진가 주명덕의 작품세계 전반을 정리하는 대림미술관의 세 차례 기획전 중 마지막 전시다. 사라지는 풍경과 공간, 사람에 대한 한 사진가의 탁월한 식견과 애정을 통해 사진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다. 금방 누구의 사진인지 알 수 있는 주명덕 전시와 달리 칼 라거펠트는 광고와 예술사진까지 너무 다양한 장르를 찍어서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패션 디자이너로는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 그것도 5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사진을 배웠다. 그의 독특한 이력에서 보듯 또다른 시도와 도전이라는 점을 높이 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진은 현대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프레임과 앵글에 따라 또는 입체를 평면으로 옮기면서 그 안에 이야기가 담긴다. 이것을 읽는 묘한 느낌과 매력은 현대 회화나 비디오아트와 비교 안되는 미적인 감각과 현대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이같은 사진의 힘과 매력을 만끽하는 전시에 많은 분들의 방문을 기대한다.

처음 경험하는 미술관 업무는 어떤가?
미술관이 이렇게 바쁜 곳인지 와서야 알았다.(웃음) 잡지일 할 때는 모든 자료가 데이터로 오갔는데 전시는 실물이 와야 하기 때문에 무수한 협의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비로소 현실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또 공들여 준비한 전시인 만큼 개막한 뒤에는 더 많은 사람이 와서 경험하도록 단계별, 계층별 홍보와 교육프로그램이 촘촘하다. 메일과 SNS 홍보는 기본이고 세미나와 공연, 멤버십 제도 등 전시기간 내내 크고작은 노력이 쌓여 4만 관객이 들었다. 개막만 해놓으면 끝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facebook twitter

월간사진
새롭게 떠오르고 있거나,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진가가 월간사진을 통해 매달 소개되고 있습니다. 월간사진은 사진애호가와 사진가 모두의 입장에서 한발 앞서 작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심도 깊은 사진가 인터뷰와 꼼꼼한 작품 고새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 사진잡지입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