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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언어적 형상, 형상적 언어:문자와 미술>展

2007-11-27

보이는 대로 읽혀질 수 밖에 없던 문자와 읽을수록 난해해지는 미술이 만났다. 가장 구체적으로 혹은 추상적으로, 우리의 눈을 혼란스럽게 하며 보이는 대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그 오묘한 만남이 가져다 주는 유쾌한 결과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언어적 형상, 형상적 언어:문자와 미술> 展을 통해 그 짜릿한 만남을 경험해 보자. 문자는 감상하고 그림은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장에서 61일간 개최된다.

고대 상형문자들의 형태에서 보여지듯 문자와 이미지는 근원적으로 하나였다. 또한 ‘인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담는 그릇’ 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인 성격을 가지는 문자와 미술, 혹은 글과 그림은 문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 혹은 이미지만으로 드러낼 수 없는 어떤 틈으로 인하여 끊임없는 상호교류를 이어 왔다.
동양미술에서는 조형적 글쓰기인 서예를 위시하여, 시(詩), 서(書), 화(畵)의 사상 아래 글과 그림이 미술 안에서 자연스럽게 병존하며 호흡하고 있었다. 서양미술에서도 입체주의, 미래주의, 다다, 초현실주의 그리고 그 이후의 다양한 미술작품들 속에서 문자와 이미지의 교차, 병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전시에서 다루고자 하는 동시대 우리의 미술작품들 속에서도 문자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문자가 지닌 조형성과 상징성이 작가들에게 지속적인 아이디어와 동기를 부여하고, 작품의 해석을 보다 풍부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본 전시는 <언어적 형상 : 글 그리기> , <언어와 형상 :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 , <형상적 언어 : 그림 쓰기> 의 세 맥락을 통해 일반적으로 글(문자)은 쓰는 것이고, 그림(이미지)은 그리는 것이라는 관념을 넘어 문자 언어와 이미지 언어 사이의 교차를 조망한다.

언어적 형상 : 글 그리기에서는 문자와 이미지가 작품 안에서 한 몸으로 공존하는 작품들이 보여진다. 문자는 사회적 약속이자 의사전달을 위한 기호이지만, 지시적 특성 외에 조형적 요소 자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나아가 조선시대 ‘문자도’와 같이 기호로서 약속된 형태나 소리와 함께 각자가 지칭하는 뜻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흔히 문자는 청각적 경험을 유도하고 미술은 시각적 경험을 유도한다는 관념을 넘어, 상호 교차적인 특성을 뚜렷이 보이는 작품들이다.
(이응노, 김창열, 오수환, 김홍주, 유승호, 이동재, 정승운, 손동현, 홍인숙)

언어와 형상 :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이미지와 함께 특정한 단어나 문장이 병렬적으로 조화되는 작품들이 보여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문구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지와의 비연관성, 단어의 불특정성으로 인해 점점 더 미궁 속에 빠뜨리게 만든다. 작가 내면의 마음상태나 기억을 드러내는 키워드로서 특정한 내용을 암시하기도 하고, 표류하는 기호로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텍스트들은 이미지와 함께 호흡하면서 작가 혹은 관람자의 무의식을 환기시킨다.
(차우희, 김종학, 최은경, 황혜선, 정소연, 이정, 천경우, 노석미, 서은애)

형상적 언어 : 그림 쓰기 ‘그리기’보다는 ‘쓰기’의 행위가 주가 되는 작품들이 보여진다. 그러나 이들 작가들이 행한 ‘쓰기’라는 것은 단순히 글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는 목적을 넘어 보다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문자텍스트의 형태나 제시방식 등은 미술로서의 조형성을 가질 뿐 아니라 각 작품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이 섹션의 작품들은 내용적인 면에서 문자언어에 의한 ‘소통’의 방식에 대한 이슈를 주제화하거나 내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고산금, 김종구, 박상현, 박용석, 박정연, 양만기, 이정희, 이현정)

이번 전시는 ‘미술에서의 문자 도입’을 화두로 이응노의 문자 추상 시리즈로부터 최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의 층위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관람객들에게 문자라는 키워드를 통해 미술을 보다 흥미롭고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문자언어와 이미지형상의 사이에서 고유의 조형언어를 구축해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재발견하고, 무엇보다 작품이 건네는 시각적, 혹은 청각적인 언어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즐거운 내면의 여행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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