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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신작 『게드 전기』의 제작배경

2006-08-01


일본에서 오는 7월 말에 개봉 예정인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신작 『게드 전기(ゲド戰記)─TALES from EARTHSEA』가, 한국에서도 거의 같은 시기인 8월 10일 개봉이 결정되었다. 『게드 전기』는 어슐러 르 귄의 판타지소설 『어스시의 마법사(A Wizard of Earthsea)』의 일본판 제목이다. 국내에서는 『어스시의 마법사』란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어 있는 작품으로,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자의 정체를 알기 위해 여행하는 대현자 게드와 나라를 버린 왕자 아렌의 만남과 모험을 그리고 있다.

글_ 선정우 (만화칼럼니스트, 만화기획사 코믹팝엔터테인먼트 대표)


『어스시의 마법사』는, 미국의 작가 어슐러 K. 르 귄(76세)이 남긴 판타지문학의 금자탑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1968년부터 2001년에 걸쳐 출판된 이 소설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문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가 어슐러 르 귄은 1929년 미국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중세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장학생으로 파리에서 체류하는 동안 역사학자 찰스 르 귄을 만나 결혼했다. 그녀는 판타지문학에 있어서의 대표작 『어스시의 마법사』 이외에도 SF에 속하는 『어둠의 왼손』과 『바람의 열두 방향』 등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세계적인 SF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 어슐러 K. 르 귄 공식 사이트:http://www.ursulakleguin.com/

작품 발표에 맞춰 지브리 홈페이지도 『게드 전기』 중심으로 개편되었으니,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지브리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 스튜디오 지브리 공식 홈페이지:http://www.ghibli.jp/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64세)의 장남 미야자키 고로(40세)가 이 『게드 전기』로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에 첫 도전한다는 사실은 지난 2005년 12월 13일 발표되었다. 2005년 12월 14일자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967년 생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대학 졸업 후 건설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1998년부터 「미타카의 숲─지브리 미술관」의 종합 디자인을 맡았고, 그 후 2001년부터 2005년 6월까지 동 미술관의 관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2004년에는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일본 문부과학성의 장관) 신인상 예술진흥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남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 작품, 2002년 6월 국내 개봉)으로 제 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제 75회 아카데미영화제 장편애니메이션상,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애니메이션상, 로스앤젤레스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애니메이션상 등을 수상했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 작품, 2004년 12월 국내 개봉)으로 제 6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기술공헌상 등을 수상한 일본 유수의 애니메이션 연출가로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 감독이다. 그의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국내에서 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후속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전국 175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어 302만 명의 관객 동원으로 한국에서 개봉된 일본영화로서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 덕분에 이번 신작인 『게드 전기』 역시 비슷한 규모로 전국 개봉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어, 어느 정도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가고 있다.
참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매우 오래 전부터 『어스시의 마법사』를 좋아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미야자키 본인이 직접 『어스시의 마법사』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오래 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 있어왔다. 심지어 필자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어스시의 마법사』의 관련성에 대해 처음 글을 썼던 것도 1990년대 초, 즉 지금으로부터 거의 15년 전의 일인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본인이 아니라 그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을 통해 드디어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게 되었으니, 더더욱 호사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 역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로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르기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어스시의 마법사』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왔다고 말한다. 사실 지금까지 일본 내에서 발표된 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나 각종 연구서를 보면 『어스시의 마법사』에 관한 언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30년 가까이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을 원했을 정도라고 하는데, 무슨 이유로 지금껏 『어스시의 마법사』를 애니메이션화하지 못했을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뒷이야기가 있다.

