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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브랜드가 산다 ⑧

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 스팸 페이스북, CJ제일제당, BBC, 뉴욕 타임즈 | 2016-02-17

 


 

거리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붐비는 날들이 있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 데이 역시 선물을 주고 받는 날이지만 ‘선물 세트’라는 이름으로 의례적으로 주고 받는 날은 설날과 추석이 대표적이다. 이런 명절에 과일, 한우, 생필품 그리고 참기름 세트 못지 않게 인기를 얻고 있는 명절 선물이 바로 ‘스팸(SPAM)’이다. 

 

글 | 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CJ제일제당의 스팸 선물 세트

CJ제일제당의 스팸 선물 세트 (출처: CJ제일제당)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지만 명절 선물로 해외 브랜드인 스팸을 주고 받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해외의 주요 언론에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서 BBC에서는 2013년에 ‘왜 한국인들을 명절에 스팸을 주고 받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왜 스팸은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일까?(Why is Spam a luxury food in South Korea?)’라는 기사를 다룰 정도이니….

 

2013년 BBC에서 다룬 ‘왜 스팸은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일까?’ 기사 캡처 화면

2013년 BBC에서 다룬 ‘왜 스팸은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일까?’ 기사 캡처 화면 (출처: bbc.com)

 

스팸 홈페이지에는 한국의 스팸 선물 세트 문화를 기사화한 뉴욕 타임즈의 ‘Spam Is the Stuff Gifts Are Made Of’ 기사로 연결되는 메뉴가 있다.

스팸 홈페이지에는 한국의 스팸 선물 세트 문화를 기사화한 뉴욕 타임즈의 ‘Spam Is the Stuff Gifts Are Made Of’ 기사로 연결되는 메뉴가 있다. (출처: spam.com)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나 햄에 대한 호감이 그다지 크지 않은 필자에게도 스팸은 특별하다. 밥 반찬이나 술 안주로 스팸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햄과 소시지가 주재료인 부대찌개 식당들에 대한 평가를 스팸을 기준으로 하기도 한다. 가끔은 직업적으로도 스팸 브랜드를 담당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니 이 정도면 꽤나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팸은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반찬 중 하나이고 부엌 어딘가에는 스팸의 여유분이 충분하게 보관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스팸’이 이번 달 우리집 브랜드다.  

 

1936년에 탄생한 스팸의 원조, Hormel Spiced Ham

1936년에 탄생한 스팸의 원조, Hormel Spiced Ham (출처: www.facebook.com/spambrand)


스팸은 미국 호멜(Hommel Foods)이라는 회사에서 1937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스팸 (SPAM)이란 브랜드는 '돼지의 어깨 살고기과 햄(Shoulders of Pork And Ham)’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80년에 가까운 오랜 역사 동안 누적 생산량 기준 80억 개(2012년 기준)를 판매함으로써 전세계 사람들의 입맛에 익숙해져 갔다. 

  

스팸 초기 광고

스팸 초기 광고 (출처: www.facebook.com/spambrand)

 

스팸은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이 주로 소비하는 군부대에서 인기를 끌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6.25 한국 전쟁 이후 주둔 미군들을 통해서 소개됐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스팸 판매액은 꾸준하게 늘어나고(2015년 기준 3000억 원 예상)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한다고 하니 스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정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왜 사람들은 스팸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첫째. 뭐니 뭐니 해도 제품의 맛과 손쉬운 조리법 때문이다.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선호는 다르겠지만 스팸 자체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 비슷하다(건강에 좋던 좋지 않던 간에). 대부분 사람들이 소시지나 햄을 좋아하는 것처럼 적당하게 짜고 자극적인 스팸의 맛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먹는 쌀밥에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 브랜드 카피로 ‘따뜻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 김치찌개나 볶음밥, 라면과도 좋은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스팸은 이러한 맛을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집안에서는 물론 야외 어디서든지 편하게 먹을 수 있으며 조리법 역시 간단하다. 그냥 굽거나 데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스팸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레시피들이 올라와 있다.

스팸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레시피들이 올라와 있다. (출처: http://www.facebook.com/spambrand)

 

둘째. 스팸이 가진 역사성과 전통 또한 흥미롭다. 가공식품인 스팸에 대해 전통을 언급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1937년 첫 생산 이후 8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전세계에서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그 브랜드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먹는 것과 직결되는 식품 업계에서의 이러한 역사성과 전통은 제품의 퀄리티와 안전성에 직결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입맛이 대물림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부모 세대가 좋아하고 즐겨먹는 맛이 자녀들에게도 전파되며 그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굳건해 지는 경우가 많다. 

  

1930년대 스팸 광고

1930년대 스팸 광고 (출처: www.facebook.com/spambrand)

 

셋째.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와 차별화된 마케팅 역시 매력적이다. 노란색 브랜드 네임과 파란색 패키지로 상징되는 스팸은 ‘SPAM CAN’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스팸에 대한 모든 것들을 보여주는 스팸 뮤지엄(2004년 오픈, 올해 리노베이션 완료 후 재개관 예정)이나 75주년을 맞이해 만든 캐릭터 역시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리노베이션 중인 스팸 뮤지엄

리노베이션 중인 스팸 뮤지엄 (출처: www.facebook.com/spambrand)

 

스팸 출시 75주년을 맞이해 만든 애니메이션 캐릭터 ‘Sir Can-A-Lot’

스팸 출시 75주년을 맞이해 만든 애니메이션 캐릭터 ‘Sir Can-A-Lot’ (출처: www.facebook.com/spambrand)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식품 업계의 선두주자인 CJ제일제당과 기술 제휴를 맺어 국내에서 생산, 판매,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스팸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으며 유명인 모델을 활용해 TV CF를 꾸준하게 제작, 노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공식품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명절 선물로 까지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스팸은 다양한 맛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스팸은 다양한 맛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출처: www.facebook.com/spambrand)

 

어릴 적 동네마다 있었던 ‘미제 가게’에서 엄마가 사던 기억 때문일까. 마트에 갈 때면 집에 여분의 스팸이 있는지 기억을 되짚어 본다. 다른 반찬 없어도 스팸만 있으면 든든했던 기억. 우리나라에도 보다 다양한 종류의 스팸 - 할라피뇨 맛도 궁금하고, 타바스코와 함께 만든 스팸도 궁금하다 - 이 출시되길 기대하고 매년 하와이에서 열린다는 스팸을 주제로 한 축제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나에게 스팸은 그런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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