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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보이지 않았던 길, 모션그래픽에 눈을 떠라!

2007-07-17



L.A와 베니스에 위치한 모션그래픽 스튜디오, ‘프롤로그 필름스’에서 CG 디렉터 겸 리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호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등에서 이미 일반화 된 모션그래픽과 CG산업은 지속적인 기술적 발전과 문화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디지털 미디어 아트를 정글에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모션그래픽 산업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할리우드 모션그래픽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진행시켜온 몇몇 프로젝트의 콘셉트와 진행과정 등을 소개 하고자 합니다.

글 │ 이동호 (CG Director & Motion Graphic Artist)
정리 │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가장 먼저 소개할 프로젝트는 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Bryan Singer(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3편을 포기하고 선택한 영화 <슈퍼맨 리턴즈> 입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오프닝 시퀀스에서 지구를 떠나있던 슈퍼맨이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까지 돌아오는 여정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2분 30초 동안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 특별한 스토리라인과 환경적 컨셉을 원했습니다.

슈퍼맨 리턴즈 프로젝트는 일년가까이 다른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해오다 개봉 3달을 남겨두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19년 만에 부활한 거대 블록버스터 슈퍼맨은 누구나 참여하길 원하던 프로젝트였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도 짧은 제작기간으로 인해 솔직히 많은 우려와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디자인 선정과정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데 진행과정은 답보 상태였기에 조금씩 초초해져 갔고, 그 사이 카일 쿠퍼(프롤로그 필름스 대표/ 영화 타이틀 디자이너)는 유럽 강연길에 올랐습니다. ‘왜 새롭고 신선한 컨셉이 나오질 않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저는 컨퍼런스 룸에 쌓여있는 우주에 관한 책들과 웹 리서치의 문제점에 있다 생각했습니다. 모든 자료들은 위성으로 찍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의 사진이 대부분이었고 거기에서 출발한 디자인 작업은 그 범주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은하계 밖에는 먼가 다른 생명체, 혹은 다른 형태의 은하계가 존재할 수 있을 거란 어린 아이 같은 상상력으로 다시 출발하여 큰 홀 안에서 가스가 분출되는 그린행성, 조그만 행성들을 분출하는 에어리언 갤럭시, 행성 반절이 부서져 날아가는 Twin-Saturn 등 모두 외계생명체들의 모양에서 착안한 에어리언 플래닛을 만들었습니다.

카일이 강연길에 오른 직후 급하게 3장의 스케치를 비행기에 있는 카일에게 메일로 보냈습니다. 3분만에 온 카일의 답장 속엔 “Amazing!”이란 말과 함께 매 순간 이 메일로 진행상황을 알려달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에어리언 플래닛 시리즈와 슈퍼맨이 블랙홀을 지나 날아오르는 파이어 타워 등 실존하진 않지만 우주 어디엔가 있을법한 현상 등을 콘셉트화 하고 그 위에 독특한 CG 이펙트를 만드는데 주력했고 이 콘셉들이 자칫 지루한 우주여행이 될뻔한 프로젝트에 신선함을 주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이 모션 그래픽과 비쥬얼 이펙트의 기본적인 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안에서의 VFX는 사실적인 요소가 중요하지만 모션그래픽에선 아이디어와 컨셉이 없는 CG와 애니메이션은 그저 기계적인 효과에 지나질 않습니다.

같은 CG 이펙트를 사용하더라도 영화 비쥬얼 이펙트와 달리 모션그래픽 아티스트로서 필요한 것 중에 가장 필수적인 항목이 바로 디자인적 개념과 창조적인 CG 현상들의 이해와 활용입니다. CG 아티스트 중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 수행이 가능한 아티스트들은 그 활용성과 비중이 무척 높아지며 프로젝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디자인 콘셉트부터 애니메이션과 CG 이펙트 마무리 단계까지 그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덕션 파이프라인에서 관여하고 통제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하니까요.

두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는 지금 마무리 단계에 있고 올 여름에 개봉예정인 영화 입니다. 올해 초 프롤로그에서 영화 <스파이더맨 3> 와 함께 시작된 은 Joel Silver(조엘 실버)가 제작하고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로 외계에서 침투한 바이러스가 주 테마입니다. 외계에서 인간의 인체 속에 침투하는 과정을 의학 이론적 형태들과 추상적 이미지들의 형상화를 주된 콘셉트로 제작될 메인 타이틀 프로젝트였습니다. 예전부터 생물과 인체에 대한 현상들을 CG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제작할 계획이 있었던 전 이 프로젝트가 훗날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과, 무엇보다도 모든 디자인적 콘셉트가 오픈 되어 있다는 것에 크게 고무되었습니다.

