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국내 제조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미래형 제조산업 육성을 목표로 내건 팹랩이 있다.
국내 제조산업 기반이 쇠락해져가는 과정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세운상가에 자리한 팹랩서울(http://fablab-seoul.org)은 한 나라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근간은 제조업 기술에 있다는 판단에서 국내 제조기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팹랩이다.

기사제공 | 팝사인

제조기술의 부활, 세운상가로부터 ‘스타트 업’
팹랩서울은 세운상가 5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국내 전자·기계·부품 제조 산업의 메카였던 세운상가는 인터넷 상거래가 시작된 이후부터 쇠락의 길을 걷다 한때 철거의 위기에 내몰리기까지 했다.
팹랩서울 김동현 매니저는 “세운상가가 위치한 청계천 일대에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융성했었지만 인터넷 상거래가 시작된 이후 슬럼화가 진행돼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세운상가의 현 상황을 아쉬워하고 “국내 제조기술 발전이라는 목표를 실현함으로써 제조사업의 메카였던 세운상가를 재생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세운상가에 둥지를 틀었다”고 밝혔다.
팹랩서울은 최신 기술 트렌드에 기반해 창업을 지원하는 타이드인스티튜트에서 설립한 공동 디지털제작소인데, 타이드인스티튜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사 후보였던 고산 씨가 설립한 회사다.
김동현 매니저는 “미국에는 게러지(Garage) 문화, 일본에는 공방 문화가 있어 제조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문화가 없다”고 지적하고 “고산 대표는 미국의 테크샵과 같은 모델을 국내에도 만들기 위해 팹랩서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테크샵은 오토바이와 자동차와 같은 중장비는 물론 각종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장비, 그리고 노하우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고산 대표가 만든 팹랩서울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3D 프린터 등 다양한 디지털 장비로 아이디어를 현실화
팹랩서울은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2013년 4월에 오픈한 이후 누적회원 400여명이 등록되어 있으며, 매월 20~30여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팹랩서울을 이용하고 있다. 비회원도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도 진행되는데 김동현 매니저에 따르면 워크숍 참여 인원도 3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팹랩서울에서는 하드웨어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즉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제품을 김동현 매니저는 ‘시작품’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같은 ‘시작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팹랩서울에는 아날로그 도구인 수공구를 비롯해 다수의 3D프린터, 레이저커팅기, CNC라우터, 탁상용 CNC조작기, 비닐커터 등 사인제작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3D 프린터는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생산하는데 유용한 장비임에는 분명하지만 만능은 아니기 때문에 팹랩서울에서는 다른 디지털 제작 장비들과 상호 보완 관계 속에서 활용되고 있다.
김동현 매니저는 “3D 프린터는 30년 전에 이미 개발된 제품인데 최근 이슈가 되는 이유는 장비의 가격이 많이 현실화 됐고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작업이었던 캐드 모델링이 손쉬워졌기 때문”이라며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이 쉬워져 몇 번의 클릭만으로 누구나 3D 프린터를 이용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에게 문턱이 낮아진 3D 프린터가 제조산업에 가져다주는 효과는 크다. 무엇보다 ‘시작품’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속도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김동현 매니저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아이디어가 실제 비즈니스와 부로 연결되는 관건은 누가 얼마나 빨리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지 속도가 관건이 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협업 통한 시너지 창출에 주력
팹랩서울에는 김동현 매니저를 비롯해 6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팹랩서울에 설치되는 새로운 장비들의 운용 방법을 습득한 후 이를 팹랩 이용자들에게 교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동현 매니저에 따르면 팹랩서울에서는 단순히 장비를 운용하는 방법을 지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분야를 연결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이종간의 연계, 다양성을 추구하는 팹랩서울에서는 디자인, 경영, 수학, 인지공학 등 다양한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1박 2일 동안 제시된 주제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MAKEATHO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회 ‘MAKEATHON’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이 주제로 제시됐는데 기상청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점멸 기능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우산’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 제품도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 냈다.
팹랩서울 김동현 매니저는 “과학문화 교육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지방의 학생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 곳곳에도 팹랩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팹랩서울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국내 제조산업 기술을 발전시키는 스타트업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