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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70년 전 색의 이름은?

2017-03-30

 


 

기술의 발달로 표현 가능한 색은 진짜 색보다 더 많을 만큼 풍성해졌다. 명칭만으로는 색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그 이름도 다양해졌다. 색의 이름, 과거에는 무어라 불렀을까.  

 

우리의 색, 잃어버린 색을 찾아볼 수 있는 희귀자료가 공개됐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공개한 〈색명첩(色名帖) 빛이름〉이라는 책으로, 서양화가 구본웅(1906~1953)이 감수하고 이세득(1921~2001)이 지은 이 책은 1947년에 문교도서주식회사에서 출판했다. 

 

구본웅 감수·이세득 저, 〈色名帖(색명첩) 빛이름〉, 문교도서주식회사(文敎圖書株式會社), 13×19cm, 1947, 66쪽

구본웅 감수·이세득 저, 〈色名帖(색명첩) 빛이름〉, 문교도서주식회사(文敎圖書株式會社), 13×19cm, 1947, 66쪽

 

 

이 책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연지빛’, ‘율빛’, ‘장빛’, ‘괴화색’, ‘울금색’, ‘앵갈색’, ‘취월빛’, ‘모란빛’, ‘자갈색’, ‘재빛’ 등의 명칭을 가지고 있는 색들을 포함해 60가지 색들이 국어, 한자, 영어, 일본어로 표기돼 있다. 그 색에 해당하는 색상 견본을 붙여 만들어진 색상표도 수록돼 있다.  

 

색상표_ 연지빛(NO.3). 60가지 색들이 국어, 한자, 영어,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고 그 색에 해당하는 색상 견본을 붙여 만들어진 색상표도 수록돼 있다.

색상표_ 연지빛(NO.3).

 

색상표_ 울금색(NO.31)

색상표_ 울금색(NO.31). 60가지 색들이 국어, 한자, 영어,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고 그 색에 해당하는 색상 견본을 붙여 만들어진 색상표도 수록돼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채색(彩色)’의 이름이 아직 우리말로 되지 못한 것이 많고, 또 있기는 하지만 통일되지 못하여 이를 정리하고자 프랑스와 일본의 서적을 참고해서 책을 저술하였다. 이 방면의 책이 전무한 현시점(1947)에서 이 저작이 미력하나마 우리말에 대한 자극이 되고 색에 대한 연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이세득 서문.이세득 서문. “불란서 『루후랑』 색명집을 비롯하여, 일본 和田氏의 『색명집色名集』, 上田六郞, 山崎勝弘 兩氏의 공저 『일본색명감日本色名鑑』과 그리고 水木氏의 『색채범色彩範』 등에서 가장 우리의 생활에 많이 쓰이고 관계 깊은 색 60종을 추려서…”

이세득 서문. “불란서 『루후랑』 색명집을 비롯하여, 일본 和田氏의 『색명집色名集』, 上田六郞, 山崎勝弘 兩氏의 공저 『일본색명감日本色名鑑』과 그리고 水木氏의 『색채범色彩範』 등에서 가장 우리의 생활에 많이 쓰이고 관계 깊은 색 60종을 추려서…”

 

 

책의 맨 앞에는 ‘唯五之正 六十其變(유오지정 육십기변)’이라 쓰여있다. 서예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위창 오세창(1864~1953)이 쓴 제서(題書)로 ‘오직 5가지 색깔(오방색)이 60가지의 색깔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색에 대한 개념이 이 책의 저변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세창 제서(題書). ‘唯五之正 六十其變(유오지정 육십기변)’, 오직 5가지 색깔(오방색)이 60가지의 색깔로 변화한다는 의미다.

오세창 제서(題書). ‘唯五之正 六十其變(유오지정 육십기변)’, 오직 5가지 색깔(오방색)이 60가지의 색깔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당시 색의 이름, 종류, 개념뿐 아니라 문화적, 사상적 다양성이 혼재하는 해방공간에서 동·서양의 사조들이 공존했던 당시 미술계의 양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www.daljin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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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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