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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자인정글 전시리뷰] 디자인은 왜 다시 ‘손’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 ‘COMPANY WORLD AFFAIR’가 던지는 질문

2026-04-11

“디자인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서울 남산 아래 자리한 피크닉(Piknic)에서 열린 ‘COMPANY WORLD AFFAIR’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전시다. 이 질문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오늘날 디자인이 처한 구조적 모순을 정확히 겨냥한다.

 

핀란드 헬싱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무 송(Aamu Song)과 요한 올린(Johan Olin)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장인들과 협업해왔다. 

 

그들의 작업은 흔히 ‘크래프트 기반 디자인’으로 분류되지만, 이 전시는 그러한 분류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들의 작업은 결과물이 아니라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태도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디자이너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핀란드 헬싱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무 송(Aamu Song)과 요한 올린(Johan Olin)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장인들과 협업해왔다.

 

 

<산업 이후의 디자인, 무엇을 잃었는가>

 

2000년대 초, 핀란드의 공장들이 문을 닫고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되는 장면을 목격하며 작가들은 근본적인 의문에 도달한다. 생산이 사라진 자리에서 디자인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오늘날 디자인은 점점 더 ‘이미지 생산’에 가까워지고 있다.
형태는 있지만 손의 감각은 사라졌고, 아이디어는 넘쳐나지만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되묻는다.
디자인은 과연 생산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가.

 

작가들은 값싼 생산지를 찾아 이동하는 대신, 오히려 가장 느리고 비효율적인 길을 선택한다. 그 지역의 흙을 알고, 나무를 알고, 재료를 몸으로 이해하는 장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작가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는 결과를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 열린 협업 속에서 물건은 스스로 태어난다.”

 

이 문장은 오늘날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값싼 생산지를 찾아 이동하는 대신, 오히려 가장 느리고 비효율적인 길을 선택한다. 그 지역의 흙을 알고, 나무를 알고, 재료를 몸으로 이해하는 장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만든다.

 

 

 

<드로잉은 언어가 아니라 태도다>

 

이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드로잉’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스케치가 아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작가들은 그림을 꺼낸다.
기차 안에서, 식당 한켠에서, 호텔 방에서 그린 드로잉은 장인에게 건네지는 하나의 ‘제안’이 된다.

 

이들은 말한다.
“손으로 그린 그림은 지시가 아니라, 존중이 담긴 제안이다.”

 

이 문장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대 디자인이 잃어버린 것이 바로 이 ‘태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점점 더 명령형이 되어가고 있다. 정확한 스펙, 정해진 결과, 통제된 프로세스.

 

그러나 이 전시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기술을 신뢰하며, 결과를 열어두는 방식.

 

즉, 디자인을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기술’로 다시 정의한다.

 

<시장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순환의 구조다>

 

이 전시가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시장(Market)’이다.

 

우리는 흔히 시장을 소비의 공간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작가들에게 시장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공방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시장으로 나오는 순간, 그것은 비로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사람을 만나고, 쓰임을 얻고, 이야기를 갖게 된다.

 

이 전시는 물건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다시 사람에게 돌아가는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매’가 아니라 ‘관계의 재구성’이다.

 

물건은 단순히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공방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시장으로 나오는 순간, 그것은 비로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사람을 만나고, 쓰임을 얻고, 이야기를 갖게 된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형되는 세계>

 

전시의 마지막은 ‘World After’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물건은 언젠가 사라진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마음, 그리고 이야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 머물던 생각과 마음은 새가 되어 또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

 

이 문장은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다.
이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이다.

 

디자인은 물건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고, 관계를 남기고, 기억을 이동시키는 일이라는 것.

 

 

 

 

 

물건은 언젠가 사라진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마음, 그리고 이야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 머물던 생각과 마음은 새가 되어 또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

 

 

<지금, 디자인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전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많이 만드는 디자인이 아니라, 더 깊게, 더 느리게, 더 관계 맺는 디자인.

 

오늘날 디자인 산업은 효율과 시스템, 그리고 글로벌 생산 구조 속에서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손’은 사라지고, ‘사람’은 배제되며, ‘과정’은 지워진다.

 

그러나 아무 송과 요한 올린의 작업은 그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시는 말하고 있다.
디자인은 다시 ‘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리고 그 손은 단지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라고.

 

결국 이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디자인은 더 멀리 갈 것인가, 아니면 더 깊어질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중립적일 수 없다. 이제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아무 송(Aamu Song) 작가

 

 

■ 전시정보  


- 장소: 피크닉(Piknic),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 기간: (~ 2026.09.06까지)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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