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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의 기하학적 스타일

2011-05-02


1975년 개발이 완성된 포니는 각진 형태의 말끔하고 정돈된 이미지였다. 직선과 각이 살아있는 포니의 스타일은 1970년대 중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기하학적 스타일’이라 불렸다. 포니는 평편한 차체의 면과 각진 모서리, 기본도형으로 통일된 간결하고 추상적인 형태의 그래픽을 보여주었고, 특히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원과 정사각형이 규칙적으로 반복 배열하여 그 특징적인 스타일을 드러내었다.

글 | 이옥분 디자인학 박사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이탈리아가 중심이 된 기하학적 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자동차 디자인 전문인 소규모 회사들 중에서도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 미켈로티, 베르토네, 쥬지아로 등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유명했다. 70년대 세계의 자동차 스타일은 이탈리아에 의해 그 방향이 좌우되었고, 이는 또 이들의 스타일링을 지원받은 한국과 일본 등의 다른 나라로 파급되었다.

기하학적 스타일은 부와 신분을 과시하는 상징적이고 전통적인 자동차의 관념이 기능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은 기능에 충실한 형태가 가지는 간결하고 명료한 미적 감각, 그리고 비례와 균형의 미학을 구현했다.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세르지오 피닌파리나는 자신의 디자인이 “단순한 선과 요소들 간의 조화로운 비례로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성의 실현에 있다”고 말했고, 폭스바겐의 골프로 명성을 얻은 쥬지아로는 “현실에 뿌리를 두어 극단적이지 않으면서, 국적과 세대에 관계없이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움을 지닌 디자인”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쥬지아로 스타일의 차량은 기술의 진보를 반영하고,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차량이었으며, 이는 기본 도형으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형태의 가장 실천적인 디자인으로 드러났다.


1970년대 스타일의 기능적 관점은 실내 공간의 변화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자동차의 성능과 속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온 것에 비해 실내 공간은 여전히 협소했고 편의 장치도 미흡했다. 그러나 전륜구동형(앞바퀴에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 설계 방식이 개발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의 비좁았던 공간이 획기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는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엔진룸 안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주거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으로, 1959년 영국의 모리스 미니에서 선보여졌다. 미니는 차량의 전체 길이가 3.04미터로 당시 가장 작은 차였던 피아트의 토폴리노보다 더 작았지만, 어른 4명이 타고 짐까지 실을 수 있었다. 미니에 의해 고안된 이 설계 방식은 자동차의 공간 혁명을 주도하며 이후 소형차 설계의 기본이 되었다.

실내 공간을 확보한 자동차는 뒷좌석을 눕히거나 간단하게 분리하여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더했다. 객실과 화물공간의 벽을 없애 하나로 연결한 해치백 스타일은 뒷좌석의 공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1961년 프랑스의 르노 R4는 전륜구동형 설계와 해치백 스타일로 만들어진 문이 다섯 개 달린 소형콤비였고, 이 차는 확실히 자동차를 실용적인 개념으로 바꾸어 놓았다.



1974년 이탈디자인의 쥬지아로는 전륜구동방식과 해치백의 새로운 기술을 담아 폭스바겐의 골프를 장식이 전혀 없는 순수하고 기계적인 이미지로 디자인했다. 골프를 계기로 해치백 스타일이 대중화 되었으며, 거주공간의 활용도에 중점을 둔 가족용 자동차가 유행했다. 골프는 70년대 이탈리아 스타일을 반영하며 현대적인 대중 디자인으로의 전환을 이룬 기념비적인 모델이 되었고, 쥬지아로를 일약 스타 디자이너의 지위로 끌어올렸다.

쥬지아로의 기하학적 스타일은 포니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현대자동차가 계획한 첫 고유모델의 디자인을 쥬지아로가 담당하면서, 포니는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첨단 스타일로 태어났다. 현대자동차는 포니 이후로도 쥬지아로와의 디자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중적인 소형차의 스타일을 익히며, 자동차 디자인에서 유럽적 성향을 갖추게 되었다.



* 참고문헌
구상, 『자동차디자인 100년』, 조형교육, 1998
Kurt Moser, 『자동차의 역사-시간과 공간을 바꿔 놓은 120년의 이동혁명』, 뿌리와 이파리, 2007
디자인 하우스, 「월간디자인」, 1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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