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5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의 소도시 마루가메(丸亀). 인구 10만 명 남짓의 이 도시는 성곽과 우동으로 기억되기 쉬운 곳이다.
그러나 이 도시의 중심, JR 마루가메역 앞에 서면 전혀 다른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과장된 형태도, 눈길을 끄는 상징도 없이 조용히 자리한 하나의 건축.
마루가메 겐이치로 이노쿠마 현대미술관, 흔히 ‘MIMOCA’라 불리는 이 미술관이다.
이곳은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미술관은 어떻게 도시 안에 존재해야 하는가.
이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다니구치 요시오다. 그는 화려한 조형보다 절제된 질서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MIMOCA의 출발점은 한 작가의 귀환이었다. 마루가메 출신의 화가 이노쿠마 겐이치로는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한 국제적 작가였다. 그는 말년에 자신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고향에 기증하게 된다. 흔한 ‘기념관’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달랐다.
개인의 업적을 과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공공의 미술관. 그의 선택은 곧 도시의 선택이 되었다.
MIMOCA는 그 철학이 가장 순도 높게 구현된 사례 중 하나다. 외관은 단정한 볼륨으로 구성되고, 내부는 화이트 큐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빛은 과장되지 않게 스며들고, 동선은 명확하지만 강요되지 않는다.
마루가메는 이 기증을 단순한 문화시설 확충으로 보지 않았다. 산업 기반이 약한 지방 도시가 스스로를 지속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략, 곧 ‘문화로 도시를 재구성하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MIMOCA는 그렇게 태어났다. 한 개인의 유산이 도시의 공공 자산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다니구치 요시오다. 그는 화려한 조형보다 절제된 질서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인 뉴욕 현대미술관 리노베이션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건축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경계한다. 건축은 말을 아끼고, 대신 작품이 말하게 해야 한다는 태도다.
이 미술관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긴장은 작가의 작품과 건축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노쿠마의 작업은 색채와 리듬이 강하다. 추상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분명하다. 그에 비해 건축은 철저히 절제되어 있다.
MIMOCA는 그 철학이 가장 순도 높게 구현된 사례 중 하나다. 외관은 단정한 볼륨으로 구성되고, 내부는 화이트 큐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빛은 과장되지 않게 스며들고, 동선은 명확하지만 강요되지 않는다. 중정은 외부와 내부를 부드럽게 연결하며, 관람객에게 잠시 머무를 여백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건축을 ‘본다’기보다, 건축 안에서 ‘머문다’는 감각이 먼저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도시와의 관계다. 미술관은 역 앞 광장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경계는 있지만, 단절은 없다. 시민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이 공간을 지나고, 때로는 머문다. 미술관이 도시를 지배하지 않고, 일상의 일부로 스며드는 방식이다.
이는 강한 상징성과 조형으로 도시를 규정하는 건축과는 다른 길이다. 여기에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 대신 ‘지속 가능한 공공 공간’을 만들겠다는 선택이 있다. 그래서 MIMOCA는 눈에 띄기보다, 오래 남는다.
MIMOCA는 말수가 적은 미술관이다. 그러나 그 침묵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물러서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그 판단이 공간 전체를 지배한다.
이 미술관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긴장은 작가의 작품과 건축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노쿠마의 작업은 색채와 리듬이 강하다. 추상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분명하다. 그에 비해 건축은 철저히 절제되어 있다.
이 대비는 우연이 아니다. 강한 작품을 담기 위해서는, 건축이 물러서야 한다는 판단. 그 결과, 공간은 비워지고, 작품은 더욱 또렷해진다.
이 균형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건축이 앞서도 작품은 묻히고, 조금만 비어도 공간은 무력해진다. MIMOCA는 그 미묘한 경계 위에 서 있다.
마루가메 출신의 화가 이노쿠마 겐이치로는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한 국제적 작가였다. 그는 말년에 자신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고향에 기증하게 된다. 흔한 ‘기념관’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달랐다.
1991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일본 지방 도시들이 문화시설을 통해 정체성을 재구성하기 시작하던 시기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이후 나오시마와 세토우치 일대에서 전개된 예술 프로젝트들을 떠올리면, MIMOCA는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이미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드는 예술. 과시가 아니라 지속.
MIMOCA는 말수가 적은 미술관이다. 그러나 그 침묵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물러서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그 판단이 공간 전체를 지배한다.
결국 이 미술관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건축이 물러설 때, 비로소 예술이 앞으로 나온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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