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8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아이들은 태어난다. 더하여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또한 죽어가기도 한다. 우리의 인식이 닿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생과 사를 거듭하고 있는 어린 목숨들. 그들에게는 우리에겐 당연한 보호받아 마땅한 유년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의 열 여덟 디자이너가 참여한 ‘에브리원 캠페인’은 이러한 아이들을 위한 작은 고민들의 결과이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의 두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참여하신 에브리원캠페인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조은애(이하 조)_ 에브리원캠페인은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저개발국가의 아이들, 특히 나이지리아나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이 5살을 넘겨야만 70세까지 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원을 못 받아서 목숨을 잃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도 보통 치료 가능한 질병들로 그렇게 된다는 얘기는 충격이었다.
남용섭(이하 남)_ 우리가 생각할 때 적은 양의 돈으로도 백신을 비롯한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 디자이너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티셔츠를 제작하고 판매하여 수익금을 기증하는 캠페인이다.
Jungle : 에브리원캠페인은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행사인가?
조_ 올해로 두 번째이다. 작년엔 면화방직협회에서 디자인컨테스트를 통해서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 한 개 디자인 정도가 판매가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좋은 일이 있으니 신진디자이너들이 함께 참여할 수 없냐며 센터로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남_ 우리로서도 큰 규모의 금전적인 기부는 힘드니까 롯데마트랑 코웍을 진행했다. 우리는 재능기부를 하고 롯데마트에서는 판매를 담당하고.
Jungle : 센터에서 몇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나?
조_ 이번 캠페인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고 80개 업체 중에서 18명의 디자이너들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사실, 이런 행사가 좋은 건 알지만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지 않나.
남_ 캠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취지가 너무 좋았다.
Jungle : 이야기를 듣다 보니 패션창작스튜디오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여타의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랑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남_ 이곳에서는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필요한 현실적인 도움을 많이 준다. 사실, 디자인만 할 줄 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판매의 방법도 알아야 하지 않나. 센터에 계신 분들이 유통망을 비롯,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다. 그 중 하나가 신세계 백화점이나 현대 백화점과 함께 진행하는 팝업 행사인데 디자이너가 직접 백화점에 입점해서 옷을 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지원이 되니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조_ 우리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인데다 독립 디자이너이다 보니 네트워킹이 부족하다. 트렌드를 바로 읽어내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그런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 여기서는 80개 업체에서 서로에게 부족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실질적으로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되고 있고.
Jungle : 이번 캠페인에 기부한 디자인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
조_ 저 같은 경우엔 두 가지 디자인을 제안했다. 다행히 두 가지 다 선택을 해주셔서 두 가지 디자인을 기부하게 되었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들이 있지 않나. 이 나이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도 귀한 것인데 우리는 그런 혜택들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그 아이들도 누릴 수 있게 조금 더 마음으로부터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도안이 그 중 하나이다.
남_ 디자인의 전체적인 컨셉을 잡는 단계에서 머리색이나 피부색을 생각했다. 여러 가지 색깔들이 지구본 모양을 생성하고 있는 것, 그래서 색을 네 다섯 가지를 넣었다. 어쨌든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이지 않나. 피부색과는 상관없이 어른들 사이에 아이들이 있는 형태를 만들었다.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전지구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Jungle : 작업을 진행하면서 재미 있었던 일이 있다면?
조_ 이 질문이 너무 어려웠다(웃음).
남_ 저는 질문지를 보고 재미있었던 일을 고민해왔다(웃음). 행사를 진행할 때 제 나름대로 프린트 티셔츠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걸 미뤄두고 이 일을 한 거다. 하고 나니까 이번 캠페인 디자인이 너무 잘 나온 거지. 주위 사람들이 이거 주지 말고 다른 작업을 빨리 해서 주면 안되냐고 그랬다(웃음).
Jungle : 판매가 끝나면 그 도안을 다시 쓸 수는 없는 건가?
남_ 안 된다. 2년 동안은 세이브더칠드런쪽에 권리가 있다.
조_ 제가 기부한 두 개 중 하나의 컨셉은 아까 말한 내용이고 하나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디자인이다. 카페에 앉아있다가 냅킨에 떠오른 디자인을 끄적거린 적이 있다. 때 마침 이 캠페인과 컨셉이 맞아서 제출했는데 두 개 다 채택되었다.
Jungle : 요즘 나눔에 대한 논의들이 많아진다. 각자 생각하고 있는 나눔의 방법들이 있다면?
남_ 어릴 때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거기 사장님은 그날 만든 빵은 그날만 팔고 더 이상은 안 파셨다. 대신 남은 빵을 가지고 늘 아침마다 고아원을 다녀오셨다. 그걸 보면서 내가 나중에 사업을 하면 꼭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옷이라는 것은 빵처럼 유통기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 내가 만든 제품을 그렇게 나누어주고 싶다.
조_ 앞으로도 이런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싶다. 저는 판매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벼룩시장이나 자선바자에 참여해서 수익금을 기부한다던가 하는 것 같이. 지금 우리가 들어가는 편집샵 중 한 곳에서는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 앞으로도 이런 채널들을 생각해볼 예정이다.
Jungle :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디자인적 방향성이 궁금하다.
조_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트이다. 오래된 브랜드 같은 경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존재한다. 주변에서 신진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것은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어떻게 하면 신선하고 새로울까를 고민한다.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상태에서 디자인적 위트를 보여주고 싶다.
남_ 저는 옷을 구조로 바라본다. 건축처럼 하나하나 구조가 맞아야만 전체적인 패션과 실루엣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패션이라는 것이 옷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알맞은 구조가 나와야 하는 거지. 그렇게 구조적으로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