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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 북유럽이 던지는 도서관의 역할 변화와 한국의 과제

2025-01-28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기능에 국한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도서관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공간으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도서관의 변화를 선도하며, 도서관이 단순한 지식의 저장소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공립도서관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이곳은 책을 읽는 성인들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휴식을 취하며, 지역 주민들이 문화를 공유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이 도서관에는 ‘튜브벨’이라는 독특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오르후스 대학병원의 분만실과 연결된 시스템으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종소리가 울린다. 그 순간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며, 도서관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오르후스 도서관은 조용하고 고요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공립도서관 (사진출처: 구글)

 


핀란드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오디(Oodi) 역시 도서관의 역할 변화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빌리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3D 프린터와 디지털 제작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 공간과 카페, 영화 상영 공간 등을 포함해 주민들의 생활에 밀착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서관은 이제 책을 읽는 장소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모여 만들고 배우고 나누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오디(Oodi) (사진출처: 구글)

 


노르웨이 오슬로의 다이크만 뵈르비카(Deichman Bjørvika) 공립도서관도 흥미로운 사례다. 이곳은 전통적인 서고 배치에서 탈피해 사람들의 이용 패턴에 따라 공간을 설계했다. 서적이 공간의 주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로 디자인되었다. 또한 최신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쉽게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워크숍과 지역 사회를 위한 이벤트를 운영한다. 이러한 변화는 도서관을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문화를 체험하고 영감을 얻는 공간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다이크만 뵈르비카(Deichman Bjørvika) 공립도서관 (사진출처: 구글)

 


한국의 도서관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북유럽의 사례들은 도서관이 더 이상 조용하고 엄숙한 지식의 전당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배우고 창작하고 즐기는 생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의 도서관은 여전히 과거의 기능에 머물러 있다. 대다수의 도서관은 책을 읽고 대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어린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공간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어울릴 공공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미흡하다.

 

한국 도서관의 또 다른 문제는 ‘접근성’이다. 지역 격차가 큰 만큼, 대도시 중심의 대형 도서관은 접근성이 높지만,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도서관이 부족하다. 또한 도서관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역시 다양성이 부족하며, 특정 연령층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나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종종 마련되지만,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미비하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은 특정 계층만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으로 머물러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진출처: 홈페이지)

 


도서관, 새로운 공공의 중심이 되려면

 

한국의 도서관은 공간의 개념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곳에서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부모들이 쉬며, 사람들이 문화와 지식을 나누는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북유럽의 사례처럼, 도서관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고,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지는 ‘공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도서관 설계 단계에서부터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 부모들, 청년들, 노년층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지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으라는 외침은 많다. 그러나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르후스, 헬싱키, 오슬로의 도서관들이 보여주는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한 공간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도서관은 그 자체로 축제의 장, 공공의 중심, 그리고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도서관도 그러한 변화를 모색할 때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 (jsw@jungle.co.kr / 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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