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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앨리스의 세계로 떠나는 신비로운 여행

2002-08-20

딱딱한 회사사이트를 벗어나 신비로운 세계로
Alice in Wonder Web World



1. 클라이언트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었다???

WHiTE는 TTL, ⓣing, UTO 등의 유명 광고 캠페인을 벌여온 광고 대행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광고 이외에도 영화, 출판, 인터넷 등 여러 분야에 조직화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회사다. 창립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의 분위기는 자유롭고 유연하고 개성적이어서 일반 회사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크리에이티브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 클라이언트가 그들의 회사 홈페이지를 어떻게 ‘만들어달라’ 요구해 올지 매우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할수 있도록) 디자인 작업에 있어 특별한 제약이나 가이드라인은 드리지 않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마음껏 해 보라는 클라이언트의 말에 그때는 그게 더욱더 고통의 길이란 것을 모른 채 기뻐하였고 회사사이트 제작에 있어 클라이언트가 우리에게 이렇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었다.


2. 우리는 자유 속에서 방황해야만 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보통 사이트를 제작할 때는 관련 이미지나 내용들이 정해져 있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여줄까를 고심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메뉴를 짜는 것은 원래 그렇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꽤나 많은 시간을 방황해야만 했다.

어쨌든 넣을 내용이 없는 백지 위를 채워나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하나의 규칙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그 규칙 즉, 사이트 전체를 이룰 컨셉과 분위기를 잡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체 제작시간의 절반 이상을 컨셉과 아이디어 회의하는데 보내게 되었다. (물론 그 시행착오의 시간들도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 )

3. 결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Alice in Wonderland)

시작은 기존의 회사사이트와 다르게 하자라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물론 포탈형식의 많은 컨텐츠를 담고 있는 회사사이트야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는 상단에 플래시 이미지가 있고 하단에 공지사항이 있고 맨 위에 메뉴가 있는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에 질려있었고 WHiTE는 컨텐츠 보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면 되므로 그러한 분위기를 탈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디자이너가 최고의 기획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작업을 해보고 다시 기획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물론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만 그대신 과정 중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보고 여러 가지 실험을 일단 해볼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사이트 전체적인 분위기 설정을 위해 리히텐슈타인의 팝이미지에서 부터 손 맛나는 수채화의 느낌까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고, 결국은 마그리트의 그림 같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결정하였다. 실제로 WHiTE라는 회사가 제작하는 광고 이미지가 그러한 ‘초현실’ 분위기와 닿아있었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곳=초현실적인 곳=WHiTE’라는 등식이 가능했으므로 회사의 이미지에도 적격이었다.


그러나 그 초현실적인 것을 이끌어나갈 메인 줄거리는?

그것은 앨리스...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우리는 앨리스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모두 ‘이거다’라고 반응했고 곧 앨리스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정말 신비롭고 상상력이 가득한 세상을 그려내고 있고 그러한 분위기는 우리가 원하는 ‘특이한 세상, 비현실적인 세상, 상상력이 있는 세상’을 그려내기에 적격이었다.

<시나리오>
호기심 많은 앨리스가 바로 유저가 된다. 클릭하는 순간 떨어져서 신비롭고 이상한 나라 화이트에 도착하여 여러 방과 공간을 둘러본다. 각 방에는 다른 공간이나 물건이 존재하고 각각의 공간속에서 화이트에 대한 소개를 보게 된다.

4. 그리고 작업은 진행된다


사이트 모션 컨셉은 현란한 모션과 인터랙션을 보여줬던 기존의 포스트비쥬얼 작업들과 달리 전체적으로 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것은 자주 접속하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것이다. 기존의 작업들처럼 단발성, 홍보성 작업이 아니라 회사 사람들이 자주 접속하고 이용해야 하는 사이트기 때문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했다.

<작업과정>

a. 출발은 앨리스에 대한 연구로!

우리는 닥치는 대로 앨리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사이트에 가서 글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고 그동안 출간되었던 동화 일러스트들을 모으고 영화나 연극의 이미지를 모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조사를 하면서 앨리스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 보았던 앨리스 만화가 단순한 아동용 만화가 아니었음을, 얼마나 풍부한 상상력과 상징과 재치의 세상이었던 가를 알고 놀라게 되었다. 최근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쌍둥이 할머니 컨셉과 방들은 앨리스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상관없는 여담으로 이야기하자면 앨리스의 작가인 루이스캐롤은 수학가이면서 작가이면서 성직자이면서 사진가인 아주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는 옥스퍼드의 수학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 신학장의 가족과 뱃놀이를 갔다가 그의 10살 난 딸인 앨리스 리델에게 반하게 되고 그 애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조금씩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것이 바로 유명한 아동문학이 된 것이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는 순수한 것을 동경하였던 루이스 캐롤은 끝까지 독신으로 남아 생을 마치고, 모델이 되었던 앨리스 리델은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루이스 캐롤이 준 편지들을 팔아서 돈을 모았다는 다소 슬픈 이야기로 끝이 난다.

