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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청각 경험을 디자인하다

한윤정 | 2011-03-21




시각은 주로 오감 중에서 가장 강하게 인지되고 표현되는 감각이라 한다. 하지만 청각은 귀라는 감각기관뿐만 아니라 우리 몸 전체를 울리는 진동으로서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효과와 파장이 더욱 크다. 청각적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단지 청각을 울리는 소리진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만들어내는 물질/매체에 대한 고찰, 소리가 일어나는 공간, 그 소리를 받아내는 인간 신체와 공간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예술을 바로 사운드 아트라 한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사운드 아트.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 앤젤레스 전시장에서 소개되었던 눈에 띄는 세 명의 사운드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사운드 아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사진 | 한윤정 LA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Zimoun 


아티스트 홈페이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디어 아티스트와 인터렉션 디자이너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심지는 Gray Area Foundation for the Arts (GAFFTA) 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은 비영리기관으로서, 예술, 과학, 문화, 사회 등을 어우르는 연구, 전시, 워크샵 등이 열리며, 캘리포니아의 미디어 아티스트, 창조적인 프로그래머, 사회연구가 등이 모여서 끊임없이 즐거운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이 곳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하나 열렸다. 그것은 바로 사운드 아티스트 Zimoun의 개인전이었다.


 


Gray Area Foundation 웹사이트


Zimoun 전시 링크





스위스 출신 아티스트인 Zimoun은 과학적 생성 시스템, 로보틱스, 그리고 세포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수백 개의 DC모터와 종이, 박스, 쇠구슬, 나무 등에서 생성되는 소리들을 탐구하고 그것을 공간 속에 담는다. 모터의 단순한 움직임이 창조하는 거대한 소리의 집합은 마치 기계가 아닌 자연의 소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직접 전시장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 마치 해변가에 부딪히는 파도 혹은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처럼 들리며, 그 경험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웅장하고 파워풀하다.










01 Zimoun의 작품 영상



 





그의 다양한 소리실험 작품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간결하고 한 편의 시 같은 그의 사운드 경험은 소리를 음악적 요소가 아닌 하나의 물질적, 공간적, 경험적 요소로서 접하게 만든다.



이미지 출처: http://zimoun.ch/


 


Bill Fontana


아티스트 홈페이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 뮤지엄(SFMOMA,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운드 아티스트 Bill Fontana의 작품 ‘Sonic Shadow’가 전시되고 있다. Site-specific installation(특정 장소에의 설치작품)으로서 건물의 5층 구름다리에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움직이는 초음파 스피커와 진동센서를 이용하여 다리 주변의 공간을 실시간으로 순환하는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통해 공간을 그려내는 새로운 예술표현인 것이다. 관람객이 다리 위를 걸어가면, 그들의 발소리는 실시간으로 환경소리의 녹음의 부분으로 이용된다. 관람객들은 다리 위에서 다양한 방향 속에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감지하며 새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갖게 된다.










 



02
보일러룸에서 Bill Fontana는 파이프에서 나는 소리가 어떻게 ‘Sonic Shadow’ 작품으로 재구성되는지 설명한다.


 


Bill Fontana는 도시환경을 하나의 살아있는 음악적 정보와 시각적 이미지형상화의 매체로 사용하여, 듣는 이에게 공간적 음향 경험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전세계 유명한 도시 건축물에 설치되어 있으며, 다양한 사운드 실험으로서 사운드 아트 분야의 주목 받는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전시 링크 및 이미지 출처


 


Iannis Xenakis



아티스트 웹사이트


 


 


작년 11 MOCA(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Pacific Design Center에서 열린 전시 ‘Iannis Xenakis: Composer, Architect, Visionary’의 한 부분으로 Iannis Xenakis의 사운드 퍼포먼스 작품 ‘Polytope de Persepolis’ 2010 11 6일 로스앤젤레스 역사공원에서 열렸다. Iannis Xenakis(1922-2001)는 그리스의 건축가이자 작곡가이며 음악이론연구가이다. 그의 site-specific 멀티미디어 작품들은 건축, 음악 그리고 빛을 혼합한 비정형의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수학적 이론과 음악을 건축 속에 담아 만들어낸 실험적인 음악 작품들로, 현대 음악에 한 획을 그은 거장 중의 거장이기도 하다.










03 Iannis Xenakis
의 사운드 퍼포먼스 작품 ‘Polytope de Persepolis’


 


70,000 스퀘어 피트 크기에서 재생된 6개의 리스닝 스테이션과 8채널 사운드의 혼합은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졌고, 관람객들은 공원을 거닐며 소리와 시각적 경험을 공간 속에서 재해석하고 경험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귀를 자극하는 전자음의 혼합은 위치에 따라 다르게 들리며, 그 경험은 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공간과 소리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묻는 듯 했다.


 


전시 링크 및 이미지 출처


 


본 기사에서 소개된 세 명의 사운드 아티스트들은 서로 다른 매체와 형태를 통해 소리예술을 표현하고 있다. 소리와 공간의 관계.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음향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지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오감을 이용하여 순수하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기에 색다르다. 하지만, 사운드 아트는 청각을 이용한 예술이기에 아직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생소한 분야이다. 국내 전시장에서도 사운드 아트 작품은 많이 소개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사운드 아트의 역사는 매우 길고, 그 시도와 활동은 끊임없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깊이 있는 사운드 아트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흥미로운 시도와 메시지가 창조되고 있어 앞으로의 국내 사운드 아트 분야의 발전이 기대된다.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항상 음악가들과 친구이자 동료였다. 그들은 서로 영감을 받고 함께 작업하며 시각과 청각을 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현대미술과 문화를 이끌어간다. 마치 백남준과 존 케이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뉴미디어 아트의 선구적인 작품을 창조한 것과 같다. 이번 기사에서는 매우 광범위한 사운드 아트 분야의 아주 작은 단편적인 부분만 다루었다. 추후 기사에서는 더 많은 사운드 아티스트들과 작품을 소개하여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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