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30
‘이동’은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 목초지를 찾아다니며 생활을 했던 유목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 사물의 역사이기도 한 ‘이동’,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유목민'이라는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신인류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Nomadic, 유목민은 디자인에 있어서도 중요한 담론을 생산한다. 우리의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관점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신 유목민의 디자인’이 출간된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 | d-페다고지
‘신 유목민의 디자인’은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연구소 d-페다고지의 두 번째 디자인 비평집이다. 낯설고 불안한 이주민들의 표상에 대한 공감각적 해석을 담은 이 책에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던 소수민족, 다문화 현상을 그들의 물건을 통해 분석한 결과가 담겨있다.
우리는 매스컴의 편집된 이미지와 시혜적 구호를 통해 그들과 접하고 마주친다. 낯설고 불안한 그들과의 경계를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를 주파하기 위해 그들이 만든 공간과 거리, 그림과 물건 등을 통해 그들의 소리와 맛, 냄새와 색채, 그리고 기억을 포착한다.
‘신 유목민의 디자인’은 이러한 내용들을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북한 디자인 보고서’, ‘조선족 여성의 분홍조끼에서 본 공예의 가능성’, ‘이주민 가정의 어린아이의 그림을 통해 본 소통에 대한 사색’, ‘베트남 식당에서 마주친 만들어진 이국성과 자생적 이국성’, ‘한민족 유목 100년’ 등의 주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주목할 것은 ‘타자들의 삶’의 구체성을 통해 그 역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점이다. 물상과 그에 얽힌 기억, 이야기, 삶에 대한 공감각적 해석 등을 말하는 이 책은 ‘나와 그들’이라는 우리가 내린 경계가 ‘유목민과 정주민’이라는 구분을 넘어 모두를 타자화 시켜버리는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출간과 함께 책의 제목인 ‘신 유목민의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출간 기념 세미나가 열리기도 한다. d-페다고지 연구소 조현신 소장의 기획으로 6월 2일 홍대에 위치한 상상마당에서 열릴 이번 세미나의 부제는 ‘낯설고 불안한 이주민들의 표상에 대한 공감각적 해석’. ‘이주민과 정주민, 그 경계를 보다’라는 제목으로 연구공간 수유플러스너머의 고미숙 소장의 특별강연과 함께 ‘그 아이들 그림 속의 창_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소통’, ‘베트남의 냄새와 소리_만들어진 이국성과 자생적 이국성’, ‘그녀의 분홍조끼 : 공예의 가능성’ ,‘한국유민들의 보따리_단벌신사에서 가전제품까지’, ‘북한 디자인에 대한 단상_조형의 동인은 무엇인가’의 내용으로 오주은, 조혜영, 진희경, 박경린, 이옥분 연구원의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근대화 과정이 만들어낸 또 다른 유목현상을 탈근대가 요구하는 공감각적 이상으로 해석한 이 책의 내용은 d-페다고지 연구원들의 낯선 것과의 접촉의 두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로, 페다고지가 교육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