b.여러가지 이미지 컨셉 작업과정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위해 여러가지 이미지 작업들을 시도해보는 과정을 거친 후 최종 이미지컨셉과 방향을 정하였다.

c. 일러스트가 필요해

빙그레 웃다가 사라지는 철학자 같은 체셔고양이, 매일 티타임인 모자장수, 시계만 보면서 정신없이 다니는 현대인 같은 토끼, 하얀장미를 붉게 칠하여 눈가리고 아웅하는 카드병정 등 앨리스에 나온 캐릭터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 캐릭터를 직접 이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러스트가 필요하게 되었고 우리는 어떤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넣을까 고심하게 되었다. 판화 같은 느낌의 일러스트, 펜화느낌의 일러스트에서 서양 고전식의 밀도 높은 일러스트로 결정을 하고 그에 적합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기 위해 고심을 하게 되었다. 몇 주간의 사이트 서핑으로 우리는 실력 있는 iWan씨를 발견(?)하게 되고 덕분에 작업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먼저 각 메뉴에 맞는 방의 분위기와 들어갈 캐릭터를 정한 후 일러스트를 조율하였다.

Intro – 새로운 세상으로 떨어지기 전의 앨리스
Loading – 떨어지는 앨리스
Home- 긴 복도와 여러 개의 알 수 없는 방들의 모습과 앨리스의 뒷모습
WHiTE Style– 쌍둥이 형제, 고양이, 카드병정
WHiTE next – 시계보는 토끼
WhiTE People- 모자장수

d. 촬영과 플래시 편집

WHiTE people은 WHiTE 회사의 직원들을 소개하는 메뉴다.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사원들을 소개할까 고심한 끝에 각자의 이미지 무비를 간단하게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젊고 자유로운 회사인 만큼 회사 직원들도 각각의 개성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표현하기에 적합하였다.

우리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아주 간단한 설문을 돌리고 그 대답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성격에 맞는 무비 컨셉회의를 하였다. 실제로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사람은 베이스를 치면서 대도시에서 사막으로 번지점프를 하고, 자신의 차를 끔찍히 좋아하는 사람은 차를 타고 이상한 세계로 날아 다닌다. 라는 식의 개개인의 시나리오를 정한 후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물론 촬영전에 그 사람의 컨셉에 맞게 의상이나 소품을 부탁했고 모두들 기꺼이 응해주었다. 촬영 중에 재미있었던 점은 직접 얼굴이나 분위기를 모른 채 순수히 설문만을 가지고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잡고 컨셉을 잡았는데 놀랍게도 거의 다 맞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순조롭게 촬영할 수 있었고 한명씩 촬영할 때마다 상상한 이미지와 맞는 개성 가득한 WHiTE 인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어서 즐겁게 촬영을 끝냈다.

플래시 편집은 직접 비트맵 소스를 PNG투명 파일로 임포트 해서 작업하였다. 간단하고 짧은 무비였기 때문에 복잡한 동작이나 모션을 쓰지 않고 가볍게 작업하였고 멘트와 부제는 촬영을 한 본인들이 직접 작성했는데 광고회사라 그런지 톡톡 튀는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촬영과정>

<완성화면>

5. 꼼꼼한 클라이언트, 20메가의 커뮤니케이션


위의 작업들을 플래시로 옮기고 액션을 넣고 서로 붙여서 간신히 모양새를 갖춘 후 클라이언트에게 작업을 보여주었다. 그 동안 작업 게시판을 통해서 진행되는 작업들을 공개하였기 때문에 서로 의견은 교환된 후였다. 처음 기획단계에서 앨리스 컨셉은 클라이언트에게 컨펌을 받았고 화이트 입장에서는 한번 컨셉에 대해 컨펌을 한 후에는 작업은 최대한 자유롭게 하게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실제로도 그러하였다.

