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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한국독립애니메이션, 한 가운데에서

2004-10-04

스튜디오의 이름인 ‘미메시스 (MIMESIS)’ 란,
모방, 예술적 모방과 예술적 재창조, 재현.. 현실을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한다는 뜻이다.


미메시스의 웹사이트
http://www.mimesistv.co.kr

미메시스 웹사이트는 2000년 오픈하였다.
지금까지 전승일 감독이 제작한 이미지들과 미메시스의 전시 정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각종 활동과 글이 잘 정리되어있으며, 작품의 포스터와 비디오테이프 온라인 구입도 가능하다.



1992년도, 미술대학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과 같은 평면회화 작품보다는 ‘무언가 다른 것을 해 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작품을 시도하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졸업 전까지 판화작품이나 걸개 그림 등 민중미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순수회화보다는 현실과 관련된 것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무엇보다 당시 교류가 많던 선배들 중에는 애니메이션 업체인 서울무비에 입사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덕분에 그 당시 최신의 외국 우수단편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프레드릭 벡’을 비롯하여 기타 개성있는 여러 단편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 둘 씩 알게 되면서 그들의 스타일이나 작품성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그 창작물들이 여느 회화작품들보다 더 풍부한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대우 8미리 비디오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던 영상들,을 황학동 중고시장에서 어렵게 구입한 흑백 TV에 스틸상태로 pause 시켜놓고 그 위에 셀을 올려 볼펜으로 빠르게 드로잉한 후 다시 셀 위에 종이를 놓고 연필로 드로잉한 그림들을 촬영하여 만들었다.

촬영은 35미리 애니메이션 카메라를 구할 수가 없어서 애니메이션 작업하던 선배의 도움을 받아 일제 VTR '빅터-10000'으로 프레임 단위 촬영을 했다.

MOT 뮤직비디오보기



카메라는 'FUJIFILM Finepix S2 Pro'로 촬영하였다.
이 디지털 카메라는 컴퓨터와 연결되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프레임 단위 촬영을 컴퓨터 안의 슈팅 프로그램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캐릭터의 동작이나 움직임을 비교, 확인해가면서 작업할 수 있고, 동영상 프리뷰를 통해 효율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Cold Blood]의 총 제작기간은 4개월이었다. 그만큼 강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메인 프로덕션만 2개월이 소요되었고 김포에 있는 작업실에서 (조정현 미술감독의 작업실) 작업을 마쳤다. 인형 애니메이션을 위해서는 큰 공간이 필요했는데, 재료를 보관해야 했으며, 인형이 연기할 수 있는 세트가 필요했다. 또 조명 장치들과 카메라를 설치했고 컴퓨터 등 각종 장비들을 배열해야 했다.

까다롭고 힘들었던 부분은 촬영 중간 중간에, 사소한 잘못이라도 발생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기존의 2D 애니메이션이라면 리테이크 부분을 한 장씩 고칠 수가 있겠지만, 촬영을 직접 하는 문제는 달랐다. 다시 찍어야 했다.
또, 조명의 램프와 퓨즈가 쉽게 깨진다거나 나가버리는 것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ARRI사의 조명을 사용했었는데, 조명을 옮길 때 작은 충격을 주어도 생각보다 잘 깨졌다.
또, 콤마 촬영을 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조명의 세세한 깜박임까지 신경이 쓰여서 까다로웠다.

한 화면에 인형과 배경 오브제를 합성할 때 각각을 리사이즈를 할 생각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형과 배경 오브제를 따로 촬영해야 했고, 이때 블루 스크린 촬영 방식을 사용했다. Blue Screen을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파란색을 칠해 촬영해 보았다. 그러나 Blue Screen에 적합하지 않아 시행착오를 거쳐서 결국 색이 입혀져 있는 우드락을 사용했다.

(※ Blue Screen : 디지털 작업시 촬영된 스크린의 파란색을 투명하게 설정하여 다른 이미지와 합성할 때 사용)


<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 은 고정욱 글, 윤정주 그림의 동명의 창작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장애를 겪고 있지만 건강하고 밝은 성격의 초등학생 동수의 이야기를 통해 기성세대의 가식과 위선을 꼬집어 주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극복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하늘나무 보기


하늘나무는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의 2002년 HDTV “한국구전신화 3인3색”으로 지원받은 작품 중 하나이다. 3개의 작품 중 하늘나무 이외에 이성강 감독의 ‘오늘이’, ‘소별왕 대별왕’ 등이 있다.

