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6
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시장과 군수, 구청장, 지방의회 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산하기관에도 새로운 책임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맘때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새로운 명패를 만드는 일이다.
책상 위에는 봉황무늬가 현란하게 새겨진 자개 명패가 놓이고, 원목 명패가 올라간다. 기관에 따라서는 금박을 입히거나 서예가의 글씨를 새긴 고급 명패도 제작된다. 주인이 바뀌면 명패도 바뀐다. 전임자의 이름은 치워지고 새로운 이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명패 하나의 가격은 큰돈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수천 개가 반복해서 제작되고, 또 폐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진은 특정인과 관계없음)
우리는 이 풍경을 너무 오래 보아왔다.
그래서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책상 위 명패는 정말 필요한가.’
’명패(命牌)’라는 말은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다. 당시의 명패는 지금의 책상 위 이름표인 ’명패(名牌)’와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왕의 명령을 전달하거나 왕명을 상징하는 패였으며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이었다.
오늘날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책상 위 명패(名牌)는 이러한 전통과 직접 연결된다기보다 근대 관료제와 함께 형성된 사무문화의 산물이다.
즉, 지금의 명패는 전통이라기보다 관행이다. 관행은 시대를 따라 바뀌어야 한다.
전국에는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지방의회 의원만 해도 3,9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교육감과 산하기관장, 실·국장, 과장 등 보직 변경 때마다 새 명패가 제작되는 자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명패 하나의 가격은 큰돈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수천 개가 반복해서 제작되고, 또 폐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욱이 대부분의 명패는 임기가 끝나는 순간 쓰임을 잃는다. 퇴직자의 집 창고 한쪽에 쌓이거나 기관 창고 어딘가에 방치된다.
기능은 끝났지만 버리기도 어려운 물건이 된다.
책상 위에는 봉황무늬가 현란하게 새겨진 자개 명패가 놓이고, 원목 명패가 올라간다. 기관에 따라서는 금박을 입히거나 서예가의 글씨를 새긴 고급 명패도 제작된다. 주인이 바뀌면 명패도 바뀐다. 전임자의 이름은 치워지고 새로운 이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사진은 특정인과 관계없음)
그렇다면 명패는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민원인은 안내 시스템으로 담당자를 확인한다. 회의 참석자는 참석자 명단을 미리 받는다.
공무원들은 전자결재 시스템과 조직도를 통해 서로를 확인한다. 명패가 없어도 행정은 아무런 불편 없이 돌아간다.
오늘날 명패의 기능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상징하는 데 더 가깝다.
‘이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는가.’
그것을 드러내는 권위의 표시인 셈이다.
하지만 공직은 권위를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위임받은 책임의 자리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름을 돌과 나무에 새기는 방식도 이제는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좋은 디자인은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같은 기능을 더 적은 비용과 더 적은 자원으로 해결하는 일이다.
명패가 꼭 필요하다면 굳이 매번 새로 만들 이유가 없다. 받침은 그대로 사용하고 이름 부분만 교체하면 된다. 디자인은 이미 충분히 그 답을 가지고 있다.
기관마다 제각각 제작하는 대신 공통 규격과 모듈을 적용하면 예산 절감은 물론 행정 디자인의 품질도 높일 수 있다. (사진은 특정인과 관계없음)
〈디자인정글 제안 〉
명패도 이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명패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더 똑똑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첫째, 모듈형 명패를 도입하자.
받침은 그대로 사용하고 이름판만 자석이나 슬라이딩 방식으로 교체하면 된다.
둘째, 종이 인서트 방식을 활용하자.
투명 아크릴 안에 이름을 인쇄한 종이를 넣는 방식이라면 교체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셋째, 디지털 명패를 도입하자.
전자잉크(E-Ink)를 적용하면 이름과 직책 변경도 버튼 하나로 해결된다. 종이도,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넷째, 전국 공공기관의 표준 디자인을 개발하자.
기관마다 제각각 제작하는 대신 공통 규격과 모듈을 적용하면 예산 절감은 물론 행정 디자인의 품질도 높일 수 있다.
디자인은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책상 위 명패는 아주 작은 물건이다.
하지만 그 작은 물건은 공공디자인과 행정문화, 그리고 세금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전국의 공공기관이 한 번쯤 질문해보았으면 한다.
‘정말 새로운 명패를 또 만들어야 하는가.’
그 질문 하나가 불필요한 관행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공공디자인을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음 편에서는 또 하나의 오래된 ‘패(牌)’ 문화인 ‘상패’, ‘공로패’, ‘감사패‘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글_ 정석원 편집인
사진_ 공개 자료 및 생성형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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