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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상처 난 마음에 색을 칠하다

2012-03-05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쓰나미를 동반한 강도 9.0의 대지진이 동일본을 덮쳤다. 그 후로 1년이 지났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의 공포 속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지진 피해지역인 이바라키 현(茨城県) 츠쿠바대학(筑波大学)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타니 나오키(谷尚樹)와 이이지마 료헤이(飯嶋亮平)는 생각했다. ‘과연 예술로 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두 사람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치유하는 색칠공부가 계속된 피난생활과 여진의 공포 속에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여기에서 ‘누리에 일본(ぬりえ日本)’이 시작됐다.

글 | 오윤주 객원기자( ozz55@hanmail.net)


2011년 ‘누리에(ぬりえ)’는 일본어로 ‘색칠하도록 윤곽만 그린 그림’이란 뜻이다. 우리가 어릴 때 하던 색칠공부와 같은 개념으로 일본에서 색칠공부는 100여 년 동안 아이들의 놀이였다. 최근 들어서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뇌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미술치료의 하나로 색칠공부는 남녀노소가 즐기는 놀이가 되었다. 지진으로 입은 정신적인 고통을 이 색칠공부를 통해 치유하는 것이 누리에 일본(ぬりえ日本)의 목표다.


누리에는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한 전 세계의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누리에(밑그림)를 받은 후 선별한다. 그리고 누리에 일본(ぬりえ日本)을 협찬하는 인쇄회사(다이와 출판 주식회사)와 필기구회사(펜텔 주식회사)의 도움을 받아 누리에를 무료로 인쇄, 배포한다. 크레용과 같은 색칠도구를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보내는 일 역시 협찬회사가 담당한다. 이 인쇄지와 색칠도구는 주로 3-12세, 60세이상의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전달된다. 이들이 완성한 그림을 웹에 올려 전세계 사람들과 교감을 시도한다. 이로써 일러스트레이터와 지진 피해자, 그리고 전 세계가 그림으로 하나가 되는 누리에를 완성하는 것이다.

누리에 일본(ぬりえ日本)에서 말하는 색칠공부의 본질은 ‘대화의 계기’다. 행사주최자들은 피해지역 학교나 가설주택 등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직접 가서 그림을 전달하고 함께 작업한다. 이들은 지난 워크샵들을 거치면서 색칠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노인들이나 어린이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색칠을 통해 표현하기도 하고, 노인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색칠공부를 했다. 색칠공부를 하며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누리에일본(ぬりえ日本)은 최근 ‘키카케 캔들 프로젝트(KIKKAKE CANDLE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3월 11일 14시 46분에 다 함께 초를 밝히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미래를 생각’하려고 한다. 즉 도시의 재건, 나아가 일본의 미래에 대해 지진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누리에 일본(ぬりえ日本) 웹사이트:(http://www.nurie-nippon.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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