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0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도 형상과 배경의 문제에 관해 알아본다.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내준 수업 과제를 받아 검사하다보면 항상 발견되는 문제는 바로 배경에 있는 물체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들이다. 이런 문제는 아마추어나 프로 사진가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주피사체인 형상과 배경이 한덩어리가 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대다수의 사진가들이 SLR 카메라를 사용하는 까닭에 초점을 맞출 때 배경에 있는 물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주피사체인 형상과 배경이 어색한 모습을 만들어내곤 한다. 이럴 때 필자는 학생들에게 ‘사물을 볼 때 카메라 파인더 안으로만 보지 말고, 육안으로도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형상과 배경의 의도되지 않은 결과들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 | 김성민 경주대 조형예술학부 사진영상학과 교수
Ⅰ. 배경의 환영, 의도한 경우와 않은 경우
일반적으로 피사계 심도가 높은 경우 배경이 형상과 하나가 된다. 배경에 초점이 맞아 들어가면서 결과적으로는 사진의 효과를 경감시키는 일종의 시각 노이즈(noise)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런 시각 노이즈는 의도적으로 제거할 수도 있지만, 제거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창한 날에 벌어진 축구 경기에서 사이드라인을 따라 질주하는 선수를 관중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밝은 날씨에서 조리개를 최대한 여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심도가 깊지 않은 경우에도 뒷배경에 큰 물체가 있으면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되도록 머리 주변의 배경에 물체가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인물사진의 대가인 매리 앨렌 마크(Mary Ellen Mark)의 수업시간에도 항상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학생들의 인물사진을 체크하면서 매리 선생은 항상 인물의 머리 뒤쪽으로 방해되는 물체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그런 뒤 형상과 배경의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좋은 인물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창의적인 사진가는 사진의 주제와 전경이나 배경에 있는 오브제간의 관계를 발견하고, 메시지를 강화하거나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상황으로 해석하곤 한다. 이러한 창의력이 바탕이 되었을 때 사진가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광학적인 착시가 발생한 사진을 신문이나 잡지에 출판할 경우 편집자는 사진 속 상황이 실제와는 달리 착시에 의해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음을 캡션에서 분명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Ⅱ . 배경의 이용, 현실과 예술의 혼합
그림 혹은 사진으로 구성된 벽화는 인물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배경으로 자주 활용되곤 한다. 인물사진을 효과적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배경의 벽화가 주제와 관련이 있거나 사진 메시지에 어느 정도 공헌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아무 배경이나 사용한다고 해서 좋은 인물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형상과 배경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의 관심이 주제와 배경을 오가면서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것이지, 혼란스러움을 만들어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진의 인지심리학적인 측면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인지심리를 좀더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사진의 구성적인 측면이다. 구성적인 측면은 앞으로 2~3회에 걸쳐 다양한 국내외 사진들을 보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사진과 학생조차 사진 구성은 저학년 학생들이 다루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등한시 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사진 구성은 사진 메시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사진 구성은 ①삼분할, ②압도적 전경과 설명적 배경, ③그림자와 실루엣, ④심도의 활용, ⑤움직임의 활용, ⑥모서리의 활용과 극단적 클로즈업, ⑦대각선과 더블 테이크(double-take), ⑧광선의 활용 등으로 나눠 소개할 예정이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범주내에서 함께 학습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이다.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보호
죽음 다룬 포토저널리즘
사진가, 편집인 및 독자들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안겨줄 수 있는 극단적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고할 때의 문제점을 소개하겠다. 사진에서 죽음을 다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결코 쉬워서도 안되는 일이다. 공공장소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주변 상황이 보통 감정적으로 격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진가는 매우 취약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사진가는 자신의 감정적인 반응을 조절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경찰과 주변의 구경꾼들의 극단적이고 비판적인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
편집자가 죽음과 관련된 사진 기사를 게재하는 결정을 내릴 때에는 출판된 사진을 보고 비탄에 잠기게 될 망자의 친구들과 친지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독자들의 흥미를 충족시킨다는 측면과 독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어서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두 가지 대립되는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사진을 본 독자들은 편집자의 예상과 달리 사진을 촬영한 사진가와 이를 출판한 편집자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망과 관련된 사진을 대할 때 편집인은 독자들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한지, 아니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진 1은 고압전선에 매달린 모형 비행기를 내리려다 감전사한 젊은이를 끌어내리는 장면이고, 사진 2는 익사한 사람을 물가로 끌어가는 경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두 사진 모두 구조의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했겠지만, 인격을 가진 사람을 옮기는 방법으로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사진 3과 사진 4는 모두 보도사진 콘테스트의 스팟뉴스 부분에서 입상한 사진들이다. 두 사진 모두 출판된 이후에 독자들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강하게 항의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두 사진에 나온 두 주인공은 모두 사진이 촬영될 당시에는 살아 있었지만, 곧 사망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야기되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에서 사진 속 인물이 사진이 촬영된 이후에 살아 있는지 혹은 죽었는지의 여부가 사진 게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것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진 3은 졸업식장에서 갑자기 쓰러진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사진 4는 복부에 총상을 입은 남자가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치료하는 장면을 보고 있는 사진으로, 이 남자는 세 시간 이후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본 기사는
<월간사진>
2006년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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