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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초콜릿 커피 대학로점_기억의 흔적을 차분하게 만들어가는 실용적인 디자인

2009-06-09

길에서 만나는 달콤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의 흐름에는 진한 커피향기와 함께 입 안 가득 맴도는 초콜릿의 달콤함이 이어진다. 사뭇 젊음의 열기가 넘쳐나 거리의 곳곳을 복잡함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대학로의 거리. 너무나도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도시의 흐름 속에 서로 얼굴 내밀기라도 하듯 요란함으로 가득하다. 그 번잡스러움을 온 몸으로 막고 다소간의 숨통을 열어주고자 디 초콜릿 커피의 공간디자인은 펼쳐진다.

어느샌가 외국계 커피전문점들로 하나둘 채워지던 우리네 도심의 풍경, 그 흐름에 조심스럽게 반기를 들듯 압구정점을 기점으로 시작된 디 초콜릿 커피의 반란은 자못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토종 테이크아웃 커피점 브랜드의 성공은 디자이너의 세심한 사이트 분석과 공간의 효율적인 배치가 든든한 한몫을 담당한다. 1,2호점의 장소성과 향에 대한 배려, 담백함으로 얻어낸 물성의 흔적 남기기는 프랜차이즈의 연속성에 기인하여 6호점 대학로점에도 어김없이 지속된다.

디 초콜릿커피로 리모델링되기 전 내부공간은 애초 125m2이 채 안 되는 아담한 곳이었다. 커피전문점의 기능적임을 고려해야하는 탓에 주방과 카운터의 기능을 제외한 홀 공간의 협소함은 외부공간으로의 확장을 필요로 하였고 당연히 테라스는 그 대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오히려 디자이너는 내부공간을 축소시켜 기둥 안쪽으로 들여 미는 방식을 택한다. 출입구 또한 측면으로 이동시켜 동선을 우회시킨다. 이로 인해 외부로 더욱 확장된 테라스는 내부 홀보다 더욱 커다란 고객의 공간으로 제공된다. 두 공간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월로 시각적 트임을 이어준다. 그리고 거리 전면을 향해 테라스에는 넓은 창을 마련하고 상부에는 가변형 차양시스템을 적용한다. 경사진 지붕면을 덮고 있는 차양시스템은 건축법으로 적용면적을 해결해가면서 실외이지만 실내 같은 분위기로 유도한 기능적인 차양이다. 이 차양 덕택에 커피전문점의 공간은 손쉽게 개방과 폐쇄가 가능하며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공간의 다양성을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다소 비좁은 듯한 내부공간은 ㄱ자로 꺾이면서 공간의 아늑함을 이끌고 있다. 그 꺾어진 안쪽 벽은 지속적으로 디 초콜릿커피 브랜드에 적용된 벽화의 터치가 사람이 담긴 커피전문점의 공간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낸다. 안쪽 깊숙한 공간인 만큼 그림의 밝기에 따라 어두워 보이는 공간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도 한다. 이와 더불어 벽면과 천장 곳곳을 채우고 있는 잣나무 고재와 적층 콘크리트는 시간성과 물성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며, 비슷한 톤으로 홀과 테라스 면을 감싸는 황토 빛 마감 역시 고객 주인공으로 바탕이 되는 넉넉한 배경색이 된다. 입구에 면한 큼지막하고 무덤덤한 황토 빛 벽면은 입구의 진입을 차분하게 이끌어주고 그 자체로 테라스 영역의 힘을 얻어주는 의미있는 벽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디 초콜릿커피 대학로점의 디자인은 협소한 내부공간을 실용적인 재치로 풀어내었다는데 그 무게를 지을 수 있다. 또한 그 무표정한 듯 담백한 색채는 복잡한 거리의 움직임들을 차분히 여과시키고 기억의 흐름이란 또 다른 언어로 의미 지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취재_김용삼 편집장_안정원 사진_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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