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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여자의 가슴을 부풀게 하는 “Touch”의 섹시 효과

2004-06-01


웬만한 여자 뺨 치는 피부에다 고운 핑크색 꽃무늬 실크 셔츠를 걸친 날씬한 남자.
입맛 버리는 남자상이라 생각한다면 정말 시대착오다.

굳이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거창한 말을 꺼내지 않아도 현대를 사는 요즘 도시 남자에게는 곧 죽어도 “스타일리쉬”가 하나의 삶의 철학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수십 켤레의 구두는 기본이다. 가방과 자켓, 타이, 셔츠, 슬랙스 등도 코디되어 주욱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용 화장대도 있고 그 경우 화장대 위에는 로션 및 파운데이션은 물론 각종 향수 심지어는 립스틱에다 마스카라까지가 (정말이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고 여자처럼 화장을 한 남자를 연상한다면 그 또한 큰 오산.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스타일리쉬하며 섹시하고 그래서 여자의 가슴을 부풀게 하는 섹스 어필 만점의 극히 “자연스러운 남자”다.

이쯤 해도 스타일리쉬한 섹시남이 어떤지 연상이 되지 않는다면 정말 전 근대적이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한데...
이들 전 근대인을 위해 유럽에서 최근 선보인 “터치 (Touch)”라는 남자용 디오도런트 (deodorant) 겸 향수 광고를 소개해 본다.

요즘 남자들의 지상 최대 목표인 “섹스 어필” 욕구가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정의해 주고 있는 40초 짜리 광고로 영국의 유명 제작사 프레임스토어씨에프씨 (www.framestore-cfc.com)가 이루어낸 CG 효과가 귀엽게 살짝 어우러져 흥미롭다.



이 광고는 열대림으로 둘러싸인 한 기차역 대합실로 (로케이션: 쿠바) 한 남자가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년과 같은 인상을 가진 이 남자는 흰 셔츠와 진 바지를 캐주얼하게 걸쳤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턱수염과 피부톤으로 보건대 메트로 섹슈얼 성향이 강한 남자다.

습도 높은 열대 지방은 모든 자연의 냄새 (땀 냄새니 겨드랑이 냄새니 기타 불쾌지수 100의 입 냄새)를 절대 절명의 의지로 막는 요즘 남자에게 있어 정말 반갑지 않은 곳. 하지만 이 남자는 별 걱정 없이 편안하게 대합실로 들어선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합실 여자들 눈길이 모두 그를 향한다. (그림 1과 2)

하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뒷쪽으로 앉아 지도를 펼쳐 노선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는 이 남자.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는 한 여자의 목선을 타고 땀 한 줄기가 바로 그 노선 모양으로 흘러내리고 들러 붙는 파리를 쫓으려 팔을 휘젓자 한참 앞에 앉아 있는 여자의 머리가 휘날리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림3)

이어서 이 남자는 뭘 꺼내려는 듯 가방의 쟈크를 연다. 그러자 옆에 서서 전화를 걸고 있는 한 여자의 부츠 쟈크가 마치 누가 잡아당기 듯 흘러내리지를 않나 심심한 듯 라디오의 채널을 돌려 맞추니 곁에 앉아 있는 여자는 물론 대합실 표 파는 아저씨의 젖꼭지까지 봉긋 튀어 나오는 웃지 못할 기괴한 일이 일어난다. (그림 4와 5)

이렇듯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대합실 분위기를 흔들며 그 곳에 있는 사람 (대부분 스타일리쉬한 도시 여자)들을 이렇게 저렇게 살짝 살짝 흥분시키더니 급기야는 책을 열고 닫는 그의 움직임에 한 여자의 블라우스 단추가 튕겨나가는 불가사의마저 일어나기에 이른다. (그림 6)


이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말할 필요도 없이 “터치”를 바르면 땀 범벅이 되기 십상인 열대 지방의 숨막히는 기차역 대합실에서도 “스타일”을 구기지 않고 도시 남자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다시 말해 땀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강하게 “섹스 어필” 하는 “터치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터치 효과”를 위해 제작팀이 사용한 CG 기술은 흘러내리는 부츠 쟈크와 떨어져 나가는 블라우스 버튼를 연출하기 위해 각각 부츠와 블라우스에 연결되었던 투명한 낚시 줄을 클린업하는 작업과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 한 방울을 시뮬레이트해 변형하고 애니메이트 한 것.

