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아트스페이스 J’는 그의 실험정신을 재조명하는 사진전을 열었다.
올해는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지 100주년인 해다. 딱히 우리나라와 상관없는 사건인데 굳이 챙기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혁명은 회화, 사진, 영화 등 현대 예술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우리는 그 시기에 빚을 지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왕립미술관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이 올해 러시아 혁명 미술에 오마주를 바치는 전시를 진행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기획된 전시가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트스페이스 J는 중부대학교 박상우 교수와 함께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알렉산더 로드첸코의 단독전을 오는 8월 31일까지 연다.
〈Stairs〉, 1929, Gelatin Silver Print mounted on archival paper, printed 1994
알렉산더 로드첸코라는 이름은 생소할지라도, 아마 한 번쯤은 그의 사진을 어디서 봤을 것이다. 2017년에 봐도 과감한 구도의 사진은 뇌리에 깊이 남는다. 로드첸코는 남과 다른 시선으로 피사체를 바라봤으며, 그걸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예술의 궁극적 가치를 인간 지각의 혁명을 통한 사회의 혁명에 둔 그의 태도 때문이다.
로드첸코는 극단적인 하이·로우 앵글을 구사하고, 프레임을 파격적으로 잘랐으며, 과감하게 클로즈업을 하거나, 역동적인 구도를 추구했다. 이러한 그의 실험은 사진사에서 고전으로 자리 잡아 현대의 많은 사진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는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Fire Escape〉, 1925 & 〈Courier Girl〉, 1928, Gelatin Silver Print mounted on archival paper, printed 1994
전시에서는 〈라이카를 든 소녀〉(1934), 〈계단〉(1929), 〈트럼펫을 부는 소년〉(1930) 등 로드첸코의 대표작 30여 점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그가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던 영화와 해외에서 출판된 로드첸코 작품집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Girl with Leica〉, 1934 & 〈Pioneer with a Trumpet〉, 1930, Gelatin Silver Print mounted on archival paper, printed 1994
〈Portrait of the Artist’s Mother〉, 1924, Gelatin Silver Print mounted on archival paper, printed 1994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상우 교수는 전시 서문에서 “새로운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이미지를 제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로드첸코의 실험정신은 오늘날 지배적인, 혹은 유행하는 몇몇 코드에 안주하려는 현대미술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미 로드첸코와 같은 과거 거장들이 모든 업적을 이룬 지금, 현대 예술·사진가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드첸코 역시 갑자기 튀어나온 천재는 아니다. 당시 시대의 흐름에 민감했고, 그것에 대해 고민했기에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것은 로드첸코처럼 과감한 도전을 할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젊은 예술가여, 도전을 두려워 말자.
자료제공_ 아트스페이스 J(
www.artspace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