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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몸과 움직임의 디자인, 새로운 방식으로의 소통

2011-07-28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아빠를 그리다가 어린것은 잠이 들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당신은 감옥살이 그 얼마나 고생을 하오, 십 년이 가도 백년이 가도, 살아만 돌아오소 울고 넘던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글 | 구선아 객원기자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아픔과 슬픔이 묻어나는 이 글은 한국전쟁 당시 애국지사와 저명인사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미아리 고개를 넘어 납치되어 가는 아픈 역사의 현장을 옮긴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옛 노래의 가사이다. 황금심, 나훈아 등 우리의 전통가요 가수들에 의해 여러 번 불리어진 노래이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알기에는 힘든 노래이다. 얼핏 들어보았더라도 미아리 고개가 실제 있는 곳인지 갸우뚱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것이다. 미아리 고개는 현재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장의 미아리 고개’ 노래비가 설치되어 있기도 한 실제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미아리 고개는 뜨거운 열정과 젊음이 가득한 장소로 탈바꿈 되고 있다. 젊은 실험 정신이 가득한 ‘끼리댄스페스티벌 2011’이 바로 이곳에서 매년 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1년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끼리댄스페스티벌은 장르를 뛰어넘어 ‘몸’과 ‘움직임’이라는 주제로 관객과 소통하는 실험적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연 행사이다. ‘끼리’는 ‘서로 함께’라는 뜻을 의미하는 접미사. 끼리댄스페스티벌은 2009년 젊고 열정적인 퍼포머와 안무가,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자들이 모여 만든 창작의 장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운영과 최고의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울목무용단과 아리랑아트홀이 손을 잡고 시작하게 됐다.


끼리댄스페스티벌이 열리는 아리랑아트홀은 미아리 고개 꼭대기에 위치한 곳으로 성벽 건물을 개조한 소공연장이다. 동굴 같은 비밀스런 입구를 지나면 레드와 블랙으로 이루어진 현대적 공간과 함께 공연장에 들어서게 된다.

공연장 무대엔 르 꼬르뷔제(Le corbusier)의 롱샴교회(Ronchamp) 일부가 연상되는 큰 오브제가 놓여있다. 이는 무대 배경이기도 하고 무대 장치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에 다양한 사각형 형태의 개구부가 다양한 크기로 오브제의 정면 곳곳에 위치하여 퍼포머의 움직임을 확장시키고, 무대 조명의 색, 형태, 위치 변화를 통해 무대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의자, 사다리, 줄, 거울 등의 소품은 퍼포먼스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 무대를 배경으로 이번 끼리댄스페스티벌은 20, 30대의 젊은 안무가 12인의 열정이 넘치는 12개의 무대로 꾸며졌다. 7월 16일부터 8월 7일까지의 주말마다, 4주간총 8회의 공연이 펼쳐진다.

페스티벌의 첫째 주에는 이기적으로 변화하는 안타까운 사회의 현실을 말하고자 하는 ‘doubt(믿지 못하다. 의심하다)’와 삶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동행’, 인생의 수많은 기다림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Line up’이 공연되었다.

둘째 주에는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법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주제로 움직임을 통해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내용의 ‘지워진 가슴’, 어릴 적 많이 했던 고무줄놀이를 통해 인간관계 형성과정을 ‘사이’로 표현해낸 ‘거리이론’, 불안한 미래를 도마 위의 생선에 비유한 ‘도마 위의 생선’이 무대에 올랐다.

셋째 주에는 외로움과 소외 속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한 낮의 달에 비유한 ‘낮달’,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소통을 통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one’,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을 때 겪었던 자기만의 세계와 세상 사이에서의 혼돈에 대해 소통하고자 하는 ‘I'm the alice’가 관객과 만났다.

페스티벌의 마지막인 넷째 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단절을 강강술래의 덕석몰기, 남생이 놀이, 문지기 놀이, 고사리 꺾기 등의 특징들을 통해 놀이형식으로 구성한 ‘Round Dance’와 바쁜 일상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AM 08:00’, 가족이라는 울타리 아래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가족-아들의 정체성’이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12개의 공연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각 공연은 때론 한국무용의 느낌으로, 때로는 발레의 느낌으로, 때로는 현대무용이나 연극의 한 장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한 퍼포먼스의 컨셉, 스토리마다 달라지는 사운드와 퍼포머들의 의상도 공연을 재미있게 하는데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공연의 사운드는 퍼포머의 나레이션은 물론 괴기스런 소리, 동요,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다양한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관객이 무대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퍼포머의 의상 또한 개량한복부터 일상복까지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OFF-브로드웨이라 불리는 끼리댄스페스티벌 공연에 대한 일정과 위치는 아리랑아트홀(02-927-3414)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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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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