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9
상하이 PSA(Power Station of Art) 내부에 들어서자, 예상했던 ‘도서관’의 풍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책장이 아니라 건축이고, 서가가 아니라 풍경이었다.
이 공간에서는 서가 자체가 건축이다. 벽이자 계단이고, 동시에 통로다. 책장은 더 이상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기본 단위가 된다.
이곳은 샤넬이 PSA와 협업해 만든 ‘Espace Gabrielle Chanel’, 흔히 말하는 ‘샤넬 도서관’이다. 그러나 이 공간을 단순히 도서관이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절반을 놓치게 된다. 이곳은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지식이 흐르는 방식을 설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듯, 이 도서관의 가장 강렬한 특징은 ‘층’이다. 수직으로 쌓인 서가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계단, 그리고 테라스처럼 이어지는 보행 동선. 일반적인 도서관이 평면 위에 책을 배열하는 방식이라면, 이곳은 책을 이용해 입체적 지형을 만든다.
이 공간에서는 서가 자체가 건축이다. 벽이자 계단이고, 동시에 통로다. 책장은 더 이상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기본 단위가 된다.
사람은 이곳에서 ‘책을 찾으러’ 가지 않는다. 대신 걷다가, 머물다가, 우연히 발견한다.
이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식은 본래 계획적으로 습득되는 것보다, 우연한 충돌 속에서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서가가 책으로 꽉 차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는 의도적으로 비워져 있다. 이 여백은 단순한 미완성이 아니라, 앞으로 채워질 지식과 시간의 자리다.
디자인적으로 보면 이 공간은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 도서관은 반드시 정적인 공간이어야 하는가.
이곳에서 독서는 더 이상 책상 앞에 앉아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다. 걷고, 기대고, 계단에 앉고, 난간에 서서 읽는다. 즉, 독서가 하나의 ‘신체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둘째, 서가는 기능인가, 구조인가.
이 공간에서는 서가 자체가 건축이다. 벽이자 계단이고, 동시에 통로다. 책장은 더 이상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기본 단위가 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전환이다. 도서관 디자인이 ‘인테리어’ 수준을 넘어 ‘건축’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셋째, 비어 있음은 결핍인가, 가능성인가.
흥미로운 점은 모든 서가가 책으로 꽉 차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는 의도적으로 비워져 있다. 이 여백은 단순한 미완성이 아니라, 앞으로 채워질 지식과 시간의 자리다. 이 공간은 완성된 도서관이 아니라, 계속 자라나는 구조다.
공간의 물성 또한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목재 톤과 절제된 색감, 반복되는 수평 라인, 그리고 균일하게 배치된 조명. 이 모든 요소는 과장 없이 차분하다. 그러나 그 차분함 속에서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질서와 자유, 구조와 유영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간의 물성 또한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목재 톤과 절제된 색감, 반복되는 수평 라인, 그리고 균일하게 배치된 조명. 이 모든 요소는 과장 없이 차분하다.
이곳을 걸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속도의 변화’였다.
바쁜 도시의 리듬 속에서 이 공간은 사람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늦춘다. 계단을 오르고, 난간에 기대고, 책을 넘기는 사이, 시간은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머물게 한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문화 후원이 아니다. 브랜드가 상품을 넘어 ‘지식과 문화의 생산자’로 확장되는 전략이다. 로고나 제품 없이도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하는 방식, 그것이 바로 이 도서관이다.
바쁜 도시의 리듬 속에서 이 공간은 사람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늦춘다. 계단을 오르고, 난간에 기대고, 책을 넘기는 사이, 시간은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
결국 이 공간은 하나의 선언처럼 보인다.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저장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유를 유도하는 장치여야 한다는 선언.
그리고 건축은 더 이상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행위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상하이 PSA의 샤넬 도서관은 그렇게 말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책을 읽고 있는가. 아니면 공간을 읽고 있는가.”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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