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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제주 구도심을 문화로 재생시킨 뮤지엄 프로젝트

2014-10-31


아라리오 뮤지엄의 방대한 현대미술 컬렉션들이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지난 종로 원서동의 공간사옥에 이어 오픈한 공간은 제주에 위치한 구도심 지역, 탑동의 3개동이다. 활용을 다한 건축물에 새로운 활기를 보여주는 뮤지엄으로의 용도 변경은 새로움을 그대로 덧입는 것이 아닌, 건축물의 흔적과 기억들을 함께 들고 뮤지엄 영역들로 합쳐져 묘한 긴장감과 더불어 조화를 보여주는 이색적인 공간을 완성한다.

과거 건축물의 쓰임과 기억,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용도로 재창조된 아라리오뮤지엄은 그동안 도심권 이외에 만나보기 힘들었던 국내외 현대미술작품들을 한데 모은 방대한 콘텐츠를 제주 구도심에 전시하고 소개한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아라리오뮤지엄

서울에서 가깝지는 않지만, 서울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문화 콘텐츠로서 뛰어난 컬렉션을 갖춘 사설 뮤지엄 공간이 제주에 오픈했다. 오는 10월 1일에 공식 오픈한 아라리오뮤지엄은 과거 영화관, 상공간 그리고 모텔로 사용되던 기존 건물을 이용해 ‘아라리오뮤지엄’ 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통합된 문화 콘텐츠를 왕성했다. 건축물이 가진 과거의 용도를 드러내는 기존의 명칭을 함께 이름 뒤에 붙여 제주 탑동의 해안가를 바라본 채 3개동이 들어섰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가 서울 중심지, 종로의 공간사옥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공간에 적합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현대미술 전시를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의 아라리오뮤지엄은 극장, 모텔 등으로 사용되었던 기존 건물의 흔적과 전시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건물의 일부는 철거하고, 일부는 새롭게 생성해 보존과 동시에 창조를 보여주는 시도를 보여준다.
국제관광도시 제주의 수려한 자연경관 대신, 이처럼 제주 구도심의 버려지고 방치된 건물들을 배경으로 삼아 완성된 뮤지엄은 화이트 큐브로 현대식 공간 대신 오래된 건물의 보존과 확장에 심혈을 기울여,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도시 재생에 붉은 색 활기를 전달한다.

제주 뮤지엄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탑동시네마 건물은 1999년 개관하여 문을 닫은 2005년까지 주변의 공연장, 체육시설과 더불어 제주 젊은이들이 애용하던 문화시설 중 하나였다. 네 개의 상영관에 793석의 좌석을 보유한 탑동시네마는 제주에서 최초 복합상영관 개념을 도입한 선구자적인 영화관이었지만, 2000년대 중반 제주도에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속속 입점하면서 소규모 극장들의 경영 상태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이에 탑동시네마 극장은 2002년 대규모 증축 공사를 진행하여, ‘바다가 보이는 극장’, ‘연인극장’ 등 테마관을 짓고 편의시설을 확대하여 운영하였으나, 계속되는 재정 악화로 2005년에 폐관되는 위기를 맞는다. 폐관 후에 이 극장 건물은 별다른 용도 없이 방치되어 시민들의 발길을 찾을 수 없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이 극장건물의 공간을 구조적으로 보존해, 8미터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전시실부터 자그마한 구석 공간까지 예술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새로운 시도와 모험적 실험이 가능한 미술관 건물로 재탄생시켰다.

우고 론디노네, 코헤이 나와, 앤디 워홀 등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마다 개성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설치가 까다롭고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중국 장환의 작품, ‘영웅 No.2’,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등 두 작품 모두 공간의 구성만큼이나 거대한 20m가 넘는 초대형 전시 작품들로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또한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지그마르 폴케의 5m에 달하는 대형 페인팅 4점은 또한 공간에 묘한 긴장과 압도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기존에 모텔로 사용되던 동문모텔은 다른 두 곳보다 구성에 있어 재미를 주는 공간이다. 숙박의 기능을 가진 상공간의 특성이 그대로 들어난 공간, 특히 일정하게 구획된 객실공간을 살려 각 층과 방마다 색다른 광경이 연출되도록 구성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제주 역사와 함께했던 동문 재래시장과 산지천 사이에 있는 동문모텔은 1975년 여관으로 개축된 건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이 건물은 1982년부터 1994년까지 덕용병원으로 사용되었으며, 1996년부터 2005년까지는 또다른 모텔로 활용된 건물이다.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이 자리한 지역은 1105년 축조된 제주읍성의 흔적에서 시작하여 제주에 물류가 도착하는 관문이었던 산지포구를 잇는 산지천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산지천은 물이 귀한 제주에서 가장 큰 용천수가 솟아나는 하천이었기 때문에 산지천 주변으로는 주택과 공장이 밀집되었다. 이제 산지천 주변의 모습은 생태공원, 문화광장,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미술의 아이콘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형제, 독일 작가 A.R. 펭크, 영국작가 안토리 곰리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세계 각국의 비디오 영상작품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과거 동문모텔의 흔적을 소재로 자신의 상상을 덧붙인 일본 작가, 아오노 후미아키의 ‘동문모텔에서 꾼 꿈’, 제주인의 일상이 담긴 저수조의 벽화 이미지와 실제 제주의 모습을 교차시킨 한국 작가 한성필의 ‘해녀 시리즈도 소개된다. 이번 개관 전시를 위해 작가들이 특별히 제주에 머물며 작업한 작품들은 활용을 다한 공간의 기억들을 되짚는 동시에, 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전시장의 과거 기억과 제주의 일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탑동시네마와 동문모텔이 아라리오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뮤지엄이라면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은 기존에 바이크샵, 이벤트회사, 여행사 등 평범한 상업시설로 사용되던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층의 건물이었다. 이곳은 아라리오가 선정한 한 명의 작가 혹은 신선한 기획으로 연출되는 전시공간으로 작가에 집중해 이를 조명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개관전으로는 매년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통해 진정한 예술가적 정신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김구림 작가의 주요작품이 전시된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올해 10월 개관하는 세 개의 미술관 외에 내년 3월 두번째 동문모텔을 통해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지역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가들이 제주도의 오래된 모텔을 기반으로 하여 공간에 집중된 전시를 기획할 예정으로 앞으로 제주 구도심 일대에서 벌어질 현대미술 컬렉션의 작가중심 전시공간 연출의 시도들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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