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7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지면서 디자인의 역량과 관심 역시 소프트웨어로 이동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의 디자인 역할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급속한 소프트웨어 산업 발달에 따라 중요한 한 축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디자인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당장 현실에 대응하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이슈를 선점하고 소프트웨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에 최근 소프트웨어 방향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 포럼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디터 | 정승호 객원기자
인터뷰 도움 | 정보통신진흥원 SW정책/제도팀 민병수 팀장, 김경미 선임
IT 하드웨어 제품의 경쟁력, 우수한 IT 인프라, 그 속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을 통해 변화해가는 라이프 스타일 등 외견상 한국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3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19개국 중 14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 1)
물론 이러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디자인 부분에 대한 경쟁력 평가는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라는 플랫폼 상에서 시각, 감성, 인지를 통해 표현되는 디자인의 성격상 소트프웨어의 경쟁력은 직간접적으로 디자인 경쟁력과 밀접히 맞물려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일차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정책적 노력과 논의는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강화 하기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과 의미있는 논의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은 정책적으로만 제한되어 왔고,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기능면에서의 개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책만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프트웨어가 가진 복합성, 융합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이 눈길을 끈다.
올해 3월 정보통신진흥원 SW 정책팀에서 주관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사, 디자인, 융합 전문가, 교수, 연구소 등 산학연의 다양한 전문가가 주축이 된 포럼이 시작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이 포럼은 소프트웨어와 인문의 융합이 중요한 방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상정하고, ‘SW 분석/설계•개발/구현•유통/이용•마케팅 등에 인문사회적 요소의 융합(접목)을 통해 SW구매 및 서비스 이용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포럼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 위해 포럼을 주관하고 사업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정보통신진흥원 SW정책/제도팀 민병수 팀장, 김경미 선임과 인터뷰를 나누었다.
Jungle : 디자이너들에게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SW정책팀이라는 곳이 다소 생소합니다. 진흥원과 해당 팀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SW정책/제도팀 : 정보통신산업은 국가 총생산의 11%와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성장동력으로 국가경제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이처럼 중요한 정보통신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발전전략과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 성장기반을 고도화하고, SW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정보통신산업과 타 산업의 융합을 촉진하여 미래 신산업 창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SW정책/제도팀은 SW산업육성 전략 수립, 국내외 SW산업정책 및 제도 연구, 관련 협의체 운영, 국내외 SW시장, 기술, 기업, 제품 등에 대한 실태조사 및 세부 동향 분석, SW사업 관련 법/제도 적용 및 모니터링, SW고충처리센터 운영 등 SW관련 정책과 제도 관련 업무를 합니다.
Jungle : ‘소프트웨어+인문’이라는 포럼의 타이틀이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광의적인데요. 해당 포럼의 목표와 의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SW정책/제도팀 : SW+인문 포럼'은 사용자관점의 SW/서비스의 개발을 위해 감성, 인지 등 인문사회적 요소의 접목 지원 및 관련 정책 발굴 등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SW+인문을 통한 궁극적인 목표는 SW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입니다. 본 포럼에서는 크게 'SW+인문 멘토링 지원' 및 '소분과 운영(교육지원분과, 전략기획 분과, 멘토링 분과)'을 하고 있습니다.
Jungle : 소프트웨어와 인문의 융합이라는 시각에서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러한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SW정책/제도팀 : SW가 기존 산업경제 중심에서 사회, 문화 등으로 확산되어 전통산업과 융합화되었습니다. SW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단순 기능적인 측면의 기술이 아닌 인간의 감성 등 인문적 요소를 반영한 SW/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면 사용자관점의 기술 개발 및 SW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Jungle : 해당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현실적으로 어떤 점에 주력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SW정책/제도팀 : 우선 'SW+인문 포럼'은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입니다. 인문의 중요성은 다들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SW에 인문을 접목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서 올해는 SW+인문의 중요성에 대한 설득을 통한 인식전환 및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SW+인문 접목 방법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Jungle :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앞으로 디자인의 역할이 어떻게 확장되리라 생각하십니까?
SW정책/제도팀 : 사람의 감성, 인지, 경험 등 인문적인 요소를 반영한 디자인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봅니다. 디자이너들의 인문적인 상상력이 소프트웨어 혁신의 핵심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이번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에 밝힌것처럼 해당 포럼은 아직 명확히 정의 되지 않은 인문이라는 거대한 요소를 어떻게 구체화 하고, 이를 소프트웨어에 접목 시킬지에 대한 논의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인문적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케이스들을 찾고, 전문가들을 멘토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좀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작업들을 진행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논의들이 단지 명목상의 논의에만 그치지 않고 현업에서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SW+인문 방법론’ 의 개발을 위해 포럼 내 산학연 전문가들이 연구 중이라고 하니 그 결과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은 진행 중인 논의이지만 디자인에서 특별히 눈 여겨 볼만한 점은 소프트웨어와 인문의 융합에 있어 UI, UX 등 디자인의 역할에 많은 관심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문이라는 가치가 광의적인 의미에서 사람을 위한 가치이고, 이러한 가치가 소프트웨어에서 나타내지기 위해서 결국은 사용자와의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을 통해 구체화 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은 비쥬얼에 대한 역할에서 더 나아가서 디자인과 인문의 관계에 대한 논의부터, 디자인을 통한 인문의 융합을 어떻게 창의적인 방법과 형식으로 구체화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디자인 경쟁력을 위한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의 강력한 경쟁력처럼 소프트웨어 관련 디자인도 곧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위해 디자이너 개인이 갖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방향과 논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앞으로의 변화와 방향을 파악하는 것도 소프트웨어에서의 디자인 가치를 확대시키는 조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