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베일에 가려진 용기와 슬픔

2012-06-29


아랍의 봄 시위와 일본 대지진 참사가 최고의 보도사진을 선정하는 월드프레스포토(World Press Photo) 콘테스트에서 주요 보도사진 시상분야를 휩쓸었다.

기사제공│월간사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월드프레스포토 재단은 지난 2월10일,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월드프레스포토 콘테스트의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에 촬영되거나 매체에 게재된 사진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올해 월드프레스포토의 대상격인 ‘2011 올해의 사진상’(The World Press Photo of the Year 2011)은 스페인 태생인 사무엘 아란다(Samuel Aranda)가 촬영한 예멘 시위 사진에게 돌아갔다. 프리랜서 사진가인 사무엘 아란다의 이 사진은 지난해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 게재되었다. 또한 올해의 사진상과 함께 월드프레스포토의 피플 인 더 뉴스 카테고리의 싱글사진 부문에서 1등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밖에 스팟뉴스, 제너럴뉴스, 피플 인 더 뉴스, 스포츠, 포트레이트, 네이처(자연) 등 9개 카테고리마다 싱글과 스토리 2개 부문으로 나뉘어 1~3등상까지 모두 54개의 수상작과 3개의 가작 등을 합쳐 57개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아랍 시위와 일본 지진, 수상분야 휩쓸어

예상치 못한 현장의 돌발적인 사진을 대상으로 하는 스팟뉴스와 예정된 뉴스현장의 사진인 제너럴뉴스 그리고 피플 인 더 뉴스 등 전통적인 보도사진 분야에서는 지난해 세계인의 관심을 주목시킨 대형사건들이 수상작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3개 카테고리의 각각 싱글과 스토리 사진 부문 1~3등상까지 모두 19개의 시상분야 중에서 아랍의 봄과 일본 대지진을 촬영한 사진이 무려 13개 분야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 이중 아랍의 봄이 7개, 일본 대지진이 6개 분야에서 각각 올해 월드프레스포토를 수상했다. 이에 관련해 지나치게 대형 이슈에 편중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가장 많은 응모작이 들어오는 미국과 유럽의 미디어가 관심을 보이고, 보기를 원하는 사건 위주로 수상작이 선정되면서 대다수 전세계인의 삶을 보여주거나 변화를 탐구하는 사진은 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지난해는 유독 지구촌 곳곳에서 체제와 제도의 본질적인 변화나 뿌리를 뒤흔드는 혁명적인 사건이 다양하게 일어났다는 점에서 올해의 수상작 선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아랍권과 미국 월가의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시민들의 저항운동, 유럽의 경제위기, 노르웨이 우토야 섬의 극우 근본주의자의 테러, 2만8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참사 등이 모두 지난해 일어났던 사건들이다.

시민저항 이면의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

‘2011 올해의 사진상’을 차지한 사무엘 아란다의 예멘 시위 사진은 예멘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상처 입은 한 남성을 보살피고 있는 한 여성을 보여준다. 시위대의 야전병원으로 사용되던 모스크 안에서 온몸에 히잡을 두른 여성은 남성의 얼굴과 팔을 감싸며 고통을 위로하는 듯하다. 이 사진은 예멘의 사나(Sanaa)에서 시위대와 정부군이 충돌했던 2011년 10월15일에 촬영되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사진가와 편집인 등으로 구성된 19명의 심사위원들은 아랍의 봄이라는 대규모 시위와 저항운동을 이끈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 그 안에 가려진 슬픔을 보여준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에이단 설리번(Aidan Sullivan)은 “우리는 여성과 그녀가 돌보는 상처 입은 남성과의 관계는 알지 못해도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가 중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견을 함께 했다. 사진은 신랄하면서 자상하게 순간을 말한다. 거대한 사건의 결과는 결국 인간으로 이어지며, 지금도 벌어지는 있는 사건들에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에이단 설리번은 여러 매체의 사진가와 편집인을 거쳐 현재는 게티이미지의 사진 담당 부사장으로 있다. 심사위원인 코요 코오(Koyo Kouoh)는 “아랍권에서 일어난 시위 전체를 말하는 사진이다. 예멘,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시리아 등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징적이면서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특정한 정치적 사건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고 친밀하게 다루었다. 동시에 여성의 역할을 치료와 걱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운동의 가담자로서 보여진다”고 말했다. 카메룬 태생인 코요 코오는 Raw Material Company의 설립자 겸 아티스터 디렉터이다.

