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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책 표지에 대한 단상

2013-01-14


혁명적인 스마트폰의 발달과 디지털기계 문명의 발전으로 우리는 더 많은 텍스트에 노출되고 있다. 그 중 얼마나 머리 속에 남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잠시 눈에 남는 잔상일 뿐 수많은 정보들은 기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지식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종이 책이 위기라 해도 여전히 종이 책에 애정이 가고 손길이 가는 것은 책장을 넘기며 책과 감성적인 교감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동네책방이 사라졌다. 인터넷으로 좀 더 싸고 하루 만에도 배송을 받아볼 수 있으니 장사가 될 리가 없다. 그래도 가끔 여유 있는 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가까운 공간이 없어졌다는 게 서운하다. 누군가는 종이 책의 위기이며 어쩌면 종이 책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지만, 흔적과 기록을 남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계속되는 한 종이 책은 존재 할 것이다.
새해 초에는 다양한 다짐과 목표들을 생각한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 등등 그 중에 올 해는 몇 권 이상 책을 읽겠다는 생각을 한 이들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꼭 읽으려고 했던 책 말고 우리의 시선을 끄는 책은 어떤 이유든 이유가 있다.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좋아하는 색이라 던지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던지 혹은 그 밖의 다양한 표현으로 자기를 좀 봐달라고 속삭인다.


2012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미적인 측면에서는 아름다운 디자인은 아니지만, 출간된 지 3개월 만에 3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해리포터의 판매 기록을 앞섰다. 어른들의 에로틱한 로맨스라는 평가 받는 소설의 내용은’19금’ 판정을 받을 만큼 다소 강도 높은 묘사로 이루어 졌다. ‘19금’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많은 구독률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구매력이 있는 성인들 사이에 입 소문 때문이다. 드러내놓고 관심을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몰래 보는 성인물을 당당히 볼 수 있게 하는데 이 책의 커버는 적절한 기능을 하고 있다.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성인물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고의 여성 지성인으로 평가 받는 시몬 드 보브아르(Simone de Beauvoir)의 책은 가벼운 일러스트와 손 글씨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행동하는 지성, 여성해방운동 참여, 파리의 센강의 37번 다리의 이름, 21세에 철학교수,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지적 동반자적 관계)등으로 잘 알려진 페미니스트 철학자이다. 보브아르는 상당한 저서를 남겼는데, 대부분 솔직하고 우울하고 강한 언어로 표현되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서 Knopf’s출판에서는 가벼운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다가 갈 수 있는 표지를 디자인하였다.
작업은 Peter Mendelsund의 손을 거쳤다. Mendelsund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보브아르의 비주얼 랭귀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또한 단순히 예쁜 표지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표현으로 책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주황색으로 시선을 끄는 이 책은 보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레이스 코딩턴(Grace Coddington)의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자신의 회고록에 가까운 책은 그녀 특유의 강렬한 머리 색과 발랄함이 묻어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안나 윈투어에 가려져 보그 2인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는 그녀만의 아이덴티티를 지닌 그레이스 코딩턴. 젊은 시절 모델로 활동했던 모습들과 다양한 경험들을 담고 있어서, 패션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 하다.


팝업 일러스트 작품 같은 이 책은 그림 형제 이야기의 2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서 영국 팽귄북스에서 출판되었다. 종이를 이용한 일러스트로 유명한Cheong-ah Hwang 이 작업했는데, 흰색으로 색을 제안하고 빨강망토 이야기의 주인공을 나무 뒤에 등장시켜서 한 눈에 그림형제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몇 권의 책의 커버를 살펴보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았다. 책을 하나의 별이라고 본다면 저 광활한 우주처럼 수없이 많은 별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찬란하게 빛나기도 하고 존재 조차 알리지 못한 채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 들도 많다. 유난스럽게 추운 이 겨울 좋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별을 늘려가면 좋겠다. 그리고 책을 고를 때는 좋은 디자인의 책을 권유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예쁜 그릇에 담겨 있으면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예쁜 책이 옆에 있을 때는 행복하다.


참고자료
http://www.printm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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