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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무하와 그래픽디자인, 그 이후의 이야기

컬쳐앤아이리더스 | 2017-01-13

 


 

알폰스 무하가 그래픽디자인에 끼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지금 그의 특별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하늘하늘한 쉬폰 드레스와 흩날리는 머릿결, 매혹적인 표정의 여성.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화려하고 유려한 꽃과 덩굴. 알폰스 무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그리고 이는 곧 아르누보 스타일의 특징이기도 하다.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는 주로 덩굴식물의 구불구불하고 유연한 선, 화려한 장식, 긴 실루엣의 여성 등으로 표현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래픽디자인에 발을 들인 알폰스 무하는 <지스몽다> 포스터와 함께 포스터 예술의 왕자로 칭송된다. 이후 패키지디자인, 주얼리 및 장식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만의 색깔이 담긴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이며 ‘무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오늘날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시각 미술로 이어지고 있다.
 
풍성한 선으로 담아내는 이야기,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아티스트로 유명세를 날리기 전, 무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먼저 데뷔했다. 소설 <흰 코끼리의 추억>과 역사서 <독일 역사의 사건과 에피소드> 등에 삽화를 그렸으며, 예술, 문화, 교육, 패션, 시사 등 다양한 잡지의 표지 디자인도 작업했다. 문화리뷰 잡지 <문학과 그림의 달>에서 무하는 다양한 사진이 삽입될 수 있는 원형의 큰 메달 모양으로 표지를 디자인했으며, 각 달을 표현하는 12개의 삽화를 제작하여 1년 내내 다른 표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중을 사로잡은 거리의 예술, 광고 포스터
오늘날의 무하를 있게 한 건 팔 할이 <지스몽다> 포스터다. <지스몽다>는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한 연극으로, 무하는 그녀의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나선의 원칙’이라 부르며 의상에 적용했다. 우아한 여성성과 그녀의 몸을 감싸듯 휘감는 옷자락, 덩굴 식물들이 결합되어 있는 모습은 이후 몇 년 동안 무하의 포스터, 예를 들어 <카멜리아(동백꽃 부인)> 포스터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엣샹동: 화이트 스타 샴페인> 포스터 역시 <지스몽다>와 같은 디자인 양식을 사용했다. 세로로 긴 수직 구성과 높은 연단 위에 올라서 있는 한 명의 인물, 그리고 여성의 머리 뒤로 보이는 둥근 모티프는 1896년 이후 무하 스타일의 주요 특징요소가 되었다.

 

(좌) Alphonse Mucha, Poster for ‘Gismonda’, 1895 (우) Alphonse Mucha, Poster for ‘La Dame aux Camélias’, 1896

(좌) Alphonse Mucha, Poster for ‘Gismonda’, 1895 (우) Alphonse Mucha, Poster for ‘La Dame aux Camélias’, 1896

 

Alphonse Mucha, Poster for ‘Monaco-Monte Carlo’, P.L.M. railway services, 1897

Alphonse Mucha, Poster for ‘Monaco-Monte Carlo’, P.L.M. railway services, 1897


평범한 사람을 위한 새로운 예술, 장식 패널
텍스트가 없는 장식 목적의 포스터 ‘장식 패널’은 사실상 아르누보 스타일과 동일시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계>로, 무하의 첫 번째 장식 패널이기도 하다. 4개의 패널에 아름다운 여성을 그려 넣었는데, 여성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상징한다. 무하는 여기에 일본 회화의 특징적인 요소(벽걸이용 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두꺼운 테두리와 식물로 뒤덮인 스타일)를 접목시키면서 더욱 복합적인 아르누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Alphonse Mucha, The Seasons: Spring, 1900

Alphonse Mucha, The Seasons: Spring, 1900

 

Alphonse Mucha, Rêverie, 1898

Alphonse Mucha, Rêverie, 1898


예술 작품이 된 향수병, 패키지디자인
포스터 예술가로서 무하의 유명세는 패키지디자인으로 이어졌다. 그는 포스터에 사용된 이미지 캐릭터와 글자 스타일을 패키지디자인에 그대로 적용하여, 제품에 대한 일관된 시각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브랜드 이미지도 향상시켰다. 랑스 향수 <로도> 포스터 역시 실제 향수병 라벨에까지 그대로 적용됐다. 당시 참신하게 여겨졌던 분무기 병에 든 향수를 손수건에 뿌리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으며, 여성의 뒤로 모자이크와 꽃무늬로 장식된 원형 모티프를 표현했다.

 

Alphonse Mucha, Poster for Lance Perfum ‘Rodo’, 1896

Alphonse Mucha, Poster for Lance Perfum ‘Rodo’, 1896


생활의 일부가 된 디자인, 주얼리 및 장식디자인
이후 식기나 식탁보, 조명 부품, 주얼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무하는 1898년 파리의 보석상인 조르주 푸케의 작업 제안으로 주얼리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포스터 속 여성들이 할 법한 대담하고 창의적인 주얼리를 만들어냈다. 조르주 푸케의 새 매장을 위한 장식 패널 <보석> 시리즈는 보석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토파즈는 노란색, 루비는 빨간색, 자수정은 보라색, 에메랄드는 녹색 등 각 보석 본래의 색에 맞춰서 색채 배합을 사용했다.

 

Georges Fouquet, after Mucha design: Ornamental Chain with pendants, 1900

Georges Fouquet, after Mucha design: Ornamental Chain with pendants, 1900

 

Alphonse Mucha, Precious Stones: Emerald, 1900

Alphonse Mucha, Precious Stones: Emerald, 1900


그 이후, 현대만화로 이어진 무하 스타일

무하가 그래픽디자인에서 보여줬던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이후 1980년대 동양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단한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의 유타카 이즈부치와 클램프, 한국의 고야성, 임주연, 추혜연 작가의 작품이 소개됐다. 원형의 배경과 그 앞에 인물을 휘장의 꼬리와 함께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마치 알파벳 Q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무하의 ‘큐 양식(Q-formula)’을 현대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고야성, ‘반지의 제왕’ 갈라드리엘, 2013

고야성, ‘반지의 제왕’ 갈라드리엘, 2013

 

CLAMP, Hiten Muma-Collection of illustrations from RG VEDA series, 1991

CLAMP, Hiten Muma-Collection of illustrations from RG VEDA series, 1991

 

 

이번 알폰스 무하 전의 타이틀은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로, 이건 그가 그래픽디자인에 끼친 영향력이 무척이나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는 학과명이 써진 블랙 롱 패딩에 화구통을 둘러맨 무하의 어린 후예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꽤 오랜 시간 전시장에 머무르며 작품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감상했다.

 
당신이 위대한 그래픽디자이너를 꿈꾼다면, 그리고 아직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실제로 보지 못했다면 지금 당장 예술의전당으로 향할 것. 15,000원, 그 이상의 예술적 영감과 기분 좋은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컬쳐앤아이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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