심사에 참가한 사진에이전시 Noor의 소속 사진가인 니나 버만(Nina Berman)은 서구 언론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모습의 여성을 아랍의 봄과 연관시킨 점을 호평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식으로 베일에 가려진 여성을 보기 어렵다. 아랍의 봄의 모든 사건들이 이 하나의 순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심사위원인 AP통신사의 중동지역 사진 매니저인 맨우셔 드개티(Manoocher Deghati) 역시 여성과 혁명의 관계에 주목한다. “이 사진은 매우 인간적인 순간의 결과이다. 혁명에서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또다른 중요한 부분을 되새기게 한다. 여기서 공격적인 성향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 이미지는 모든 공격성 내에 유연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력은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지만 이것은 또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전세계 5천여명 사진가, 10만장 이미지 응모

올해의 사진상을 수상한 사무엘 아란다는 1979년 스페인 태생으로 19살 때부터 스페인 일간지에서 사진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스페인의 사진에이전시인 EFE 소속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을 취재하면서 처음 중동을 찾았고, 2004년부터 프랑스 통신사 AFP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맡아 취재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2011년부터는 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로 뉴욕 타임즈 등에 사진을 기고하고 있다.

2012 월드프레스포토 콘테스트에서는 이밖에 다수의 아랍의 봄 시위 사진이 수상했다. 카다피의 정부군이 비행기와 탱크를 동원해 리비아 반정부군을 공격하는 긴박한 순간을 담은 유리 코지레프(Yuri Kozyrev)의 사진이 스팟뉴스 싱글부문에서 1등상을,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의 물러나지 않겠다는 발표에 격앙된 시위대의 얼굴을 찍은 알렉스 마졸리(Alex Majoli)의 사진이 제너럴뉴스 싱글부문에서 1등상을 받았다.

지난해 3월11일, 일본을 덮친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 현장도 다양한 수상작을 통해 볼 수 있다. 쓰나미의 거대한 규모와 피해현장을 항공촬영해 전세계에 타진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코이치로 테즈카(Koichiro Tezuka)의 사진이 스팟뉴스 스토리부문에서 1등상을 받았다. 또 아사히 신문사의 토시유키 쓰네나리(Toshiyuki Tsunenari)는 나토리시의 쓰레기더미 같은 피해현장에서 울부짖는 소녀의 사진으로 제너럴뉴스 싱글부문 3등상을 수상했다. 매그넘의 파올로 펠레그린(Paolo Pellegrin)과 Associated Press 통신사의 데이비드 구텐펠드(David Guttenfelder)는 쓰나미 이후에 피해현장을 찾아 작업한 포토스토리를 제출해 수상했다. 파올로 펠레그린은 파괴현장을 흑백 파노라마로 촬영해 마치 파괴된 고대도시를 보는 듯하게 포착했다. 데이비드 구텐펠드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로 인한 ‘핵 피난민’이란 주제로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공동화된 도시 풍경을 일련의 사진으로 담았다.

한편 올해 월드프레스포토에는 전세계 124개국에서 5,247명의 사진가가 모두 10만1,254장의 이미지를 응모했다. 이는 디지털 이후 응모작이 늘어나는 심사에는 선데이 타임즈, 게티이미지, AP, DPA 등 유명 매체와 통신사의 포토에디터와 디렉터, 사진가들이 참여했고 스포츠, 포트레이트, 네이처(자연) 등 3개 카테고리는 전문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4월21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며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순회전시가 열린다.

월드프레스포토

월드프레스포토는 해마다 한국에서도 세계보도사진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열려 낯설지 않다. 세계 최고의 보도사진 콘테스트지만 경력과 소속이 없이도 참여 가능해 이미지만으로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응모 카테고리는 뉴스현장의 스팟뉴스부터 일상생활, 스포츠, 포트레이트, 생태까지 다양하며 한 장인 싱글부터 최대 12장인 스토리까지 제출할 수 있다.

►웹사이트 응모기간 : 매년 12월~다음해 1월까지(www.worldpressphoto.org)

►응모 기준 : 당해연도에 촬영되었거나 당해연도에 발행된 매체에 게재된 사진에 한함(스토리 부문의 경우 한 컷 이상만 이 기준에 부합하면 됨)

►응모 카테고리 부문 : 9개 카테고리(각 카테고리마다 싱글, 스토리 2개 부문으로 나뉨)

1)스팟뉴스 2)제너럴뉴스 3)피플 인 더 뉴스 4)스포츠 5)컨템포러리 이슈 6)데일리라이프 7)포트레이트 8)아트&엔터테인먼트 9)네이처






facebook twitter

월간사진
새롭게 떠오르고 있거나,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진가가 월간사진을 통해 매달 소개되고 있습니다. 월간사진은 사진애호가와 사진가 모두의 입장에서 한발 앞서 작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심도 깊은 사진가 인터뷰와 꼼꼼한 작품 고새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 사진잡지입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