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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우리가 함께 산다

2011-05-06


옆집에는 영희가 산다. 그리고 그 옆집에는 철수가 산다. 그러니까 영희와 철수는 이웃사촌 간이다. 어느 날, 철수가 대대적으로 집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로 인해 수많은 쓰레기들이 만들어진다. 철수는 귀찮다는 이유로 그 쓰레기를 자신의 집 앞에 그대로 쌓아놓는다. 치우지 않는 쓰레기로 인해 옆집 영희의 집 앞도 엉망으로 변해간다. 자, 이 경우에 영희는 철수에게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언뜻 보면 부당하고 말이 안 되는 경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말이 안 되는 경우’가 의외로 우리 사는 세상에서는 너무나 흔한 일.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이 망가지고 있다면 그 책임은 대체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이렇듯 최근 인류의 공통관심사가 되고 있는 지구의 환경문제를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시각예술의 관점과 방식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고양 아람누리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존을 위한 균형’ 展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근본적으로 하나의 에너지로 묶여있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공생의 관계라는 것을 예술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 지구. 본래 자연의 일부였던 우리들은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 그 사실을 망각하고 공존의 고리 밖으로 빠져 나와 이 곳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지구는 온난화와 빈곤, 각종질병, 유전자 조작, 돌연변이의 발생 등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일들로 가득하다. 이미 허물어진 균형을 완벽하게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구의 비뚤어진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힘쓰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굳이 역설하지 않아도 중요한 일.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참여 예술가들의 마음을 담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녹색환경 지킴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진다. 환경건축가 원희연 작가가 담당하고 있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폐목재와 리사이클 재료를 활용한 삼차원의 친환경 공간을 구성하고 이를 관객들이 직접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작가는 관객들이 이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가 꿈꾸는 우리 행성 지구의 미래를 위한 계획에 동참시킬 예정이라고. 생각 없이 버리는 테이크아웃 커피컵 등 무의식 중에 행하는 반환경적인 행동들을 돌아봄으로써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지루한 훈계나 강요가 아닌 즐거운 하나의 경험으로 제공되게끔 구성했다. 두 번째 섹션은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존이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들과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 인식이다. 일상생활에서 공존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윤희섭 교수와 열여덟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통해 관객들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와 ‘다른 이들이’ 함께 존재하는 긍정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섹션에는 이호인을 비롯한 다섯 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했다. 지구에 속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거대해지고 고도화 될수록 사회 시스템은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표준화, 정형화, 체계화 시킨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의 활동을 지속시키기 위한 상호간의 공존과 균형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지를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새롭게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세 섹션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가 ‘공존’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토론하고 강연이 끝난 후 자연의 이미지를 관객들이 가져온 헌 티셔츠에 그려주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으며 관람객과 작가와 함께 전시된 작품의 의미를 체험으로 알아보는 다양한 환경워크샵과 씨앗이 담긴 공을 만들어 미술관 주변에 던지는 게릴라 퍼포먼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함께 하는 삶, 함께 보존하는 지구에 대한 다양한 예술적 시각이 담긴 이번 전시는 7월 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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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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