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1
국내 유일의 디자인 클러스터로 기능해온 서울디자인창작지원센터의 입주 업체들이 연말을 맞아 특별한 전시를 기획했다. 그들의 공동전시 ‘디자인 45 °C'가 바로 그 것. 서울디자인창작지원센터 내 45개 입주 기업들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화합을 상징하는 이번 전시는 오롯이 그들의 손길로 기획되어 더욱 뜻 깊은 행사이다. 11월 23일부터 시작하여 이듬 해 2월 14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를 통해 센터 내 입주기업들은 그들의 잠재적 가능성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비즈니스에 연결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다섯 명의 디자이너를 만나 이번 전시와 서울디자인창작지원센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이번 전시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최기호 우리나라에서 디자인 업체들이 클러스터형식으로 입주해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거의 유일한 디자인 클러스터인 서울디자인창작지원센터에는 45개사가 입주해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그 숫자를 따서 ‘디자인 45 °C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C는 Creative의 약자로 사용 했고요. 45개 사가 함께 하여 물보다 뜨거운 열정을 발산한다는 뜻입니다. 디자인에는 여러 분야가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전문적인 분야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각각의 특성들을 한 곳에 모아서 B2B나 B2C로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이쪽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최지혜 서울 창작 지원센터가 올해 3기에요. 3기 33개사와 이 전 기수 12개 사를 합쳐서 45개 기업인 거고요. 기존의 전시들은 예전 작업물을 보여주는 형식에 그쳤는데 저희는 전시기획을 주로 하는 데다가 새로 입주한 기업으로써 저희 센터의 정체성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전시라는 것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잖아요. 이 곳 전시공간이 협소한 편인데 각각의 기업의 성과물이 잘 보일 수 있는 공간구성에 대해 고민하다가 구름 모양의 ‘Creative Cloud’를 구상하게 되었어요. 창의력이란 것은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데 눈으로 보이진 않잖아요. 그런 창의성을 구름으로 표현하고 각 기업의 대표적인 작업물들을 배치하는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Jungle : 이번 3기 기업들이 상당히 주도적으로 모임을 구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개성이 뛰어나잖아요? 그런 디자이너들에게 있어서 함께 모여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지혜 이 부분은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전 요즘 디자인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봐요. 저희는 공간을 다루는 디자이너이고 특히 건축가나 공간 디자이너는 감독 같은 역할을 해야만 해요. 공간 안에 있는 그래픽적인 요소나 음악, 영상을 비롯해 비즈니스까지 여러 가지를 통합적으로 알아야 하지요. 그런 면에서 각각의 색깔을 지닌 작은 그룹들과 함께 있으면 그런 조언들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최기호 아까도 잠깐 얘기했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동대문 하면 의류가 가장 유명하잖아요? 옷 사러 갈 때 동대문 시장이 유명하듯이 상암동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공간이 되는 거죠. 기업에서 디자인이나 공간 연출, 컨설팅 등 모든 디자인에 관련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이 창작지원센터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아미 올 9월에 입주한 기업들은 아직 서로를 잘 몰라요. 이 행사를 통해서 서로를 좀 더 알고 앞으로 컨소시엄처럼 함께 팀을 구성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던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이 곳이 네트워킹의 한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희원 저희 업체는 도시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실 여기 입주하게 된 계기도 그런 컨소시엄이 있어서였죠. 여기서 기대이상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전시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할 때 다른 업체에 의뢰를 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함께 모여 있다는 게 서로에게 참 많이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추후에 디자이너들이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이 되는 그룹이 될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해요. 사회 환원이나 기여의 방식이 지금 논의가 되고 있죠.
홍승중 처음에 전시의 방향을 정할 때 창작지원센터 입주기업들의 내부행사인 만큼 최대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디자인 창작지원센터의 45개 기업들이 모여 하나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기본으로 했어요. 개개인이 아닌, 전체가 부각되는 것이 중요했죠.
Jungle : 입주 기업들은 각기 어떤 종류의 디자인들을 하시나요?
최지혜 프로덕트가 40%이고 나머지 60%가 영상이나 공간, 비즈니스, 시각, 벽화 등의 디자인을 하세요.
김희원 초기에는 제품 위주의 스튜디오가 많았는데 저희 기수에서는 다양한 방면의 콜라보레이션 작업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때문에 협업이 잘 일어나고 있죠.
최지혜 이 센터에는 최장 2년 혹은 보통 1년 정도 있을 수 있어요. 그 기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액티브하게 활동하고 있죠. 저희 졸업 기업 중에 MOMA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 센터에 처음 들어온 6개월 동안 마켓 방향에 대한 연구를 하셨다고 해요. 굉장히 어마어마한 걸 만든 건 아니에요. 그냥 디자인 소품인데 글로벌 마켓을 타겟으로 어디에서나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드셨다고 해요.
Jungle : 입주 기업들 내부에서 자체적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존재하나요?
김희원 내부에서 공공디자인 관련 스터디를 3개월째 진행하고 있어요. 많이 진행되었고 내년 정도에는 구체화된 모습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기호 한국의 기업들은 디자인 업체들을 볼륨으로 평가하잖아요. 액수나 고부가가치 쪽이 아니고. 창작스튜디오는 그런 단점을 보강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동종과 이종간의 협업이 가능하죠. 적은 규모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거에요. 개인은 약하지만 그룹은 강할 수 있거든요. 기존의 약점들이 이런 실험적인 스터디를 통해서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인 것 같습니다.
Jungle : 너무 많은 디자이너들이 한 시장에 모여있다 보니 양산되는 단점도 많습니다. 이런 면들을 인식하고 업계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런 취지에서 각자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아미 이 센터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저희가 클라이언트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이 곳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프로젝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할 수 있게 되었죠. 앞으로 저희는 도시 디자인 쪽으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김희원 저는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보통의 디자이너들은 초기에는 굉장히 이기적인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해왔고요. 그러면서 왜 클라이언트들이 날 알아주지 않을까, 내 디자인을 꺾으면서 앞으로 가야 하는 건가… 그런 부분을 고민했겠죠. 최근에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디자인을 할 때 기준을 사회적 입장에서 잡는다면 접근방향과 프로세스 자체가 달라질 테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죠. 그래서 여기 있는 동안에 다른 업체들과 함께 사회적 디자인으로 접근해볼까 해요.
Jungle : 마지막으로 센터 안의 기업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단기적인 계획들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원 지금 친환경 주택사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건축적인 부분과 이미지적인 부분까지 센터 내 업체와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게 완성되면 디자인 전문화된 기업의 협업을 통한 친환경 주택으로 브랜드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지혜 아직 구체화되진 않아서 말씀 드리긴 좀 그런데 센터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이후 이를 기반으로 한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기획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