그러나 너무 자유롭게 한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될 무렵 20메가나 되는 ‘WHiTE 웹사이트 버그 수정안’이라는 파워포인트 파일이 도착하였다. 우리는 너무 놀랐고 파일을 열어본 후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클라이언트는 너무나도 꼼꼼하게 화면 하나하나를 캡쳐해서 디자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용상, 사용상 잘못 된 점과 여러 가지 의견사항을 기재해 놓았다. 이렇게 편리하고 친절할 수가! 보통 클라이언트들은 전화상으로 이것저것 고칠 것을 이야기 했다가 말이 바뀌기도 하고 그러는데 처음부터 꼼꼼하게 문서화해서 정리해 놓는 그들의 완벽성과 철두철미성은 오히려 우리를 편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3~4번의 파워포인트파일이 오가면서 파일의 용량은 점점 줄어들었고 작업은 서서히 끝이 나게 되었다.

6. 에필로그

다소 엉뚱해 보였지만 앨리스를 프레임 안에 담고자 했던 우리의 시도는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딱딱할 수 있는 회사 사이트지만 자유로운 클라이언트 덕분에 마음껏 작업해 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즐거움이 컸다. World Wide Web은 정말로 Wonder Web World 가 아닐까. 그 속에는 상상력과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으니까 말이다. 앞으로도 기존의 작업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모험을 계속 해보고 싶다.



->다음장에는 포스트 비쥬얼 제작팀의 미니인터뷰가 있습니다.


사이트규모에 비해 제작기간이 3개월이면 긴 것 아닌가?
윤 : 우리도 이렇게 길게 걸릴 줄 몰랐다. (웃음) 한번 전체적으로 엎은 것도 있었고, 벤치마킹이나 컨셉 설정의 기간도 길었다. 앨리스라는 설정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 결과 일러스트를 도입한 독특한 감성 사이트로 만들어 질 수 있었다.

벤치마킹하고, 컨셉츄레이션 하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윤 :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다 같이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각자 아이디어와 조사를 통해 모은 자료들을 놓고 회의를 한다. 벤치마킹한 여러 자료들을 보여주고 실험적인 방향을 모색한다.

아이디어가 좋지만, 웹 디자인으로 구현하는데 기간이나 작업자에 따른 한계상황이 있을 텐데..
윤 : 우리는 ‘안되는 것은 없다’ 주의다. 회의하다가 이러 이러한 건 좀 어렵지 않을까, 우리 역량상 좀 힘들지 않을까 하면 설 실장님이 그러신다.. “한번 해보죠.”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시작 때는 엄청 고통스럽다.
이번 작업도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작업함으로 해서 포스트비쥬얼의 이전 작업들과 또 다른 감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며 계속 새로운 것들을 실현해갈 생각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오는 것, 그걸 실현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 힘들지만 이런 것들을 우리는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다른 것들을 해보고 실험해보는 것이 포스트비쥬얼의 모토이기도 하다.

화이트 사이트를 통해 실험해본 것들은 어떤 것인가?
윤 : 일단 일러스트를 통해 이제까지 우리가 작업해 온 것들과는 또 다른 감성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고, 우리가 관념적으로 더욱 집중했던 것은 웹 디자인의 감성, 상업적 사이트의 감성이 아니라 미술에서 가져온 그 어떤 것들을 표현하려 했다.
웹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예쁜 레이아웃, UI의 간결성 이런 것에 집중했을 텐데, 우리는 웹이 아닌 다른 매체의 느낌을 웹으로 옮겨보자는 시도를 담았다.
UI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았지만, 클라이언트는 광고회사다. 광고회사로서 그들의 개성,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이트는 이성적으로 따질 수 있는 어떤 완성도보다 유저의 감성을 움직이는 사이트여야 했다.

꼼꼼한 클라이언트라서 편했다고 했는데, 그만큼 스트레스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진행상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윤: 아니다..그건 정말 편했다. 다른 클라이언트 같으면 내내 아무 말 없다가 이것저것 자잘한 수정을 요구하는 게 많은데, 문서로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했기 때문에 장시간 고생은 했지만 정말 편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려움이 있었다면 구현상의 어려움이었다. 스틸 컷 몇 장 가지고 플래시 무비를 구현해야 하는 것, 무비마다 컨셉을 만들었는데 이게 잘 전달될까 하는 것, 실제 메뉴와 관념적인 비쥬얼들을 조합 시키는 것… 그런 점들이 어려웠다면 어려운 점들이었다.

앞으로 포스트비주얼의 방향을 이야기한다면?
윤: 계속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컨셉의 작업들을 시도할 것이다. 가벼움의 미학으로 그치지 않는 깊이있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 외에 영상과 인쇄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있다.
우리는 분야에 국한받지 않고 늘 실험적이고 도전적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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