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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상생이 있는 곳

2012-09-12


최근 라이프스타일에서의 몇몇 키워드를 꼽자면 생활에서는 ‘느림’을, 마음에서는 ‘힐링’을, 의식주에서는 ‘유기농’ 등의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하루하루가 빨리 가고, 그에 따라 정신적인 여유도 없으며, 입고 먹고 사는 일상의 환경 역시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이에 2010년 11월, 수도권 최초로 슬로우시티 인증을 받은 남양주시는 2011년 9월 26일 세계 유일의 유기농 전문 테마파크인 ‘남양주 유기농테마파크’를 개관하여 자연과 인간이 왜, 어떻게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글, 사진 | 김희경 객원기자(nigajota5@hanmail.net)

실감나는 땅속 세계

유기농테마파크는 센터존, 이벤트 존, 체험 존, 웰빙 존 등 총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박물관이 있는 센터 존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는 안내데스크, 다목적 회의실, 정보열람실, 기획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이 테마파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까페테리아가 있으며, 3층에는 옥상 텃밭과 하늘 정원이 있다.

2층 박물관은 도입부(공생과 순환)-전개부(풍요와 위기)-결론부(회복과 실천)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상설전시장의 입구이자 도입부로 들어서니 ‘흙과 생명이 숨 쉬는 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의 흙이 있는 땅속을 연출한 곳으로 식물의 뿌리, 양분을 먹고 사는 곤충과 동물의 생태를 실감 나게 표현하였다. 인상적인 것은 흙 표면에 구멍이 난 부분이었는데 들여다보니 각종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영상이 나와 흙의 생명력에 관한 흥미로운 교육적 효과를 주기도 한다.

땅속 관찰이 끝나면 ‘농사의 시작’을 보여주는 각종 농기구와 박제된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다. 앞부분의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정된 전시물이 단순하게 나열된 것에 불과해 기대감이 떨어진다. 움직이는 않는 것뿐만 아니라 어떠한 효과음도 들리지 않아 아쉽다.

재미있는 가상 체험
몇 년 전부터 박물관은 단순히 전시물을 눈으로 보는 수동적인 관람에서 벗어나 신체를 이용해 직접 체험해보는 능동적인 관람을 유도하고 있는데 유기농 테마 파크에도 다양한 체험들이 있다. 안에서는 주로 디지털 체험을, 밖에서는 아날로그 체험을 할 수 있다. 실내의 경우엔 공간의 제약 때문에 간접 체험 위주로 이루어지지만 실외는 비교적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직접 체험이 많다. 이곳의 디지털 체험은 ‘향토음식 푸드코트’, ‘유기농부되기’ 등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화면에 있는 향토음식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음식재료들을 손으로 터치하여 음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유기농부되기’는 화면에 나와 있는 작물을 선택한 다음 순서에 맞게 터치하면 해당 작물의 유기농 농부임을 인증하는 사진을 출력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하단에 있는 지문등록기로 지문을 등록하여 여러 사람이 체험을 하더라도 각자가 선택한 작물을 인식하게 하였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이다.

전시 전개부분은 산업화와 대량생산으로 인한 풍요의 양면을 가정과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산업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 식품첨가물 및 가공식품, 패스트푸드의 유해성, 패스트 패션의 독성 등을 집, 거리, 가게 등 공간을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다.

유기농, 학습의 장
결론부에서는 유기농의 역사와 원리를 알아보고, 실천방법을 체험해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유기농 연대기와 관련 서적, 관행 농업과 유기농업의 차이를 알 수 있는 곳으로 관행농 업에서 사용되는 화학적 비료, 농약살포기구, 트랙터를 전시한다. 아쉬운 점은 유기농업의 실천의 장이면서 관행 농업을 상징하는 트랙터 타보기 체험이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보인다. 결론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기게 하는 부분이다.

동식물과 함께
상설전시의 관람을 끝내고 밖으로 가보니 해바라기 밭을 비롯해 염소, 토끼, 닭 등을 관찰하고 먹이 주기 체험을 하는 공간들이 있다. 실내 시설 외에 실외에도 다양한 시설을 구비한 이유는 인근에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단체관람의 예상하고 그들의 체험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이들이 토끼장 앞에서 먹이는 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예쁜 곳도 곳곳에 눈에 띈다. 학예연구사의 말에 의하면 해바라기밭을 조성하기 위해 전 직원이 직접 해바라기를 심고, 가꾸고 팻말도 직접 만들고 세웠다고 한다.

유기농테마파크를 둘러보고 나면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자연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개관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되어서인지 상설전시 곳곳에서 미흡한 점이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유기농테마파크라기보다는 환경테마파크에 더 가까워 보인다. “유기농”, “테마”, “파크”가 단어 그대로 각각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계적인 개선을 통해 슬로시티 남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의 유기농테마파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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