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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다시 태어난 찜질방의 컬처 큐레이션, 그 해답은 ‘건축+디자인’

김미주(mjkim@jungle.co.kr) | 2015-07-21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짓다 만 대형 찜질방 건물을 화성시 최초의 미술관이자 디자인, 건축 전문 미술관으로 탈바꿈 시킨 이들이 있다.

하버드 건축대학원 출신의 젊은 건축가 권순엽(디자인스튜디오 SOAP 대표)과 장동선 소다미술관(SoDA, Space of Design and Architectre) 관장이다. 업무 파트너이자 부부이기도 한 이들은 건물에 새로운 용도를 요구한 건축주에게 황당한 제안을 한다. 바로 찜질방을 미술관으로 변신시키자는 것!

에디터 ㅣ 김미주(mjkim@jungle.co.kr)
공동기획 ㅣ 건축 웹 마실와이드(박지일, http://www.masilwide.com)


찜질방이 미술관으로
2009년 이곳에 찜질방을 짓던 건축주는 건물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용도를 고민하던 중 미국에서 벤처경영학과 전략을 전공했던 장동선 관장을 만난다. 장동선 관장은 철거 비용을 포함한 경제성 분석결과, 이 곳에 다른 프로그램을 부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담당하게 된 권순엽 건축가는 찜질방이 가지는 각각의 방들과 욕탕의 공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미술관을 계획한다. 이들은 건물이 위치한 화성시 안녕동 부근은 택지개발 사업이 몇 년간 지연되고, 방치된 건물과 토지가 널려있는 슬럼화 된 지역으로, 지역적 요인으로 인해 건물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물 스스로가 사람을 유입할 수 있는 매개가 무엇일까를 고심하다가 전시를 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건물의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건축주가 이에 동의해, 재임대하면서 이들은 미술관의 운영까지 위임 받게 된다.  

지붕없는 미술관
건물은 대형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보았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기존 건물의 골조와 철근콘크리트 벽체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미술관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전혀 마감을 하지 않은 외관과, 건물 주변 및 건물 상부에 위치한 컨테이너 박스는 이곳이 고리타분한 미술관이 아님을 말해준다. 건축가는 찜질방에서 ‘방’ 이 가지는 한국적인 아이덴티티에 주목한다. 각 방들을 일종의 건축적 캔버스로 지칭하고 그 안에 콘텐츠를 채우는 것이다. 컨테이너는 모자란 캔버스들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 일부에는 지붕을 제거하여 하늘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붕없는 미술관’ 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건물 뼈대를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활용하고, 각 방을 하나의 전시장으로 활용함으로써 가치 없어 보이는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ART 가 아닌 'CULTURE'
흔히 미술관이라 하면 불필요한 근엄함과 권위적일 것이란 편견으로 대중들이 동네 마실가듯 편히 다가가기 힘든 공간이다. 근사하게 지어진 건물일 지라도 콘텐츠의 부재로 인해서 쇠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시에, 전시를 하는 아티스트들이 관객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관을 강조하면서 미술관에 머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건물 프로그램 구성과 전시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전시에 참여할 아티스트 및 지역주민들을 초대해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함께 고민했고, 그 결과 미술관은 실제로 일상적으로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편안한 예술공간으로 변모했다. 또한, 예술, 음식, 상업, 문화 등 다양한 복합공간이 위치함에 따라 서서히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디자인과 건축, 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대중과 호흡을 꿰는 대중성 등이 잘 조합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Jungle : 국내에 건축과 디자인의 특수성을 동시에 내세운 공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축디자인뮤지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권순엽(이하, 권)_ 대형 찜질방으로 계획됐지만, 완공되지 못한 채 방치된 화성시 건축물의 건축주가 공간의 리모델링을 의뢰해왔다. 초반에는 기존 건축의 틀에서 리모델링만을 생각했다가 자연스럽게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까지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다. 공간의 콘셉트를 기획하고 설계하며, 이를 운영하는 과정이 분리된 일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기획된 영역 안에서 설계과정까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건축가의 역할이 제한되어 있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역량을 좀 더 넓히는 일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했다. 일반적으로 건축가의 역량은 공간의 기획에서 상업적 용도의 결정이 완료된 후, 용역으로 진행되는 것이겠지만, 실제 건축가는 단순히 일부의 과정만 참여하는 일부 담당자가 아닌, 기획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의 운영까지 총괄하는, 즉 훨씬 더 다양하고 폭넓은 역량을 가진 이가 많다. 이 같은 안타까움에서 소다미술관 프로젝트는 초기 기획부터 공간의 브랜딩과 가치창출, 목표 등 사업적 운영까지 참여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장동선(이하, 장)_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예술 또한 이윤창출이 되어야 한다는 공간의 기능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에 자유롭지는 못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디자인스튜디오 솝(SOAP)은 이런 이유에서 시작됐다. 예술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브랜딩, 그래픽, 웹 디자인 담당들이 보여 한 영역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시선을 좀더 확장하고 다양하게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일 : 기존 건축물이 찜질방이라는 기능 이미 부여한 공간인데, 이를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미술관에 접목한 연유는 무엇이었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나?

