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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브랜드

2004-03-12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기억인자에 깊이 각인되어야 한다.
여기의 기억인자는 여러 가지 감성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특징이 있는데 흔히들 가장 감성적 자극이 큰 것이 시각적 요소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5가지 감각 가운데 가장 혼란스러운 게 시각요소임을 주의해야한다. 달콤한 맛을 느끼는 미각은 사람들 누구나 공통적 특징을 갖고, 뜨거운 물을 만지면 누구나 뜨겁다고 판단하고, 신나는 음악을 청각을 통해 접하면 누구나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지만 시각적 형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곧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의 감각매개체가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서 분명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시각을 통한 인식은 다른 감각매체와는 달리 복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을 통해 얻어지는 환경은 하나의 정보만이 입력되는 것이 아니라 눈을 통해 얻어지는 무수히 많은 주변의 조건들과 결합하여 형성된다는 특성이 있다.
주변이 어두우면 노란색은 더욱 밝게 보인다거나, 보색대비에서는 그 독자적 색상의 채도가 강조되어 보이는 상대적 시각현상 등 주변 환경에 의해 다른 감정을 일으키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브랜드이미지 형성을 위한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조형적 형상만을 의식한다면 그 효율성이 높지 않아 소비자들의 기억인자에 명확하게 인지되고 각인되기 어렵다. 시각적 특성과 더불어 다른 감각적 특성을 가미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오래전부터 여러 감성감각을 통해 제품의 특성과 브랜드를 인지하였다.
다양한 감성기능을 인용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술을 감성마케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브랜드디자인은 이러한 관계를 인용한 표현이 바람직하다.
흔히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데는 시각과 청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안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감각을 고려한 표현이 필요하다.
오래전 물물교환의 시장형태에서도 제품을 선택할 때 자연스럽게 모든 감각을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쌀과 감자를 교환한다면 우선 쌀과 감자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 제품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나 광고에서는 이러한 오감을 이용한 경험의 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상매체의 주된 감각인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

브랜드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자극시켜주는 방식이 당연히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감각의 한 수용계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 직접 그 감각계통에 따르는 반응 외에 본래 그 감각 기관이외의 계통에 따르게 되는 감성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현상’ 혹은 ‘어느 특정 자극이 그에 특수적으로 대응한 감각을 일깨우는데 그치지 않고, 그 감각과 복합되어 있는 여느 감각까지도 일깨우는 현상’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공감각(共感覺)이라 말하는데 감성 마케팅에서 효율적으로 브랜드를 연출하는데 잘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음악을 듣는데 색이 느껴진다거나 음식을 먹을 때 소리가 느껴지는 등의 공감각은 어린 시절에는 대단히 풍부하지만 나이가 들면 줄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공감각은 주로 예술가들에게서 잘 나타는데 시인 랭보는 자신의 시를 색으로 표현하려고 했고, 화가 칸딘스키는 그림으로 작곡을 하였다.
공감각은 특히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 그리고 문학 분야에서 사용되어왔다.
이처럼 시각의 자극이 주어졌는데 시각과 더불어 청각이라는 감각의 반응이 하나 더 추가되어 일어나는 현상은 대상을 보고 느끼는데 있어서 매우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한번 느껴진 공감각은 이후에 그 대상을 볼 때마다 일정하게 떠오르게 되고 대상에 대한 기억을 더욱 풍부하고 생생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적극적 브랜드 표현으로서 공감각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서 징글(Jingle)의 활용을 들 수 있다. 인텔(Intel)의 경우, 컴퓨터의 CPU를 개발하는 업체로서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보거나 만질 수는 없다는 상품의 특성으로 인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제약을 4박자의 짧은 징글을 통해 멋지게 극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징글의 디지털적인 음를 통해 직접 보지 못한 인텔 제품의 첨단 기술을 상상할 수 있다. 광고를 직접 보지 않아도 어디선가 징글 소리가 들려오면 인텔 마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징글과 함께 나타나는 브랜드로고, 심볼은 복잡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요소로 인한 충돌과 혼란이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 상승효과(synergy effect)를 증폭시킨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son) 오토바이의 요란한 엔진 소리는 야성적이고 거칠은 할리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징글의 예와 마찬가지로 엔진의 소리만 들어도 소비자들은 할리 데이비슨의 모습 혹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달렸을 때의 경험을 상상하거나 기억해낼 수 있다.
한때 우수한 성능의 일본 오토바이가 들어오면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부드럽게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할리 매니아들의 강력한 항의로 인해 본래의 고유한 소리를 유지하게 되었다.

라이터의 명품 듀퐁 라이터도 마찬가지이다.
듀퐁(S.T Dupont) 라이터의 뚜껑을 열 때 나는 ‘퐁’하는 소리는 라이터의 디자인이나 성능보다도 더 브랜드에 애착을 가지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국가이미지나 민족정서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공감각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의 붉은 악마는 이제 한국이라는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
‘be the red' 티셔츠를 입거나 붉은 색을 보았을 때, 그리고 ’대~한, 민, 국‘이라는 박자만 들어도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색이나 소리가 감각뿐만 아니라 지각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브랜드디자인은 여러 가지의 감성 요소를 하나로 응축시키고 가시화하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들을 수 있는 디자인
만질 수 있는 디자인.....
느낄 수 있는 브랜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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