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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리듬감을 실어낸 편안한 디자인, 우퍼의 우먼파워 한경하 대표

2006-02-13


우퍼스피커가 내는 중저음의 소리는 사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음역대라고 한다. 여기에서 이름을 차용한 우퍼디자인(www.wooferdesign.com) 역시 마찬가지다. ‘반짝이는 디자인 보다는 편안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우퍼디자인의 철학은 낮게 울리는 편안하게 울리는 우퍼스피커의 소리처럼 사람을 향해있다.
그러나 우퍼스피커가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채널별로 분리해 줄 앰프가 필요하듯, 우퍼디자인의 14년에는 이를 설립하고 이끌어온 한경하 대표가 있다.
여성디자이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디자인계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온 한경하 대표의 이야기에는 낮게 그러나 리듬감을 실어낸 우퍼스피커의 소리처럼 듣는 사람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취재 | 김유진 기자 (egkim@jungle.co.kr)

1993년, 한경하 대표는 모교의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님으로부터 ‘산악용자전거’에 대한 프로젝트를 의뢰 받는다. 당시 대학원 진학을 위해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 두었기 때문에 한경하 대표는 이 제안을 쉽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면우교수님의 강력한 권유, 회사 선배의 적극적인 동조와 참여는 한경하 대표의 생각을 움직이게 했다.
선배와 함께 애쓴 결과는 좋은 평가를 얻었고, 애초 단일 프로젝트로 생각했던 일은 매스컴의 주목까지 받게 된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우퍼디자인’을 탄생시켰고, ‘무모한 도전’이란 단어보다는 ‘알찬 성공’이란 단어가 우퍼디자인의 시작을 장식하게 되었다.
6년 동안 함께 해온 선배가 학계로 거취를 정하게 되어 한경하 대표 혼자서 우퍼디자인을 이끌어 온 것이 7년. 2006년에도 우퍼디자인이 현재 진행형인 이유는 바로 한경하 대표의 존재 때문이다.

우퍼디자인에서 디자인하는 제품들은 산업기기, 가정용품, 가전제품 등 ‘고유의 제품’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타 디자인 회사에 비해서 IT 제품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이는 IT 제품들이 생겨나기 전부터 제품을 디자인해 온 우퍼디자인의 이력과도 관계가 있지만, 우퍼디자인이 추구하는 바와 맞닿아 있다.
“IT 제품들은 기술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디자인 보다는 기술력이나 수익 부분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저희는 인간을 위한 디자인, 사람에게 편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앞으로도 IT 제품의 비중을 늘이거나 특화 하기보다는 지금처럼 일반적인 제품에 대한 디자인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우퍼디자인은 모양과 형태가 예쁘게만 보이는 디자인 보다는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가치를 인정하는 디자인을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우퍼디자인의 제품은 기술이나 아름다움만 극대화 하는 차가운 제품보다는 제품과 사용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따뜻한 제품에 가깝다.

이러한 철학을 갖고 있는 우퍼디자인이 가장 강조하는 프로세스 단계는 “리서치(Rearch)”.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하여 컨셉을 잡아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다.
한때는 하나라도 스케치를 해서 클라이언트에게 결과물을 먼저 보여주고 싶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왜 이런 디자인이 되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 아래, 우퍼디자인의 철학을 바탕으로 충실하고 아카데믹한 디자인이 되도록 노력한다.

프로세스 과정에서 또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설계와 호환이 잘 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디자인 도면과 양산업체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의 갭을 없앤다는 것이다.
보통 디자인 도면을 양산업체에 넘겨주면 설계과정에서 변형과 왜곡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의 경우, 매우 미세한 차이와 변화가 민감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이런 일은 디자인 작업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우퍼디자인은 프로엔지니어링 프로그램, 솔리드 웍스를 사용하여 디자인단계에서 설계수준의 디자인을 얻어낸다.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힘든 부분이지만, 이는 모형제품이 양산까지 큰 왜곡과 변형 없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D의 그래픽 디자인보다는 형태와 질감을 변화시킬 수 있는 3D작업에 매력을 느껴’ 세부전공으로 공업디자인을 택하게 됐다는 한경하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제1회 LG전자 디자인 공모전에서 친구들과 함께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제품디자이너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운명이 만들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한경하 대표이지만, 현재 한경하 대표의 모습을 만들어 온 것은 과거의 그리고 현재의 그 자신이다.

요즘도 한 대표는 서울시의 디자인 심의위원으로, 또 대학에서는 이론과 실무의 갭을 좁히기 위해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관리 등의 실무를 가르치고 있으며, 2005년 2월 발족한 여성디자이너리더십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운명이란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질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한경하 대표는 그것을 증명하는 한 사람이다.