_ 지역적 특성상 사람을 유입할 수 있는 자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기 힘든 건축물이었다. 미완의 찜질방에 다른 기능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프로그램을 필요로 했다. 언뜻 들어서는 도심과 떨어진 지역에 왠 찜질방을 미술관으로 세우는가, 이를 황당한 발상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곳으로 사람이 유입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연결시키고, 경제성 분석을 하니 공간의 특성상 전시를 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_ 화성시 안녕동은 우선 영화의 이미지기 강렬해 일반적인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는 훌륭하기 때문에 서울의 진입이 쉬운 물류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수도권 신도시(오산, 용인, 수원)의 중심에 위치해있고, 주변 수도권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서울을 떠나 이 곳이 베드타운 지역이기 때문에 도로나 환경적 인프라도 발전 중이다.
물류도시가 문화예술의 도시로의 가능성을 가진다면,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초반에는 이 공간을 철거하고 새롭게 건축하려는 시도들이 없지 않았다. 새롭게 작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경제적 측면을 생각하면 합리적일 테지만, 태어났으나 생명을 잇지 못한 건축물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를 재생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건축물의 초기 형태를 살리고, 이를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의 장소로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이 공간의 메인 콘셉트다. 지역민이 참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컬처 큐레이션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Jungle : 소다의 야외와 상부층에는 컨테이너 공간이 따로 있다. 근 몇 년간 컨테이너는 건축, 디자인과 상공간의 복합요소, 아트테이너 (Art + Container)로서 ‘핫’한 느낌을 주지 않나? 디자인적 트렌디함을 유도한 것인가?

_ 컨테이너를 연출함으로써 건축물에 장식적인 요소를 더하거나 트렌디함을 내세우려 의도한 건 아니다. 컨테이너의 역할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을 모바일 갤러리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획됐다. 실시간의 의미를 담은 컨테이너는 콘텐츠의 유동적인 확산에 매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보여지고 있는 야외공간의 컨테이너들은 마치 폴리(Poly)처럼 야외 부지에 자리한 디자이너 전시공간의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관객들은 이 작가만의 공간을 새롭게 경험하고 여러 컨테이너를 돌며, 하나의 노마드식 스몰-뮤지엄이 되는 것이다. 운반에 대한 고민과 운송비에 대한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를 유동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지일_ 현재 ‘Re:born’전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소다는 어떻게 운영될 예정인가?

_ 기획전시는 디자인 순환과정을 통해 일상에서 버려진 사물이나 생각을 다시 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이 공간이 함의하는 부분이 그러하듯 다시 태어나 재탄생한 공간처럼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협력하여 ‘재생’의 의미를 가치 있는 자신의 작품으로 보여주는 기회다. 현재 전시장에 설치되 건축가들의 프로젝트는 ‘Unbuilt Dreams’ 즉, 모두 실현되지 못한 도시, 건축을 향한 건축가들의 애정이 담긴 작품들이다. 실존하지 않지만, 존재를 꿈꿨던 건축물은 재활용 옷걸이에 걸린 74개의 패브릭에 새겨진 작품들이 이를 말해준다. 전시가 끝나면 이 작품들 에코백으로 제작해 일상으로 되돌려 지속하게 된다.

많은 디자이너 혹은 작가들은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되고, 고민의 과정에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소다는 이 같은 모두의 고민, 이에 대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건축과 디자인의 과정에 대한 고민을 담은 내용과 좀 더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공감을 얻고 이 같은 과정을 전시에 반영할 계획이다. 소다가 젊은 창작자들의 활기를 담은 공간으로, 더 나아가 새로운 도시 재생과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지역으로 변화되기를 희망한다.

_ 건축가 홀로 풀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디자인 컨설팅을 통해 문화콘텐츠에 기반한 자생 가능한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곧 소다가 자립할 수 있는 방책들이 될 것이다. 이는 태어났다 사라지고 마는 지속될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고민과 솔루션을 보여주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통해 선순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를 생명력을 가진 건축물로 연결하려는 모습들이 공감을 얻었으면 한다.

다음 전시는 해외건축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단계에서 소다에 대한 소개와 기획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을 때,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는 해외 건축가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이번 전시가 재생에 관한 국내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와 연장선에서 해외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다음 전시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Re:born
내달 2일까지 진행되는 기획전 전은 이들이 가진 명확한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전시다. 버려진 건물을 재활용하여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미술관의 태생적인 의미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버려진 것들에 대한 고찰’ 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쉽게 버려지는 옷걸이와 페인트 통을 소재로 기획 공모를 진행하여 3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소개하였고, 건축가 90여 명은 ‘Unbuilt Dreams’ 의 주제로, 실제 지어지지 못한 아이디어 프로젝트들에 관한 자료들을 제공하며 전시의 의미를 더했다. 이들의 전시작품들은 전시 후에도 폐기되지 않고 에코백 등으로 재탄생 되어 또 다른 재생의 의미와 가치를 더한다. 전시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열띤 호응은 이들의 기획 및 건물이 지닌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족한 전시 공간을 보충해주는 화물용 컨테이너는 이들이 추구하는 미술관의 정체성을 상징적이자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건물 상부에 컨테이너를 덧대어 수직적인 동선을 추가해 2층이 되는 공간을 세미나실과 전시, 교육공간으로 활용했다. 또한, 외부에 설치된 컨테이너는 작은 상점이 되거나 때로는 야외 전시장이 되는 등 다양한 범위로 활용이 가능해졌다. 컨테이너 역시 쉽게 폐기되는 재료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으나 최근 쿤스트할레나 커먼그라운드 등 컨테이너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공간이 주목받으며 대중들의 시선이 친근하다는 것은 이들이 의도치 않은 또 다른 장점이 되었다. 건물의 벽과 바닥 사이사이에 깔린 벽돌들은 기존 찜질방 건물 불가마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벽돌들을 뜯어 재활용한 것이다.

소다 미술관은 앞으로 이 지역주민의 문화적 갈증을 충족시켜주고 부족한 전시공간에 대한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가 및 디자이너와의 소통공간, 신예작가 발굴 등 다양한 문화활동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힌다. DDP나 국립현대박물관 등의 대형 전시공간의 필요성은 여지 없이 분명하지만, 소다미술관과 같이 건축물의 선순환을 위한 건강한 방법은, 포장되지 않은 콘텐츠로 기억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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