인체와 바이러스가 주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자 조엘 실버는 작품에서 메디컬 다큐멘터리나 의학 시뮬레이션과 같은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원하지 않았고, 어떤 형태의 구상적인 형태나 물체 또한 배제된 상태에서 추상적 형태와 운동성만 가지고 인체의 세포 형태와 외계 바이러스의 표현을 원했습니다. 또한 메인타이틀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시간과 공간의 대한 자유로운 이동성을 강조했습니다. <슈퍼맨 리턴즈> 의 오프닝 타이틀이 19년 만에 슈퍼맨의 귀환을 알리는 어떤 기념비적이고 경축적인 의미로써의 메인 타이틀이었다면, 은 엔딩 타이틀로, 대부분의 미스터리 영화가 그러하듯 마지막의 결말이 의혹으로 남겨지며 보는 이들의 상상력에 제한을 줄 수 있는, 구상적인 대상의 표현을 철저히 배제하여 영화의 주된 공간인 실험실의 장면을 마지막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현재는 프로젝트 중간 과정으로 수정 작업 중에 있으며 마지막 영화 스크린닝 테스트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하이문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다크와치> 의 게임 메인타이틀입니다. 작품설명에 앞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 중에 하나로 영화 기획과 더불어 게임, 캐릭터산업 등이 함께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성공하면 곧바로 그 영화를 게임으로 출시되고, 마블 코믹이나 게임이 흥행을 하면 그 테마를 곧바로 영화화 하기도 합니다. 게임산업이 어느덧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추월할 만큼 몇 년 사이에 게임의 퀄리티나 스토리라인이 영화 못지 않게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그런 추세에 맞춰 게임 오프닝 시퀀스 또한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다크와치> 메인 타이틀은 메탈 기어 솔리드의 메인타이틀을 제작해온 카일 쿠퍼가 디렉팅을, 제가 CG를 담당했습니다. 총 제작기간은 2주였고 그 중 약 3일간의 콘셉트 디벨로먼트를 제외하면 메인 캐릭터 ‘제리코’를 제외한 모든 3D 오브젝트의 모델링부터 텍스처링, 애니메이션, 비쥬얼 이펙트, 그리고 마지막 컴포지팅까지 이 모든 과정을 10일만에 마무리를 했습니다. 10일 동안 두 차례 집에 간 기억이 있을 만큼 스튜디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어렵게 끝낸 다크와치 프로젝트는 슈퍼맨과 더불어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젝트입니다.

클라이언트인 하이문 스튜디오 측에서 가장 좋아했던 콘셉트는 메인 캐릭터 ‘제리코’가 교수대위에 달의 역광을 받고 서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들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얘기하면서도 뱀파이어 게임답게 어둡고 음산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원했었죠. 다크와치의 오프닝 시퀀스 애니메이션은 아트 디렉션,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스페셜 이펙트와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2006 DV awards’ 와 ‘2006 Aurora awards’ 를 수상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소속된 스튜디오에서의 활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동호 : Otis 칼리지 4학년 재학 때부터 모션그래픽과 비쥬얼 이펙트 스튜디오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타이거 헤어, 브랜드 뉴 스쿨, 뉴 웨이브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엔티티 fx 등 LA에 위치한 모션 그래픽과 비쥬얼 이펙트 스튜디오에서 경험을 쌓다가 2004년 여름에 카일 쿠퍼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전화제의를 받고 그때부터 프롤로그 필름스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할리우드 모션그래픽 산업은 어느 정도까지 와있나?
이동호 : 여기 할리우드 모션그래픽 산업의 오늘을 말하자면, 모션그래픽 스튜디오에선 영화와 게임의 메인 타이틀 시퀀스와 TV의 커머셜과 브랜딩 팩키지 등이 주된 프로젝트 입니다. 하지만 스튜디오마다 포커스가 되는 주된 분야들이 있기 마련이죠. 솔바스 이후 타이틀 시퀀스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카일 쿠퍼의 명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프롤로그 필름스는 필름 프로젝트가 많은 편입니다. 필름 타이틀 시퀀스만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스튜디오나 TV 커머셜과 브랜딩 팩키지만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스튜디오도 있지만 점점 각 스튜디오 마다 그 영역을 넓혀나가는 추세고 기존의 모션그래픽과 비쥬얼 이펙트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추세입니다. 중소 규모의 비쥬얼 이펙트 스튜디오에서도 이제 TV 커머셜과 프로모션들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모션그래픽 스튜디오에서도 필름 안에서 그래픽이 강조된 비쥬얼 이펙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TV광고나 게임 등에서도 이제는 필름 수준의 하이 퀄리티 비주얼 이펙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필름에서도 그래픽화된 비쥬얼 등이 늘어나고 영화가 바로 게임화되어 그 캐릭터들과 컨셉이 바로 광고 또는 브랜딩화되는 현상은 진화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모션그래픽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동호 : 자유로운 예술적 상상력과 디자인 감각, 그 위에 기술적인 컴퓨터 그래픽의 결합은 보다 발전된 형태로 응용미술의 한 단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발전적 형태의 응용미술이 디지털 미디어와 만나면서 출발한 모션그래픽은 아티스트의 상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분야로 진화한 미술적 장르 중 하나라 말하고 싶습니다. 아티스트로써 개인의 예술적 감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션그래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동호 : 한국에선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걸쳐 회화와 공예중심의 미술대학이 시각과 공업디자인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산업디자인의 붐이 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선 그 시기를 지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영화와 게임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전환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영화와 게임산업 등의 눈부신 성장으로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불황이 없는 듯 합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게임화되고 캐릭터화되어 벌어들이는 수입이 한국 한 기업의 일년 수출량과 비슷하다고 하니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산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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