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진 | 2016-07-29
유럽에 아를사진축제가 있다면, 한국에는 동강국제사진제가 있다. 매년 여름, 강원도 영월 일대가 사진예술로 흥겨워지는 이유다.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줄, 동강국제사진제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의 즐거움.
우리나라에 사진축제가 다양한 것 같지만, 막상 ‘꼭 가봐야 할 것’을 꼽자면 안타깝게도 몇 안 된다. 그런 와중에 동강국제사진제는 대구사진비엔날레와 더불어 대표적인 사진행사로 꼽힌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수시로 나타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들이 즐비한 사진계에서 15년 간 꾸준히 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동강국제사진제가 올해 15회를 맞이하며, 7월 15일부터 9월 25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강원도 영월의 동강사진박물관과 야외전시장에서는 주요 사진전이, 그리고 영월 일대에서는 거리설치전 등이 동시에 펼쳐진다. 전체적인 전시 구성을 놓고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올해 전시는 조금 더 다채로워진 느낌이다. 정신적인 영역에 주목한 사진들로 구성된 주제전부터 최신 드론을 활용한 사진전까지, 묵직한 주제와 즐길 수 있는 사진들이 적절하게 섞인 느낌이다. 그 외에도 사진 마니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과 사진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김옥선의 사진, 다시 보기
15회 동강사진상 수상자는 김옥선 작가다.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여류 사진가 중 한 명으로, 그동안 국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다채로운 각도로 카메라에 담아왔다. 국제결혼 한 부부, 제주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그리고 그들의 거주공간까지, 사진 속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그래서인지 낯설면서도 또 익숙하다. 김옥선 작가는 실제로 독일인과 결혼했다. 그런 작가의 눈에 비친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이방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현지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녀가 그동안 작업한 <해피 투게더>, <함일의 배>, <노 다이렉션 홈> 시리즈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 사진제가 열리기에 앞서 발표되는 동강사진상은, 국내 사진가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작품 활동을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후 최종 1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김옥선의 작품은 동강사진박물관 제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깊이감 있는 전시 될까? 하늘 가까운 땅
이번 동강국제사진제의 주제전 제목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타이틀이 <하늘 가까운 땅>이라니, 메인 전시답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임을 짐작케 한다. 다양한 나라의 사진가들이 참여하는 주제전은 영생, 득도, 해탈처럼 인간이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영적인 세계를 사진을 통해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참여 작가 리스트를 보니 캐나다, 영국, 멕시코,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사진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성과 인성 등 정신적인 영역에 주목한 주제전인 만큼 그 테마를 향한 국가별 작가들의 저마다 다른 시선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 싶다. 물론 다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인지 곱씹어 생각해볼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전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헬로~ 드론!
사진계에서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것이 있으니 바로 드론 사진이다. 인간의 눈높이가 아닌, 새의 눈높이에서 포착한 세상은 좀 더 광활하고 역동적인 뷰를 완성한다. 덕분에 기존에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이 가능해진 셈이다. 그런 까닭에 국내는 물론 해외 사진가들도 최근 적극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추세다. 그런 점에서 드론 사진을 포함해 항공사진들로 구성되는 이번 국제공모전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론을 성장 전략 사업으로 선택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영월군의 목표와 연장선상에 있기도 한 전시다. <하늘을 날다>라는 주제로 약 5주에 걸쳐 국내외 작가들로부터 응모를 받았고, 그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드론의 힘을 빌어 국내외 작가들의 시선이 향한 곳이 어디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전시는 동강사진박물관 야외전시장 및 제 4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개막식에 세계 최대의 드론 업체인 DJI 이노베이션이 참여해서 드론쇼 축하공연과 다양한 체험행사를 펼친다고 하니,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 같다.
강원도의 힘
10년째 진행되는 거리설치전은 가장 동강국제사진제다운 행사다. 박물관이 아닌 거리가 전시장으로 꾸며진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사진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굳이 정해져 있는 곳으로 가지 않더라도, 일상 공간이 곧 오픈 갤러리가 되기 때문이다. 영월군민의 생활터전인 시장이나 주요 거리에 사진작품이 전시되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는 힐링 그 자체다. 이는 공공미술의 개념을 도입한 신선한 전시 방법으로 영월에 거주하는 지역민은 물론, 휴가 시즌 강원도를 찾는 관람객들로부터 그동안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역사적인 도시 영월이 이 기간만큼은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그 외에 강원도를 연고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강원도 사진가전’과 지역민들의 리얼한 삶을 담아낸 ‘영월군민사진전’ 역시 동강국제사진제만의 특화된 전시다. 일반 사진애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사진기행은 영월의 전통 가옥을 찾아 함께 사진을 찍고 이후에 전시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에 대한 깊이를 더해주는 워크숍 역시 동강국제사진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구본창, 최봉림, 노순택, 김옥선, 이정미 등 막강한 강사진을 구성한 이번 워크숍의 경우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6월 30일까지만 인터넷 접수를 받기 때문에 한 발 늦은 경우라면, 내년 동강워크숍을 기약해도 좋겠다. 15년째 이어지는 동강사진제는 어느덧 사진계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 자부심이 곧 즐거움으로 이어져, 한여름 뜨거운 축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15회 동강국제사진제
관람 일시 2016.7.15일~9.25일
관람 장소 동강사진박물관, 주변 야외전시장, 문화예술회관 등
공식사이트 dgphoto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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