미메시스 영상전이 지난 2004년 7월 27일부터 10일간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있었다.
이번전시는 경찰오토바이 (15분 분량) 등 미메시스의 2002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로 전시되었다.
제작의 중간과정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재미있는 전시였으며, 특히 인형제작에 관한 중간 과정물들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특색있었다. 깨지거나 분리된 조형물들, 인형 애니메이션에 관한 소품과 세트들이 모두 각각의 작품이었다.

졸업 후에 애니메이션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어느 컴퓨터학원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95년 즈음에는, 애니메이션 작업들을 포함한 디자인 작업들이 점차 디지털화 되는 시기였으므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배우고 익혀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원에 가서 원장을 직접 만나 애니메이션 작업에 관해 설명하고, 여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애니메이션을 좀 더 능숙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기능들을 집중해서 습득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사용하게 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친구들이나 동료들의 어깨너머로 배워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된 경우가 많다.
‘프리미어(Premiere)’와 ‘에프터이펙트(After Effect)’ 등도 그렇게 배웠다.

(※’프리미어’는 버전업 될수록 6mm DV 작업으로 한정되고 있어서 요즘은 35미리 필름이나 HDTV 포맷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애프터 이펙트’를 많이 쓴다. 호환성이 좋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98년, 인디포럼이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독립애니메이션, 변화가 필요하다!’ 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단편 애니메이션에 관해 대두되는 이야기들,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들이 주제였고,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해 오면서, 작품을 필름으로 (35mm) 만들어야 할 필요성 이라던가, 그 밖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세세한 내용들.. 그리고 여러 가지 느꼈던 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글을 썼다.

컨텐츠진흥원, 영화진흥공사, 애니메이션센터 등 각 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매체들에 대한 홍보와 지원활동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좋다.
하지만 작가에게 정말 더욱 필요한 것은, 작품의 제작이 끝난 시점부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홍보와 배급, 그리고 판매’ 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페스티벌 등에서 연락을 받거나 직접 연락을 해 보며 다양하게 참가해 보았다.
근래에 들어서는 서울 애니메이션센터 등에서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신청을 받아 대행해 주기도 한다.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작품을 홍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특히, 해외 페스티벌들은 각각의 개성도 강하지만 무엇보다 페스티벌 간의 상호 정보교류가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특정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작품일지라도 차후에 다른 페스티벌에서 초청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독일 ‘오바우젠 페스티벌’의 경우에도 입상하지 않은 작품들까지도 자료집을 만들기 때문에, 말 그대로 차후에 좋은 참고자료로 쓰여지고 있다.
이것을 볼 때, 국내 페스티벌들의 불필요한 경쟁이 과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위해 옳은 결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창작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고 나름대로는 작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현재 대학 강의는 하고 있지 않고, 한겨레문화센터 ‘애니메이션 학교’에만 강의를 나가고 있다. 한겨레 ‘애니메이션 학교’는 6개월 동안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인데 매우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 작업을 한다.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 작업에 있어서 상당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특히 제작하는 사람의 기술적인 능력보다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의 질이 작품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프레드릭 벡이 30대 후반에 좋은 작품으로 데뷔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좋은 작품을 위해 계속 전진하고 싶다. 현재 <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 를 제작하고 있고, 이와 함께 <아씨방 일곱 동무> 라는 동화책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있다.
내년쯤에는 옴니버스 형식의 극장용 독립 애니메이션을 기획해 볼 계획이다.


가끔씩 떠오르는 재미있는 상상 속의 이야기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많은 사람들이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한번쯤은 해 보지 않았을까?
애니메이션 회사의 스텝으로 일하며 힘든 일들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꿈을 위해 꿋꿋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단편작품을 만들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할 시간과 노력이 어느 정도일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 부분에서 지레 겁을 먹고 주춤거리다가 끝내 기회를 놓쳐버리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자신의 꿈을 흘려 보내고, 잊어버리게 되는……

나만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꿈꾸는, 표현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던 것들은 간단히 스케치 해 두거나 워드문서로 저장해 두고, 우선 웹사이트를 통해 관련된 사이트를 참고로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해보면 분명 좀 더 구체적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인 2004년 7월 26일 발족된 독립 애니메이션 협회는, 애니메이션의 예술표현 자유 및 문화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실천하고, 독립애니메이션 창작활성화와 위상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을 추진하며, 또한 창작자들 간의 상호 정보교류 및 협력도모를 증진시키고, 독립애니메이션영화제 및 다양한 소규모 상영회를 통해 대중적 소통의 장을 확장하는 것을 협회의 목적으로 하였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의 예술적 기술적 발전을 위한 연구 및 교육사업을 펼쳐나가며 한국애니메이션 공동의 발전을 위해 관련단체와 연대활동을 펼쳐나가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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