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주부터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날이 이어지면서 예년에보다 한여름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게다가 기상청 예보 역시 올여름 폭염이 길게 이어진다고 한다. 더위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어느 늦은 오후에 찾아간 미래 소년은 바깥의 후끈한 공기가 무색 할 만큼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는 흥미진진한 요소들로 가득했다.

글, 사진│홍다솜 객원기자( ongda_world@naver.com)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들을 위한 청춘식당
미래소년을 찾아가는 길, 신사역 3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켠 모바일 지도에서는 의외의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기심을 갖고 걸어가다 보면 입구부터 와인을 마시는 어린 왕자부터 성인 잡지를 보는 피노키오까지 성인동화 콘셉트로 이어지는 이색벽화들이 시선을 끈다.

입구에 들어서게 되면 가로수 길의 명물이자 미래소년의 마스코트인 당나귀 미코와 짱구가 선한 눈을 끔뻑거리며 손님을 반긴다. 하루 한 시간씩 건강을 위해 가로수 길을 거쳐 한강까지 산책을 하러 간다는 당나귀들은 올해 여름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고 온다고 한다. 당나귀들과 긴 인사를 하고 미래소년 버스 정류장을 지나면, 재기 발랄한 소품들로 가득 찬 내부와 마주하게 된다.

청춘 식당 미래소년은 정형화된 기존의 다이닝의 이미지를 타파하고, ‘재미’를 담은 B급 문화를 지향한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를 컨셉으로, 직접 모아왔던 다양한 소품들이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가 된다. 옛날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오락기, 각종 만화 로봇과 영웅들, 날아다니는 돼지 등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교실에 걸려 있는 급훈과 같은 문구도 인상적이다. ‘몸이 그러면 어때요, 마음만 소년이면 되지’라는 말은 청춘 식당의 모토이기도 하다.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에 잠시나마 위로를 건네고, 철없던 소년이었을 때처럼 순수하게 즐기는 인생을 살자고 권하는 것이다.

미래소년 옥상본부
1층과 연결된 좁은 계단을 올라가서 만나게 되는 옥상에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재미'를 추구하던 미래소년의 연장선으로 방갈로에 잔디를 깔고, 글램핑(glamping)을 컨셉으로 도심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캠핑 소품들로 옥상을 꾸몄다. 이름하여 ‘미래소년 옥상본부’

글램핑(glamping)은 북미나 유럽 등지에서 자리 잡은 캠핑문화로 ‘화려하다’는 뜻의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야영’을 의미하는 캠핑(camping)의 합성어이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캠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텐트, 침낭, 조리기구 등 각종 장비를 갖추고 떠나야 했던 캠핑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글램핑’이라는 새로운 캠핑문화도 자리 잡게 되었다. 캠핑을 떠나지 않아도 캠핑 장에서 사용하는 도구들과 음식을 함께 즐기면서, 캠핑의 낭만과 여유를 도심에서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소년 옥상본부’ 역시 한여름 밤의 낭만과 여유를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소 좁은 듯 보이기도 하는 옥상이지만 세련된 방갈로와 큰 텐트, 각종 장비 등 캠핑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상추들도 볼 수 있고, 채소를 키우는 장화도 인상적이다. 방갈로나 텐트 안에서는 미니 철판에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청춘 식당의 분위기처럼 메뉴 역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창작요리들이다. 특히 흑맥주 오픈 족발은 최고 인기 메뉴로 기존 족발과 달리 자체 개발한 기구에 족발이 담겨 나온다. 인테리어부터 요리까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가 있을지, 그 재미를 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미래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변화가 궁금해진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도시와는 단절된 듯한 미래소년에서 바비큐와 함께 맥주 한잔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다 보면 여름 밤이 정말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