우퍼디자인의 이념과 철학대로 그저 사용자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한경하 대표. 그에게서 직접 듣는 우퍼디자인이야기, 그리고 사람 한경하의 이야기는 ‘지금처럼, 그리고 앞으로도’ 라는 간결한 세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Jungle : 지금까지 우퍼디자인을 이끌어오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때는 언제인가. 힘들었던 일이나 기쁘고 좋았던 일은.
아마 같은 시기에 제품디자인회사에 몸담고 있었던 분들이라면 다 느끼실테지만, 당시 업계에는 제품디자인의 개념이 많이들 부족했다.
우퍼디자인 초기에는 잠재적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은 무엇이며, 제품 개발에서 디자인의 필요성과 중요성일 인식시켜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
반면 당시에는 제품의 부족한 퀄리티를 디자인으로 커버하려 했던 회사도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결국 돈을 받지 못해서 법원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미수금도 많이 줄어든 편인데, 이제는 많은 성장을 해서 좋은 클라이언트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기뻤던 일이라면 우퍼디자인의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일이다. 최근에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06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대기업이 아닌 전문 디자인 회사로서 非 IT 제품으로 수상을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Jungle : 타 디자인 분야와 비교하면 제품디자인 분야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제품디자인계에서 한경하 대표의 활약은 무척 돋보인다. 여성으로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려움, 또는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여자다’, ‘남자다’라고 구분 지어서 특별히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제품디자인 분야에 특히 회사의 여자 대표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띄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무엇을 하든지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웃음)
유리한 점은, 여성이라는 부분이 클라이언트나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것 같다. 사람들이 잘 믿더라. (웃음) 사실 여자들이 오히려 솔직한 부분들이 많지 않나.
주방이나 미용기기 등 여성을 위한 제품들을 디자인 할 때는 더 신이 나고 할말이 많다. 나 또한 여자이고 주부이기 때문에 그런 점은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Jungle : 사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직원 채용에는 또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우리 회사의 이름이나 추구하는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회사 분위기도 가족적이고 편안한 편이다. 사실 초창기에는 일에 있어서 철두철미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깐깐하고 포용력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또 개인적으로 결혼,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면서 성격이 포용력이 생긴 것 같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스케치를 잘하고, 툴을 잘하는 사람, 학력이나 이력이 특출난 사람보다는 진실된 사람, 팀웍을 잘 이루는 사람을 뽑는다.
그리고 그렇게 뽑아온 결과는 만족스럽다. 타 회사에 비해 우퍼디자인은 이직율이 매우 낮은 편인데, 직원들간의 끈끈한 팀웤이 그 이유인 것 같다.

Jungle : 요즘 제품디자인은 어떤 경향을 보이고 있나.
요즘에는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특정 트렌드를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반적으로 디지털의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것이 그대로 수용되지는 않는다. 첨단과학이 접목된 차가운 느낌의 제품들에 사람의 감성과 따뜻함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디지털이 오히려 인간답고 감성적인 것을 그리워하는 시대를 만든 것 같다.

Jungle : 구체적으로 트렌드를 짚어달라.
이와 관련하여 트렌드를 크게 둘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를 디자인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후각, 미각, 촉각 등 다양한 인간의 감각과 감성에 어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예전에는 시각적으로 나무 느낌이 나는 재료를 썼다면 이제는 진짜 나무를 쓴다거나, I POD의 천 재질의 케이스가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첨단기술의 제품에, 감성을 입힌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최근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컨버전스다. 그간의 컨버전스가 다양한 기능을 융합하는 차원이었다면, 올해는 기능과 사용자를 고려한 융합이 될 것이다. 노년층이나 젊은 층 등 특정 타겟에 맞는 융합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다. 이로써 구매층에 따라 포지셔닝 전략을 차별화 하는 것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파악하고 있다.

Jungle : 제품 디자인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80년대에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관련 앙케이트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결과에 따르면 디자인은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 7~8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디자인 혁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제품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제조사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만큼 제품디자인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제품디자인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서 이와 관련된 많은 회사들이 생겨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Jungle : 정글: 앞으로 우퍼디자인의 행보가 궁금하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제 제품디자인회사간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안에서도 무조건 많은 프로젝트를 따내고, 제품을 양산하는 회사가 되기 보다는 보다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우퍼’라는 이름에서 찾은 의미는 편안함 뿐만 아니라 멀리 울려 퍼지는 우퍼 스피커의 소리에도 있다. 저희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또 저희의 디자인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제품이 되길 바란다.


Art film
가끔 보는 흑백영화. 현재는 흑백이지만 어떤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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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누르고 싶다. 아니 채워야 하나?

Creative
디자이너 최고의 무기

Dislike
외로움..난 혼자있는게 싫다.

Experience
내 딸에겐 많은 경험을 하게 하고 싶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수많은 일들을, 경험들을, 사람들을 많이 많이 만나게 하고 싶다.

Fear
불면증. 공포영화.

Gold
정당한 경기를 하고 받는 금메달은 멋져 보이고 항상 탐나지만.

Handicap
수영..난 물이 무섭다

Introduction
“따뜻한 마음을 가진 냉철한 디자이너” 로 불리고 싶다.

Jump
이 단어를 보면 가슴이 설렘.

Killing time
커피 마시며 공상, 망상.

Leadership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Message
Stay hungry, stay foolish… 현실에 만족하지 말기를

New
물건은 새물건, 그래도 사람은 오래 함께한 사람.

Occupation
디자이너는 직업이기 보다는 그냥 자연스러운 생활.. 난 행복하다.

Partner
커피, 그리고 나와 함께 했던 좋은 partner들.

Quickness
생각은 길게, 행동은 빠르게.

Revolution
인생에서 한번 쯤은…

Style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당신은 ‘항상…’ 하는걸 보면 난 나만의 스타일을 가진 듯.

Track
시작은 어떤 길인지 전혀 모르고 달렸지만 이젠 길이 보이기 시작.

Useful books
신간잡지..특히 트랜디 한 잡지는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함을 쉽고 빠르게 입력시킨다.

Vainness
가끔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Weekend
느리게 생활하기.

Xanthippe
남편이 철학자가 못된 걸 보면 나도 악처는 아닌 듯.

Young
육체적으로 부럽지만 나이 먹는 것도 성숙과 여유라는 멋진 선물이 주어진다.

Zoom
지금, 누군가가 나를 zoom in 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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