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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세상을 움직이는 일러스트

2014-07-11


랄프 스테드먼(Ralph Steadman)의 일러스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각의 촉수를 곤두서게 만든다. 날이 바짝 선 터치와 표현들은 어느 문장가의 펜 끝보다 더 큰 파급과 자극들을 보여준다. 예술가들의 영감이 되는 일러스트를 보여주는 영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랄프 스테드먼이 그의 지난 작업들을 공개한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흔히 모두가 생각하는 ‘삽화’라 함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 혹은 신문, 매거진의 아티클을 쉽게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숨겨진 흥미로운 일러스트 중 하나였다. 삽화가 대변하는 내용을 담은 이미지들은 언제나 그 표현이 한정적이었고, 책 속에 머물며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책 바깥으로 튀어나온 일러스트, 가장 도발적이고 강력한 매체,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영국 삽화가 랄프 스테드먼이었다. 영국의 소설가, 영화감독, 배우 모두 한결 같이 영감의 원천이 되는 뿌리를 찾자면, 그 공통분모는 랄프 스테드먼이다.

에너지 넘치는 터치,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식을 줄 모르는 그의 열정과 에너지는 그의 일러스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삽화가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60년대의 사회상의 이면을 담은 사회정치 풍자 카툰이었다. 70년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헌터 S. 톰슨과 소울 메이트로 곤조 저널리즘 방식을 선도했다. 당시의 시대상황에 무엇보다 비판적인 도구로 일러스트를 내세운 그는 취재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1인칭 시점의 참여관찰 서술방식을 고집했다.

랄프 스테드먼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이자, 배부른 시대의 탐욕스런 요구에 비뚤어짐과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신랄하게 그려낸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는 문학적 가치와 더불어 삽화 또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전문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부분도 랄프 스테드먼의 큰 과업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물농장’ 등의 출판물들은 그의 정치적인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일러스트로 반영하고 표출한 결과물이다.

영국에서 건너가 처음으로 접한 뉴욕의 70년대 풍경부터, 과장된 유머들과 대담한 메시지들은 그의 일러스트 안에 살아서 여전히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한 개인의 신념과 예술적 에너지가 완성한 작업들이 보여주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몽상 속에 몽상으로 존재 할 수 밖에 없었던 예술가들에게 희망이 되고 에너지가 됐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영감이 되는 작업을 수십년 간 펼쳐온 그의 일러스트는 세상을 향해 휘두르는 어쩌면 권력보다 무서운 거센 힘일지 모른다.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 그 힘의 가능성은 여전히 펜보다 더 날 서고, 강한 그의 손끝에 맺힌 잉크가 아닐까.

참고 l
랄프 스테드먼 ㅣ http://www.ralphsteadm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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