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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고성으로 둘러싸인 따사로운 휴식 공간 Bellinzona

강현진  | 2006-07-26


모두가 이곳을 지나쳐 버린다.
이탈리아로 내려가는 기차라면 거의 정차하는 스위스Ticino(티치노)주에
있는Bellinzona(벨린쪼나)… 근처에 있는 로카르노나 아스코나처럼 근사한 호수가 없어서 일까… .

스위스의 Ticino주는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로 가득한 곳이다. 유럽사람들은 Ticino주가 가진 그 따스함을 사랑한다. 지형적으로 알프스의 끝자락에 있어 늘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Ticino주는 명랑한 관광객들로 가득찬 유쾌한 북적거림 상태가 된다. 특히 아름다운 계절, 정렬적인 계절, 여름이 되면 더더욱 그렇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 유쾌한 북적거림을 즐기다가도 훌쩍, 조용하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작은 도시 Bellinzona(벨린쪼나)로의 여행은 어떨까.


Bellinzona는 아름다운 호수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알프스 끝자락에 자리잡아 아름다운 산들에 폭 둘러싸인 듯한 지형을 보이고 있으며, 중세풍의 고성이 자아내는 아주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 작은 도시Bellinzona는 Ticino주의 수도이기도 한데 이 도시가 위풍당당하고 특별한 이유는 13세기부터 시작한 역사적 배경에서 유래한다.


Bellinzona에는 Castelgrande, Montebello 그리고 Sasso Corbaro라고 불리는 세 개의 성이 보물처럼 산자락 곳곳에 앉아 있다. 초록빛의 산에 둘러싸인 잿빛의 성, 그리고 파란 하늘이 그려내는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이 성들은 스위스에서 중세풍 건축물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예라고 하는데, 오래되었으면서도 보수가 잘되어 있어 마치 처음 건축되었을 때를 연상시키듯이 위풍당당하다.


Castelgrande가 가장 크고 시내 중심에 있어 오르기 가장 쉬운 곳이다. 마치 만리장성처럼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길게 뻗어 있어 시내 골목골목 어디를 걸어도 Castelgrande의 모습이 살짝살짝 보인다.


성들과 컬러풀한 집들의 조화를 즐기며 Bellinzona시내를 누비는데 필자와 함께 여행했던 스위스인이 이렇게 성이 지어진 유래를 들려준다. 13세기에 밀라노의 부호였던 Visconi가 이곳의 땅을 사서 이 Castelgrande라는 성을 짓고, 그의 라이벌이었던 Rusconi가 그보다 높은 곳에 Montebello를 지어 위력을 과시하려 든다. 그러다 14세기 후반 스위스 정부가 알프스로의 통로가 되는 이곳을 점령하고자 들어오자 이 밀라노의 후손들은 더 높은 곳에 지금의 Sasso Corbaro가 된 성을 지어 이곳을 지키게 된다.

그 두 세력간에 팽팽한 다툼이 16세가 초 Arona 조약에 의해서 Bellinzona는 스위스의 영토가 되지만, 그 후에도 이성을 무대 삼아 스위스 내의 언어권 사이의 분쟁, Ticino주의 수도를 정하는 문제 등 다툼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Bellinzona는 독립된 도시로, Ticino의 수도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는 성들이 그 끊임없는 분쟁의 잔재라니 지나간 역사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보이게 슬쩍 감춰두는 것만 같다. 이제 이곳은 세계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었다. Castelgrande에는 일년내내 올라갈수 있고, 올라가면 다른 두성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Bellizona의 시내는 참으로 작다.
작지만 풍성한 컬러로 가득차있고, 조용하지만 동시에 생기가 넘친다.
사람으로 너무 북적되지 않아서 좋지만, 또 동시에 도시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않는 이곳.


Bellinzona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고 날씨가 좋으면 이렇게 근사한 야외까페로 변신한다. 토요일마다 광장에서는 마켓이 열리고 초여름엔 음악콘서트, 재즈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벌어진다.


Bellinzona시내를 돌다보면 Castelgrande로 들어가는 입구와 커다란 광장이 만나는 곳이 나온다. 이곳을 보고 있자면 모던한 광장과 중세의 성벽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많은 시간차를 두는 것들을 섬세하게 조화시켜 놓은 그들의 감각과 배려가 놀랍다.


디자이너는 늘 영감이 필요하다.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받는 다양한 자극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머리를 가뿐하게 비워 휴식을 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벨린쪼나는 완벽한 장소가 되어줄 것이다. 확 트인 하늘을 보며 성 위에 누워 빈둥대다가, 앉아서 멋지게 펼쳐진 성벽을 스케치해보다가 코딱지 만한 작은 타운으로 내려가 이탈리아풍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어느새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 찾는 유럽. 여름의 유럽이 정말 아름답다지만, 그 북적거리는 관광객이 싫고 훌쩍 이국적인 곳으로 떠나고 싶다면 밀라노에서 한 시간 반 거리, 루가노에서 고작 2분 여 거리인Bellinzona에 멈추자. Bellinzona를 닮은 칼라풀한 옷을 입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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