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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과 예술, 그 사이의 기쁨

2010-11-17


처음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속을 만지는 일이 자신에게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만져본 쇳덩어리는 너무나 차고 무거웠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조금씩 마음이 멀어졌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칠공예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따뜻함이 마냥 좋았지만 막상 다른 고민이 생겨났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 끝에 대학원에 진학했고 교수님의 제의로 상품전에 장신구를 출품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자신이 만든 장신구를 착용한 사람을 발견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이후, 대학원에 다니면서 서서히 자신의 브랜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 이현경의 옻칠상품개발브랜드 ‘장이’는 이렇게 태어났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칠공예를 전공하는 사람 중에서도 이현경의 행보는 남다르다. 작가가 되거나 혹은 그냥 회사에 파묻히는 수많은 전공자들과는 달리 그녀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척하고 수익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사장님’이다.
“제가 원래 물상에 관심이 많아요. 나무나 칠 같이 따뜻하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결과물이 나오는 것에 매력을 느끼죠. 그런데 막상 금속을 하다가 칠로 전향을 하고 4학년 졸업을 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공예과가 디자인 전공처럼 디자인회사에 들어가거나 창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작가를 하기에는 경력이 너무 없고. 대학원을 가던가 디자인으로 전향을 하던가 해야 하는데 디자인을 하긴 싫었어요. 좀 더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대학원에 갔어요. 그런데 더 막막하더군요. 옻칠은 하시는 분이 소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분야인데다 제 앞의 선배들이 길을 탄탄하게 닦아놓지 않았어요. 보통 대학원 졸업하면 결혼하거나 조금 틀어서 다른 직장을 가지던가 하니까요. 그래서 좀 어려웠죠, 처음엔.”

이현경에게 있어서 사람들과의 교감은 조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처음 개최한 상품전에서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팔려나갈 때 느꼈던 짜릿함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한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그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고객들의 손에 하나 둘 들려나갈 때 그녀는 자신이 가야 길을 확신했다고.
“교수님께서 그러셨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장신구이니까, 상품전에 한 번 만들어서 내보라고. 생각보다 잘 팔리더라고요. 사람들이 내 작품을 봐주고 가져가 준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길을 가다가 제가 만든 장신구를 달고 다니는 사람을 본 일이에요. 아예 모르는 사람이 제 걸 하고 있더라고요. 막 가서 아는 척을 하고 싶은데 참았죠(웃음). 당시의 이미지랑 느낌, 그리고 공기의 온도 같은 것이 생각나요. 지금도 너무 힘들 때는 그때의 그 느낌을 생각해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교감과 그 반응들이 너무 좋아요.”

이현경의 스튜디오는 그녀와 직원 둘, 세 사람으로 구성된 작은 공간이다. 그들은 이 곳에서 각자 꾸준히 자신들의 작업을 진행한다. 일정 온도로 맞춰져야만 본연의 느낌을 발산하는 나무와 옻의 특성 상 스튜디오는 늘 건조하다. 스튜디오 곳곳에는 작업의 원료인 자개와 옻칠재료가 놓여있고 벽에는 아이디어 스케치가 빼곡하다. 자개나 목공예라는 것이 본래 젊은 층에는 쉽게 어필하기 힘든 재료라 그녀는 4, 50대 중년층을 타겟으로 작품을 구상한다. 얼마 전엔 좋은 기회가 생겨서 TV 드라마에 장신구 협찬을 하기도 했다.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납품하고 있는 갤러리나 박물관 외에 따로 온라인 사업을 하진 않을 거라고 한다. 오롯이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데만도 걸리는 시간이 꽤 되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통한 본격적인 사업확장은 그녀에겐 왠지 먼 얘기이다.
“브랜드를 만들어서 운영한 건 6년 정도 됐어요. 공식적으로는 한, 3년 정도고. 아직까지는 그렇게 힘든 고비 같은 건 없었어요. 그런 거 보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이 막혀서 허둥대다 보면 예기치 못한 곳에서 돈이 생기고, 다른 일이 생겨도 어떻게 잘 무마되고 그러니까... 우왕좌왕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안 그러려고 해요. 아마도 함께 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처음에는 직원을 책임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친구 중에는 벌써 4년째 함께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희는 출퇴근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요. 본인이 나와서 알아서 작업하고 저도 알아서 페이를 챙겨주고 그러죠. 서로 믿음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그녀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나이 마흔에는 4층짜리 건물을 장만하리라는. 그녀의 작품들을 파는 로드샵과 작업장, 사무실, 개인 아뜰리에로 구성된 이현경만의 공간 말이다.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저더러 오지랖도 넓다고 하세요. 전 앞으로 이 곳을 적어도 15명 정도 인원을 책임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적어도 제 후배들이 졸업을 할 때쯤이면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제가 지금 서른 하나니까 앞으로 9년쯤 남았는데, 좀 힘들 지 몰라도 해보고 싶어요.”


옻칠상품개발브랜드 장이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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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현
안녕하세요 꽤나 허접한 휴학생임니다 곧 군대 갈꺼구요 생각없이 놀구 있어요ㅡ.ㅡ 음... 누군가의 소개로 여길 가입하게 됐슴다 좀전까지 대학로에 계시던.. 몇몇분들의.... 가입 시켜주세요..ㅠ_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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