기술적으로는 마야로 땀 한 방울을 모델링 한 다음 흘러내리는 땀 형상을 변형 한 것이 전부로 애니메이터 앤드류 보이드 (Andrew Boyd)의 말을 빌리자면 멘탈 레이 (Mental Ray)의 카우스틱스 렌더링을 활용해 투명성을 살려 보다 실감 있게 렌더링 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기할 만한 사항이 없다. (그림 7)

하지만 이 단순 CG 효과는 막강 소비 파워로 등장하고 있는 요즘 도시 남자들의 향기 콘트롤 의지와 섹스 어필 욕구가 어느 정도이며 그 욕구를 일개 디오도런트 제품인 “터치”가 어떻게
충족시켜주고 있는 지를 마치 마술과 같이 시각화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쇼케이스 감이다.

“터치” 광고는 영화 타이틀 제작 및 광고 감독으로서 이미 명성이 자자한 다니엘 클라인만 (Daniel Kleinman)의 작품이다. CG 효과 디자인과 관련해 일가견이 있는 그이지만 이 광고의 경우에는 도리어 그의 CG 절제력에 감탄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 색다르다. (그림 8)

컨셉부터 촬영 (3일) 후반 작업까지 약 1개월이 걸린 이 광고의 제작에서 클라이만 감독이 시종일관 추구한 것은 “광고 컨셉의 효과적 시각화”. 그 노력은 비단 CG 효과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겠지만 주인공을 흰 셔츠와 진바지의 극히 평범한 남자로 설정한 배경에도 심오한 이유가 있다.

우선 굳이 이상하고 특별한(?) 옷차림의 이상하고 특별한(?) 남자, 즉 메트로 섹슈얼 경향의 남자가 아니더라도 “터치” 처리를 하면 섹스 어필 할 수 있음을 암시하자이다.

그래서 메트로 섹슈얼 스타일은 이제 특별한 부류의 특정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보편적 트렌드로서 도시를 사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 (흰 셔츠에 진 바지를 걸친 이 광고의 주인공과 같은 남자)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음을 말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트렌드가 이러하니 더 이상 수퍼마켓에서 남성용 보디 콜롱이나 디오도런트를 사는데 어색해 하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음을 암시하면서 은근 슬쩍 “용기”있게 “터치” 제품을 구입할 것을 권하고

마지막으로 “터치”를 사용하면 뭇 여자들을 한마디로 “동”하게 할 수 있음을 CG 마술을 이용해 보여주어 보통 남자의 “섹스 어필” 욕구를 충동질해 “터치”를 판매해 보자는 철저한 기획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냥 디오도런트 처리를 하는 것 만으로 뭇 여자들의 시선을 마술처럼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있다면 그 어느 남자가 외출 전에 그 정도의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자신 만의 스타일과 섹스 어필을 불굴의 의지로 가꾸어나가는 이들이 요즘 남자인데 말이다.


정말이지 요즘 남자의 섹스 어필 욕구와 스타일 창조 의지는 대단하다. 단적인 예로 샴푸하나도 예전에 향만 달랐던 남녀 구별에서 탈피해 남성 전용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그게 품귀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다.

머리 감는 샴푸가 뭐가 특별히 달라 남자용인가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 각도를 다르게 생각하면 여자와 같은 샴푸를 쓰라는 법 또한 없다. 오히려 여자와 같은 샴푸를 쓰는 것이 이상한 것일 수 있는 문제다.

또 전통적으로 여자 전용이었던 꽃무늬 및 땡땡이 스타일 셔츠를 섹시하게 걸친 남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이상하기는 커녕 자신의 스타일을 가꿀 줄 아는 남자다운 남자로서 멋지게 보이면서 광고 속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은 광고에 연출된 두 남녀만 봐도 알 수 있다. 서로 통하는 순간 순진하게도 놀란 토끼 눈을 한 이 남자와 잡아 먹을 듯 노려보는 이 여자의 눈을 보자. (옛날에는 이런 경우 반대였다.)

이 남자 정말 여우고 (섹스 어필을 위해 열심히 디오도런트 처리를 할 정도로 야무지게 굴었으면서...) 구미가 당기는 듯 눈썹을 치켜 올리는 이 여자... 정말 늑대다. (그림 9)

그리고 다시 한번 이런 복잡 미묘한 트렌드를 명쾌하면서도 귀엽고 간단하면서도 섹시하게 표현해낸 감독 다니엘 클라이만의 연출 솜씨에 감탄하면서 컴퓨터 그래픽 테크닉이 없었다면 이런 마술 효과를 어떻게 요렇게 절묘하게 시각화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Agency : Bartle Bogle Hegarty
TV Producer : Susan Vale
Production Company : Large
Director : Daniel Kleinman
Producer : Johnnie Frankel
Inferno Artist : William Bartlett
Animator : Andrew Boyd
Framestore CFC Producer : Helen Ma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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