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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광복 80년 시각물, 이토록 가벼워도 되는가 - 국격에 맞는 디자인 추구해야

2025-08-03

올해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한다. 8이라는 숫자에서 연상되듯, 이는 영원한 순환과 미래 비전을 상징하는 뜻깊은 해다. 특히 올해 광복절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기념일이며, 그 중요성을 반영하듯 경축식뿐 아니라 ‘국민주권 대축제’라는 이름의 대규모 행사까지 더해졌다. 국회,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등 국가 상징이 모인 장소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이 기념일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처럼 중대한 해, 국가기념사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공식 포스터와 각종 시각물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홍보물 디자인은 행사나 정책의 품격을 결정짓는 첫인상이다. 그럼에도 이번 광복 80년 시각물에서는 ‘역사적 울림’도, ‘디자인적 완성도’도, ‘대국민 설득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광복절이라는 숭고한 가치와 80년이라는 시간의 깊이를 담기에는 지나치게 얕고 즉흥적인 결과물들이다.

 

대표 로고는 한글 ‘광복’과 숫자 ‘80’을 조합해 태극색을 입혔지만, 디자인의 철학이나 조형 언어는 보이지 않는다.

 

 

대표 로고는 한글 ‘광복’과 숫자 ‘80’을 조합해 태극색을 입혔지만, 디자인의 철학이나 조형 언어는 보이지 않는다. 디테일은 조악하고, 조합의 균형감도 부족하다. 태극 문양을 변형한 붓터치 표현은 평범한 스타일의 남용으로 오히려 상징성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단순하고 진부한 컬러링으로는 국격을 대표하기에 역부족이다. 일부 포스터에 사용된 ‘인파 모양으로 구성된 80 숫자’나 ‘로봇과 국회의사당을 합성한 일러스트’ 등은 행사 취지와 전혀 무관한 이미지로 혼란을 가중시킨다. 어린이날이나 캐릭터 축제의 홍보물과 다를 바 없는 시각물이 국가 기념사업의 얼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일부 포스터에 사용된 ‘인파 모양으로 구성된 80 숫자’나 ‘로봇과 국회의사당을 합성한 일러스트’ 등은 행사 취지와 전혀 무관한 이미지로 혼란을 가중시킨다. 어린이날이나 캐릭터 축제의 홍보물과 다를 바 없는 시각물이 국가 기념사업의 얼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단순히 디자인 완성도에만 있지 않다. 이러한 결과의 이면에는 추진위원회의 안목 부족과 전문성 결여가 자리하고 있다. 기념사업을 주관하는 위원회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각물을 형식적으로 소비하며, 결과물에 대한 책임 의식 없이 감수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디자이너가 참여해도 감동을 끌어내기 어렵다.

 

 

홍보물 디자인은 행사나 정책의 품격을 결정짓는 첫인상이다. 그럼에도 이번 광복 80년 시각물에서는 ‘역사적 울림’도, ‘디자인적 완성도’도, ‘대국민 설득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광복절이라는 숭고한 가치와 80년이라는 시간의 깊이를 담기에는 지나치게 얕고 즉흥적인 결과물들이다.
 

 

기념사업은 콘텐츠와 형식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시각물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행사 전체의 품격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공감하게 하고 기억에 남게 하며 자긍심을 일으키는 것이 공공디자인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준 높은 디자인 전문업체를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해야 하며, 사업 주체는 단순한 발주자가 아니라 ‘문화 연출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디자인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광복 80년은 미래의 ‘100년’을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체성과 품격을 디자인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와 정신을 품은 디자인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격에 걸맞은 디자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jsw0224@gmail.com)
사진출처_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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