어슐러 르 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어스시의 마법사』가 1968년 출간 이후 헐리웃에서 영화화에 대한 요청이 있었을 것은 쉽게 상상이 간다. 또 다른 판타지 소설의 대표작 『반지의 제왕』 역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개봉된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화 이전에도 몇 번이나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영상화되었던 것만 보더라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원작자 어슐러 르 귄 본인이 『어스시의 마법사』 영상화에 대해 좀처럼 허락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1968년 출간된 이후 36년 만인 2004년에야 TV 발표용 영화로서 처음으로 영상화된 바 있는데, 『어스시의 전설(Legend of Earthsea)』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그다지 호평을 얻지 못했다(실사영화판 『Legend of Earthsea』(2004년) 정보:http://www.imdb.com/title/tt0407384/).
2005년 12월 14일자 일본 「데일리스포츠」 기사에 따르면, 스튜디오 지브리 역시 과거에 한 번 애니메이션화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2002년, 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호평을 얻고 있던 시점에 『어스시의 마법사』 소설의 일본어판 번역자를 통해 어슐러 르 귄 측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 이때 원작자 측에서 “(이 작품의) 영화화가 가능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밖에 없다”며 스튜디오 지브리에 애니메이션화를 의뢰했고, 그 덕분에 오랫동안 멈춰있던 기획이 다시 시동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대신 어드바이저 역할로 참여하고 있던 장남 미야자키 고로가 점차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데일리스포츠」 기사를 계속 인용하자면, ‘미야자키 고로 씨가 만든 콘티와 스토리 구성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도 “이 정도면 가능하다”고 인정해주었다. 심지어 원작자 어슐러 르 귄도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콘티를 보고 OK했는데, 최근까지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만큼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면 앞서 인용했던 2005년 12월 14일자 「마이니치신문」 기사에는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이런 코멘트가 실려 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7월 6일 도쿄에서 열린 작품의 완성시사회에서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를 통해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합격점을 내렸다는 소식이 발표되기도 했다.
2006년 7월 7일자 일본 「스포니치」에 따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던 관계자 시사회에 나타나 작품을 보던 도중에 자리를 떠서 주변을 당황시키기도 했다는데, 결국 최종적으로는 “솔직한 접근 방법이 좋았다”는 코멘트를 남겼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게드 전기』 감독일지(http://www.ghibli.jp/ged_02/) 2005년 12월 13일자를 살펴보면, 미야자키 부자(父子) 감독의 입장을 「마이니치신문」 보도보다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아버지가 반대한 이유를 여기에서 성급히 기술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제가 감독을 맡게 된 경위와 매일매일의 제작상황을 전하는 와중에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동시에 자신이 이 작품의 감독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제가 『어스시의 마법사』 감독 자리를 받아들인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어스시의 마법사』란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아버지와의 관계 등으로 인하여 지금껏 오랫동안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이상 부인하기 힘들 만큼 내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본래 작품으로 말해야 할 입장에 있는 ‘감독’으로서 인터넷 상에 감독일지를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게드 전기』 홍보가 시작되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라는 형용사가 따라붙을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 대해서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가 내린 결론은, ‘작품 그 자체로 답한다’는 것은 물론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작품 그 자체로 승부하기 위해서라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미야자키 고로를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게드 전기』의 감독일지를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것에 동의했다.
감독으로서는 관객들에게 작품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이런 정황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일지를 발표하여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아닌 「미야자키 고로 감독」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전하면서 오히려 『게드 전기』를 선입관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의 의미가 크다. 이 감독일지를 통해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이 영화의 테마를 「지금, 제대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고 밝히고 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일본에서 벌써 30년 전인 1976년에 첫 번역판이 이와나미쇼텐에서 출간되었다. 원작의 첫 출간이 1968년이므로 그로부터 8년 후인 셈인데, 그렇더라도 너무 오래 전이다 보니 당시로서는 제목을 『게드 전기』라는 전형적인 일본식 타이틀로 바꾼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게드’는 등장인물인 대현자 게드를 가리킴).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판타지와 SF 등 장르문학에 있어서 훨씬 앞선 시장을 갖고 있다. 『어스시의 마법사』=『게드 전기』 역시 일본에서는 시리즈 전 5권과 외전 1권이 전부 번역되어 있고, 지금까지 도합 98만 2000부의 판매고를 올릴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역시 1976년의 번역판을 본 직후부터 『어스시의 마법사』에 관한 코멘트를 남기고 있는데, 필자는 1980년대 초반에 발행된 일본 애니메이션 잡지에서 미야자키 감독이 벌써 『어스시의 마법사』를 언급하는 대목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당시부터 『어스시의 마법사』의 애니메이션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앞서 기술한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발언을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원작자 어슐러 르 귄의 거부로 『어스시의 마법사』를 만들 수 없었던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이 직접 원작까지 맡았던 작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등을 통해서 대신 『어스시의 마법사』로부터 받은 영향을 표현했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참고로 『게드 전기』의 영문 타이틀은 『Tales from Earthsea』라고 발표되어 있는데, 일본에 『게드 전기 외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시리즈 제 6권의 원제 역시 『Tales from Earthsea』여서 어떤 관계가 있는지 관심이 간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시리즈 3권 『머나먼 바닷가(The Farthest Shore)』와 4권 『테하누(Tehanu, The Last Book of Earthsea)』를 중심으로 하여, 세계 이변의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대현자 게드(Ged)와 왕자 아렌의 여행을 그리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발표되어 있다.
아렌 왕자의 성우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그룹 V6의 일원인 오카다 쥰이치가 맡고 있다. 오카다 쥰이치는 2002년 V6의 멤버로 한국 음악제에 참여한 바 있고 2004년에 V6가 한국문화공헌교류상을 수상하며 음반도 국내 발매되었다고 한다. 배우로서도 주연 영화 『도쿄 타워』가 작년에 한국 개봉되어, 일본인 배우로서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밖에 일본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フライ, ダディ, フライ)』와 『꽃보다도(花よりもなほ)』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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