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30
기술의 발달로 표현 가능한 색은 진짜 색보다 더 많을 만큼 풍성해졌다. 명칭만으로는 색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그 이름도 다양해졌다. 색의 이름, 과거에는 무어라 불렀을까.
우리의 색, 잃어버린 색을 찾아볼 수 있는 희귀자료가 공개됐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공개한 〈색명첩(色名帖) 빛이름〉이라는 책으로, 서양화가 구본웅(1906~1953)이 감수하고 이세득(1921~2001)이 지은 이 책은 1947년에 문교도서주식회사에서 출판했다.
이 책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연지빛’, ‘율빛’, ‘장빛’, ‘괴화색’, ‘울금색’, ‘앵갈색’, ‘취월빛’, ‘모란빛’, ‘자갈색’, ‘재빛’ 등의 명칭을 가지고 있는 색들을 포함해 60가지 색들이 국어, 한자, 영어, 일본어로 표기돼 있다. 그 색에 해당하는 색상 견본을 붙여 만들어진 색상표도 수록돼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채색(彩色)’의 이름이 아직 우리말로 되지 못한 것이 많고, 또 있기는 하지만 통일되지 못하여 이를 정리하고자 프랑스와 일본의 서적을 참고해서 책을 저술하였다. 이 방면의 책이 전무한 현시점(1947)에서 이 저작이 미력하나마 우리말에 대한 자극이 되고 색에 대한 연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책의 맨 앞에는 ‘唯五之正 六十其變(유오지정 육십기변)’이라 쓰여있다. 서예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위창 오세창(1864~1953)이 쓴 제서(題書)로 ‘오직 5가지 색깔(오방색)이 60가지의 색깔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색에 대한 개념이 이 책의 저변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책은 당시 색의 이름, 종류, 개념뿐 아니라 문화적, 사상적 다양성이 혼재하는 해방공간에서 동·서양의 사조들이 공존했던 당시 미술계의 양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www.daljin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