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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어린이 화상 환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디자인

2018-02-01

 


 

화상은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어려움까지 수반하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에게 치료는 더욱 힘든 과정이다.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더욱 살기 좋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의 Design Matters라는 학과로, UN, GNO와 같은 다양한 기관 및 학교와 협력을 맺고 세계에 퍼진 공통적인 문제점과 해결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 

 

매년 라틴아메리카에서 7백만 병의 아이들이 화상과 그로 인한 극심한 고통으로 힘든 시간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칠레의 비영리단체 코니쾀(Coaniquem) 어린이 화상전문 병원과 손잡고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게 됐다. ‘안전한 아이들(Safe Ninos)’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위해 이들은 칠레를 방문해 의사들을 인터뷰하고 어린이 환자들과 눈높이에 맞는 놀이를 하며 어린이 환자들의 부모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화상치료는 수술, 물리치료, 수중치료, 음악치료, 상담 등 총 10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바탕으로 일러스트 지도를 제작했고,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트리 존(Tree Zone)을 디자인하고 치료에 도움이 되는 장난감을 제작하기도 했다. 


‘힐링 트리 북’ 표지 이미지

‘힐링 트리 북’ 표지 이미지


 

치료의 끝을 상징하는 ‘힐링 트리’를 찾아가기 위한 치료 과정을 아이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러스트로 디자인, 지도로 제작했고, ‘힐링 트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동화책 ‘힐링 트리 북(The Healing Tree Book)’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인 디자이너도 포함되어 있다. 힐링 트리 북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를 맡았던 이아름(Belle Lee) 디자이너다. 이아름 디자이너에게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힐링 트리 북’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한 이아름(Belle) 디자이너.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힐링 트리 북’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한 이아름(Belle) 디자이너.


 

‘힐링 트리 북’ 메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아름 디자이너 interview

 

안녕하세요? 디자이너님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지난해 봄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을 졸업 후 현재 MGA 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아트(MGA Entertainment Creative Art) 부서에서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아름입니다. 

 

동화책 ‘힐링 트리’는 카밀라와 루카스가 힐링 트리를 찾아 떠나는 마법의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화책 ‘힐링 트리’는 카밀라와 루카스가 힐링 트리를 찾아 떠나는 마법의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우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는데요,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희 학과는 학생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여러 기관과 협력을 맺어왔는데 어린이 화상전문병원 코니쾀과 함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화상치료를 디자인으로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죠. 코니쾀은 남아메리카에서 아이들 화상치료를 위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병원으로, 칠레의 화상 입은 아이들은 대부분 코니쾀으로 치료를 받으러 와요. 

 

저희 팀은 칠레를 방문해서 직접 인터뷰를 하고 연구를 했어요. 총 2학기에 걸쳐 프로젝트는 끝이 났는데 Sappi 공모전에 지원, ‘힐링 트리 북’이 1등을 하게 되면서 계속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또 다른 상도 수상하셨죠?

Core77 디자인 어워드 2017 소셜임팩트 부문에 선정됐고 Spark에서 Bronze 상도 수상하였습니다. 또 두바이에서 매년 진행되는 Global Grad Show (Meet the Future Design)에 초청받기도 했습니다. 팀 멤버인 엘빈이가 직접 두바이로 가 힐링 트리 프로젝트를 소개 및 발표하였습니다.  

 

힐링 트리를 찾기 위한 여행에서 아이들은 여러 장소에서 많은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각 동물들은 여러 화상 치료 과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힐링 트리를 찾기 위한 여행에서 아이들은 여러 장소에서 많은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각 동물들은 여러 화상 치료 과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저는 ‘힐링 트리 북’ 동화책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였습니다. 60페이지가 넘는 동화책의 일러스트를 제가 직접 그렸고, 병원을 위해 2,00SF 정도의 스티커 일러스트를 제작하였습니다. 스티커 일러스트는 병원 벽에 부착되었어요. 그 외 동화책에 등장하는 10가지가 넘는 동물 캐릭터를 디자인하였고, 또 병원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동화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주인공인 카밀라와 루카스가 힐링 트리를 찾기 위한 마법의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코니쾀에 들어서면서 여정이 시작되고 칠레의 아름다운 장소를 지나고 칠레를 대표하는 동물들을 만나면서 도움을 받게 되죠. 힐링 트리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만 각 치료 과정을 의미하는 여러 장소와 동물들을 만나고 치료를 견딜 수 있는 중요한 조언들을 들으면서 힘을 내 여정을 이어가게 돼요.  

 

예를 들어 공작새를 만나는 곳은 ‘Wound Dressing’을 의미하는데,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치료라서 어두운 동굴로 설정했어요. 공작새는 응원의 메시지로 아이들에게 힘을 주죠.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힐링 트리를 찾고 집으로 돌아온 카밀라와 루카스가 고양이 산티가 다리미를 만지려고 하자 “안돼!”라며 화상을 예방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마무리됩니다. 

 

공작새를 만난 이곳은 ‘Wound Dressing’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료중 하나로 어두운 동굴로 배경을 설정했다.

공작새를 만난 이곳은 ‘Wound Dressing’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료중 하나로 어두운 동굴로 배경을 설정했다.


칠레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친구들과 바닷 속 탐험도 한다.

칠레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친구들과 바닷 속 탐험도 한다.


 

동화책으로 아이들이 어떤 도움을 받게 되나요?

이 책은 아이들이 화상치료를 받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화상치료는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꾸준한 인내 없이는 버티기가 힘들어요. 치료에 대해 두려움도 많이 느끼죠. 이 책은 아이들로 하여금 화상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도와줍니다. 

 

동화책이 실제로 제작됐나요?

네, 200권의 동화책을 스페인어로 제작해서 작년 5월 병원에 전달했습니다. 

 

마침내 치료의 끝을 상징하는 ‘힐링 트리’를 눈앞에 둔 두 주인공들.

마침내 치료의 끝을 상징하는 ‘힐링 트리’를 눈앞에 둔 두 주인공들.



치료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카밀라와 루카스는 고양이 산티가 다리미를 만지려고 하자하자 “안돼!”라고 외치며 화상 예방을 위한 메시지를 보낸다.

치료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카밀라와 루카스는 고양이 산티가 다리미를 만지려고 하자 “안돼!”라고 외치며 화상 예방을 위한 메시지를 보낸다.


 

동화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 일화도 있나요?

실제로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던 한 아이에게 의료진이 동화책의 내용을 말하며 치료를 받아보자고 하니 아이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어요. 저도 감동받았죠. 

 

동화책의 내용이 병원 내부 디자인에도 활용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어린이 환자들이 치료를 위한 ‘마법의 여행’을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정말 동화책속 마법의 세계로 빠져든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 동화책 속 그림을 스티커 일러스트로 제작해 병원 전체를 꾸몄어요. 복도와 몇몇의 치료실에서는 동화책 속 동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했고요. 


아이들이 실제 동화책 속의 세계로 빠져든 것처럼 느끼게 해주기 위해 병원 내부를 동화책 속 그림으로 꾸몄다.

아이들이 실제 동화책 속의 세계로 빠져든 것처럼 느끼게 해주기 위해 병원 내부를 동화책 속 그림으로 꾸몄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끼신 점은?

이번 프로젝트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한번 보고 끝나는 예쁜 그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림에 진정한 메시지를 담아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 자체에 정말 큰 힘이 있다고 믿어요. 세상을 조금이나마 좋은 곳으로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로 인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진다면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좋은 삶을 사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이아름(belle-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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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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