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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Marcos Zotes, Unstable

2013-05-16


오랜 역사를 지녔든 근래 새로이 개발되었든, 도시 환경은 철저한 계획에 의해 프로그래밍 된다. 문화나 경제, 정치 등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규칙들이 도시 곳곳에 스며들게 되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것에 따라 삶의 방식을 맞춰나간다. 길을 걸을 때도, 운전을 할 때도, 건물을 이용할 때도, 심지어 쓰레기를 하나 버리려고 할 때도. 도시와 사람은 분명 어우러진 관계 속에 놓여있다. 그러나 서로의 소통은 어쩌면 도시의 일방적인 ‘통제'일는지도 모른다. 특히 공공의 영역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과연 도시는 우리에게 어떠한 존재일까.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자리한 스튜디오, ‘Unstable’. 이 곳의 디렉터이자 건축가인 마르코스 조츠(Marcos Zotes)는 이러한 도시의 일방적 소통에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Unstable(http://www.unstablespace.com)


마르코스에게 도시는 ‘Unstable’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처럼 완전하지 않다. 어딘가 불안정하고, 경제나 정치 등 사회적 영향에 따라 억압 받거나, 방치되기 쉽다. 복잡한 사회적 압력에 따라 통제 되는 곳이 바로 도시다. 그리고 도시의 공공 공간들은 그곳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통제한다. 사람들은 도시 공공 공간이 전해주는 환경에 따라 행동이나 공간 사용 방식 등을 제한 받는다. 하향식 통제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배타적 공간, 그것이 바로 마르코스가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이다. 복잡한 사회적 상황, 도시, 그리고 사람으로 이어지는 종속적 관계. 마르코스는 그 일방적 소통 연결 고리에 간섭, 서로를 중재하려는 시도를 도시 안에서 펼쳐낸다.

건축가이자 아티스트로서 마르코스는 사회적 영향에 따라 버려진 장소들에 기민한 관심을 내비친다. 2011년 선보인 ‘CCTV / Creative Control’. 뉴욕 부르클린의 한 방치된 급수탑을 활용한 이 설치 작품은 도시 공공 공간이 가진 통제 메커니즘을 비디오 영상을 통해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드러나는 통제는 ‘감시'다.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급수탑에 비쳐지는 거대한 ‘눈'은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감시한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도시의 통제를 ‘눈’이라는 시각적 매개를 이용, 사람들에게 즉각적으로 전달하려 한 의도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감시 당한다는 느낌을 단번에 알아채며 ‘눈'에 대한, 즉 통제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게 된다. 급수탑이 주변 지역 개발로 인해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어져 버려진 산업적 유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감시’ 키워드는 2012년 작품, ‘[e]mission’에서도 보여진다. 현대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곳곳에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사물. 바로 감시카메라가 작품의 소재로 등장한다. 도시의 사람들은 숨어있는 감시카메라에 끊임없이 감시 당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감시 당한다는 사실을 눈치채더라도 감시카메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의 통제는 그저 도시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 간섭하는 마르코스의 방식은 조금은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감시카메라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나 여기 있소'하고 떠든다. 지켜봐야 할 공간에 누군가 사람이 지나가면, 감시카메라는 본래의 역할을 잠시 버리고 빛을 발산한다. 이 빛은 감시해야 할 대상을 오히려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다. 일방적 소통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깨닫고 만나게 되는 극적인 순간으로, 이 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이라면 도시 어디에서든 잠깐의 깜짝 무대가 펼쳐질 수 있다.


도시가 사람을 통제하는 방식에 ‘감시'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다름 아닌 ‘텍스트'가 될 것이다. 각종 표지판, 광고, 사인물 속 텍스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이 도시의 공공 공간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 일정한 자유를 제한한다. 마르코스가 2012년 디트로이트 조명아트페스티벌에서 이틀 동안 선보인 ‘Your Text Here’는 텍스트 표출의 주체를 도시에서 사람으로 바꾼 프로젝트다.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유롭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자동으로 도시 빌딩 파사드에 10~20초 정도 노출되는 식이다.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도시에 전달되는 이야기에는 감상도 있고, 비판도 있고, 때론 비밀이나 심지어 욕도 있다. ‘Your Text Here’에서 만큼은 언어 표현에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셈. 그리고 이 디스플레이는 자체가 익명의 토론장이 되어, 도시 공공 공간이 수용할 수 있는 소셜 인터랙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르코스는 최근작, ‘Pixel Cloud’를 통해 작금의 경제 상황이 안겨 준 도시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작품의 소재가 된 것은 건축 공사시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 비계. 경기 침체의 여파로 도심 곳곳에서 중단된 공사들은 일시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비계를 반 영구적 풍경으로 남겨 놓았고, 마르코스는 이를 취약해진 지금의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이 도시의 생채기를 빛과 소리의 미디어아트로 치환 시켰다. ‘Pixel Cloud’는 레이캬비크 ‘Winter Lights Festival 2013’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도시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예술가적 접근 방식을 취하긴 하지만, 마르코스는 건축가다.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교(London Metropolitan University)와 뉴욕 콜롬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in New York) 각각 건축디자인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로테르담에 위치한 건축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에서 실무를 쌓기도 했다. 마르코스는 크리에이터로서 다학문적 접근을 중요시 하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다. 도시 공공 공간의 한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논쟁, 익명성, 소셜 인터랙션 등 그가 탐구하고 있는 도시의 이슈들 자체가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도시를 향한 마르코스의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스케이트보드와 그래피티를 즐기던 어린 시절부터 이미 도시는 놀이터이자 창의적 표현을 담는 곳이었다. 그에게 도시의 환경은 탐구의 대상인 동시에 아트웍(Artwork)을 위한 캔버스나 다름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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