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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자인정글 기획취재 시리즈] <을의 눈물>, 디자이너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2025-08-06

제1화: 프롤로그_ ‘을’의 눈물은 왜 말라붙었는가

 

“계약서는 없지만, 믿고 갑시다.”
“수정은 몇 번 더 부탁드릴게요. 이건 당연하잖아요?”
“이건 심사위원님이 하라신 거예요.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디자인 현장에서 너무나 자주 들리는 말들이다.
겉으로는 공손한 협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위계와 침묵의 강요가 깔려 있다.
계약 없이 시작되는 프로젝트, 기준도 책임도 없는 심의 절차, 상식을 벗어난 반복 수정. 디자이너는 늘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것이 ‘을’의 자리였다.

 

디자인정글이 새롭게 연재하는 기획취재 시리즈 <을의 눈물>은 이 침묵과 억압의 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도다.
이 시리즈는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을’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오랫동안 고착된 업계의 갑질 관행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시리즈는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을’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오랫동안 고착된 업계의 갑질 관행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사진: AI생성)

 

 

디자이너는 늘 ‘을’이었다.
정부 기관의 공공 프로젝트 입찰 PT 현장에서 디자이너는 10분짜리 발표를 위해 수십 시간을 갈아 넣는다.
그러나 탈락 이유도, 평가 기준도 설명되지 않는다. 작은 규모의 용역 계약은 시작부터 구두로만 오가고, 서면 계약을 요구하면 ‘까다로운 사람’ 취급을 받는다.
결과물이 채택되더라도 대금은 지연되고, 추가 수정은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강요된다. 클라이언트는 모든 권력을 쥐고 있고, 디자이너는 언제든 교체 가능한 리소스로 취급된다.

 

심지어 디자인을 발주하는 일부 공공기관조차 갑질의 온상이 되었다.
입찰 심사위원은 프로젝트 이해도가 없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이 디자인은 좀 촌스럽다”는 흑심을 품은 심사위원의 악의적인 한마디에 결과가 뒤바뀐다.
예산은 줄어들고, 작업 범위는 넓어지며, 디자이너는 과정에 대한 존중도, 노동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너무 오래, 너무 깊게 고착되었다는 점이다.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침묵하는 이유는 단 하나, ‘다음 일을 받을 수 없을까 봐서’다.
일거리가 끊긴다는 공포는 언제나 을의 입을 막는다.
프리랜서, 소규모 스튜디오, 신입 디자이너까지 모두가 이 불합리한 구조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져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디자인은 창의의 노동이면서도, 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가?”
“왜 우리는 늘 을의 자리에서 참는 것을 강요당하는가?”

 

<을의 눈물>은 그 질문에 응답하는 기록이다.
공공 입찰의 불합리, 무계약 진행, 심사위원의 권력화, 수정 지옥, 프리랜서 착취,
폭언, 대금 미지급 등 디자인 업계에 깊이 뿌리내린 갑질의 실태를 총 10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각 회차는 구체적인 사례와 인터뷰, 제도 분석을 통해 문제의 구조를 드러내고, 디자이너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언어를 제공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고발에 머물지 않는다.
디자이너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계약 문화, 공정한 입찰 시스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간의 대등한 파트너십을 위한 제안으로 확장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이 존중받는 사회, 디자이너가 당당히 이름을 내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연재의 목표다.

 

“그냥 참고 넘기자.”
“나만 조용히 있으면 된다.”
“괜히 문제 삼으면 다음에 불이익이 올 거야.”
이제 그 말들을 끝낼 때가 되었다.

 

디자인은 단지 결과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노동과 시간, 감정이 깃들어 있다. 디자이너도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주체’다. 이 당연한 말을, 이제는 모두가 외쳐야 한다.

 

<을의 눈물>은 그 외침의 시작이 될 것이다. 디자인정글은 끝까지 이 연대의 기록자가 되려 한다. 

독자들의 깊은 관심과 적극 참여를 바란다.

 

기획취재_ 정석원 편집주간(jsw0224@gmail.com),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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