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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여름 안에서

2011-09-02


끝없이 내리는 비는 이제 그만. 작열하는 태양을 고대하는 바캉스 시즌임에도 독서는 계속되어야 한다. 방콕, 동네 카페, 휴가지… 어디에서 펼쳐도 좋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고, 내 곁에는 네가 아닌 이달의 책이 있다.

글 | 지콜론 에디터 박현진

『디자인이 반짝하는 순간 글리머』

‘디자인’이라는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지만, 단순히 ‘스타일’의 동의어로 협소하게 전달되는 측면이 크다. 저자인 워렌 버거(Waren Burger)는 ‘사물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라는 한정된 의미를 뛰어넘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어떤 방식으로써의 ‘디자인’을 제시한다. 또, 이 책은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계획하여 바라는 성과를 가져오는 인간의 능력”이라 말한 캐나다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인 브루스 마우(Bruce Mau)의 디자인 철학과 원칙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예술과 과학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들의 “바보같은 질문”들과 무수한 시행착오 덕에 “어느 날 갑자기, 음악을 듣거나, 감자를 깎거나, 식수를 얻는 방식이 개선”된다. 이 책은 디자인을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나 전문 디자이너들만의 영역이 아닌, 일상 생활과 사회에 직접 적용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임을 강조하고 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라 매도되거나 부각됐던 기존의 디자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의 보편적인 과정과 원칙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글리머(glimmer)’는 ‘희미한 가능성’을 뜻하는 단어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불러오며 개인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아이디어가 명쾌하게 떠오르는 순간을 ‘글리머 모멘트’라고 하며,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새로운 사고를 전파하는 움직임을 ‘글리머 운동’이라 부른다. ‘글리머 모멘트’를 놓치지 않는 디자이너들의 창조적이면서 공학적인 사고방식을 일상생활은 물론 보다 나은 삶을 디자인하는 것에 활용해 보자. 다만 주의할 점은 책에 있는 디자이너들의 절차와 방법론을 차근차근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만만히 보고 겉만 핥았다간 ‘개나 소나 디자인 하냐?’는 비아냥이 돌아옴은 당연하다.

『룩앳미도쿄』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일러스트로 기록된 도쿄의 사람들과 풍경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시부야 청춘들의 현란함이나, ‘고스로리’로 불리는 일본 패션 경향의 단면, 뜻을 알 수 없는 알파벳으로 구성된 거리의 간판 등을 패션일러스트로 접하는 것은 작가의 터치에 포함된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앙투안 크뤽(Antoine Kruk)은 유명 브랜드나 패션잡지와 꾸준히 일해 온 패션일러스트레이터로, 도쿄에서 마주친 수많은 길 위의 사람들을 그만의 스타일로 포착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태생적 배경은 도쿄를 기록하는 벽안의 여느 관찰자들과는 다른 뉘앙스를 전달한다. 패션일러스트의 느낌과 일본판화 또는 캐리커쳐의 느낌을 간직한 그림들 면면이 포착된 일본 도쿄의 인물들은 그의 담담한 에세이와 함께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앙투안 크뤽은 외부인의 순수한 시선으로 일본인들 특유의 특성을 강조하는데, 비꼬거나 비판적인 태도가 아닌 긍정적인 유머를 가미해 자신과도 겹쳐지는 일본인의 단면을 포착하고 있다. 그간 많이 접해 온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비정상적인 눈 크기나 신체 비례와는 다르게 묘사된, 스타일리시한 일본 도쿄 피플들의 인상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예쁘거나 아름답게 묘사되지 않았지만 유머러스하고 다정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과 글은 21세기 일본 도쿄의 한 단면을 감지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스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도쿄 거리의 사람들과 그들을 인상주의 그림처럼 포착한 패션일러스트, 거두절미하고 일단 궁금해지지 않나.

『그린플러스유 국제 포스터디자인1』

‘2010 그린플러스유 국제환경단체 포스터디자인 서울 전시’를 한 권의 책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린플러스유 국제 포스터디자인1』은 유명 디자이너와 교수를 비롯 일반인 등 다국적 회원들이 ‘그린’을 메시지로 포스터를 만들어 공모한 작품들과 기부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인본주의와 지속가능한 삶’을 모토로 창설된 다국적 비영리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플러스유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 종교를 가진 약 1천여 명의 다국적 회원들이 모인 곳이다. ‘그린’이 상징하는 휴머니즘적 가치를 표현한 다채로운 작업들이 있는데, 절약, 재활용에서부터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작품들, 동물 보호 등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린’이라는 가치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문제인식과 현실적 실천의 다양한 고민의 여지를 제공하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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