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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재료와 형태로 표현된 경제적인 집

2011-11-28


‘다세대 주택’의 건축적 어감은 팍팍하고도 찜찜하다. 다세대 주택이 건축법상으로는 공동주택의 범주이나, 실제로는 공동의 삶을 담는 여유가 없는 까닭이다. 그 집을 짓는 이유가 좋은 삶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세대 주택은 한 덩어리의 소규모 주거유닛을 각각 떼어내어 팔 수 있게끔 고안 되어진 ‘집장사’ 건물이다. 아파트 시장이 그러하듯, 다세대 주택의 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요구에 따라 단순히 집을 짓고 파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왜곡된 주변의 이해관계가 다세대 주택을 짓게 하는 이유가 된다.

자료제공 | Wise Architecture(http://wisearchitecture.com)

설계 WISE Architecture/ 장영철, 전숙희, 문은경
시공 한글종합건설㈜
위치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 2가 652
대지면적 310m2
건축면적 176m2
연면적 785m2
규모 지상 4층
구조 철근 콘트리트조
외부마감 컬러 강판(color metal panel cladding), 스위텍 폴리카보네이트 BDL 시스템 (Switec Polycarbonate BDL System)
사진 황효철

몇 해 전 서울의 여느 곳이 그러하듯이, 도시 속 섬 같은 동네 금호동에도 재개발의 바람이 불었다. 산 중턱을 파헤치는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었고, 남아있는 산동네의 다가구 주택들 중 눈치 빠른 이들은 지분을 쪼개 다세대 주택으로 변신하였다. 새로 지어질지도 모르는(혹은 안 지어질 수도 있는) 아파트 딱지 한 장을 손에 쥐기 위해서였다. 얼마 남지 않은 빈 땅들 위에도 다세대 주택이 지어지고 분양되기 시작했다. 재개발 사업에 땅을 헐값에 수용당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순진한 건축가라면 이러한 찜찜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우리는 집장사들에게 세뇌된 건물주에게도 건축적 사고방식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2차원의 최대 연면적을 뽑아내는 평면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믿는 집장사들의 사고방식에 대응하여, 삼차원의 공간적 사고에 익숙한 건축가는 건물주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는 가장 경제적인 볼륨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볼륨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요구하는 시공비로 적절한 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적인 볼륨은 금호동의 번잡한 변두리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심플한 형태와 재료로 표현이 되었다. 그 내부의 큰 체적의 공간이 보다 나은 삶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건축가라면 누구든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많은 건물주들이 집장사 시장의 압박감(전용면적 25평 이내에 침실 3개, 거실, 화장실 2개, 가능한 넓은 테라스, 별도의 다용도실, 저급한 취향의 마감재료, 세대 당 1.5대 이상의 주차 공간 확보요구 등)을 이기지 못하고, 지어지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건축가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Y-House의 경우에는 집장사 시장의 기준에 맞추어 4개의 주거유닛을 남쪽으로 반듯하게 배치하여 건물주가 낯설어 보이는 집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을 해소시켜 주었다. 대신 부정형의 대지 형태로 인하여 집장사 시장에서는 핸디캡을 가지는 대지의 북쪽 부분에 중이층 로프트 형식의 스튜디오를 만들자고 빡빡 우겼다. 준공 후 건물주가 어차피 ‘버리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북쪽의 로프트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Y-House는 단순한 형태와 검소한 재료로 마감된 집이 되었다. 내부는 높은 층고를 가지고, 시야는 주변의 아파트들의 답답한 벽들을 피해가며, 좁지만 열려있는 골목길들로 집의 내부를 넓게 확장시킨다. 옹색한 담벼락 꽃밭이 아닌, 함께 채소도 심고 나무도 심는 텃밭의 공간을 동네 사람들에게 찾아주고, 텃밭과 마주한 낙낙한 평상은 동네사람들이 쉬다가, 놀다가, 아이들이 숙제도 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다.

이 집의 1층에 세 들어 사무실을 운영하는 관계로 이 집의 좋고 나쁨을 고스란히 피드백 하고 있다. 나쁜 점 중의 하나가 전면 폴리카보네이트 커튼월 부분이 소음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면 도로의 소음이 그대로 실내 공간으로 전달이 된다. 사무실에 있으면,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의 집에 대한 평가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어떤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스치로폴로 집을 짓냐…"라며 혀를 끌끌 차고 가신다. 어떤 아저씨들은 "이거 창고 아냐?" 하시고 어떤 아가씨들은 "이게 집이야? 사무실이야?"라고 호기심을 보인다. 어떤 아이들은 "엄마! 이 집 멋있다!"라고 좋아하며 지내간다. 그들의 반응이 다들 제 각각 달라도, 건축적 다세대 주택이 무엇인가 그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내고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러나 누가 우리에게 또 ‘다세대 주택’을 의뢰한다면 거리낌 없이, 그럼요 해드릴께요“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단순히 집장사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건축주를 설득해 나가기가 팍팍하거나 찜찜해서라기보다는(이런 건축주들을 만나고 설득해 나가는 것은 건축가들의 숙명이 아닌가?) 짠 설계비에 과다한 디자인 욕심으로 헉헉댈 것이 다분한 일의 무모함에 걱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그 과다함이 어느 정도 성취될 때는 우리는 그 무모함을 또 망각할 것이고) 결국 성심껏 만들고 지어낸 것이, 아직 집장사 주택 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검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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